최근 개봉한 블록버스터 영화 '아이언맨3' 여주인공(귀네스 팰트로)이 시사회 때 입은 복장이 화제다. 그녀는 어깨선 아래로 등과 허리와 엉덩이 일부, 허벅지와 다리까지 훤히 비치는 드레스를 입었다. 속옷은 물론이고, 때로는 은밀한 속살까지 투명하게 다 보인다고 하여 일명 누디룩(noody look)으로도 불리고, '시선이 관통한다'고 해서 '시스루(see-through)'라고도 불린다.
시스루라는 이름에 걸맞은 옷이 되려면 애초에 속이 잘 비치는 '섬세한' 옷감을 사용해야 한다. 마치 옷이 두께를 가지고 있지 않은 듯 매우 얇게 재단돼야 한다. 특이한 건 이 옷이 몸매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스키니'와 비슷하지만, 속살에 찰싹 달라붙지는 않는다는 점에서는 그와 정반대 스타일이라는 점이다. 시스루의 핵심은 옷감이 속살에서 살짝 '떠 있어서' 어렴풋한 이미지의 형상으로 오히려 또렷하게 속살을 드러내는 '기술'에 있다.
인간이 순전히 부끄러운 속살을 숨기기 위해 옷을 입지 않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시스루는 인간에게 그 이상의 강렬하고 은밀한 속내가 내재함을 추측하게 만드는 옷이다.
시스루를 통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속살 부위, 바꿔 말해 이 옷 스타일이 가장 '드러내고 싶어하는' 부위는 어디인가. 놀랍게도 시스루를 보자마자 우리 시선이 꽂히는 부분은 가슴과 배꼽, 그 아래 하반신이 아닌가.
운 좋게 시스루를 본다면 잘 관찰해 보라. 우리 시선을 즉각적으로 그 몸의 가장 은밀한 부위로 모으지만, 결정적으로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옷에 집중된 시선을 가장 은밀한 신체 부위로 모으지만, 그 하늘거리는 투명한 옷의 형상은 시선의 최종적인 목표 지점을 '은폐하는' 스타일이다.
언뜻 보기에 이 옷 주인은 관음증을 즐기는 듯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보여줄듯 말듯 옷을 입은 몸에 시선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옷감을 뚫고 들어온 시선을 차단한다. 이 '밀고 당기기' 때문에 옷을 향한 주변 시선은 계속 지속된다.
'밀당'에서 중요한 건 주는 것만큼이나 다시 뺏는 기술이다. 정신분석에서는 이런 '희망고문'을 환상(fantasy)이라고 부른다. 환상은 '욕망(desire)'의 다른 이름이다. 아마 '욕망'을 옷으로 만들면 시스루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