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도 지루하게 비가 내일 거라고 합니다.
농사짓는 분들에게 이 비는 참 고마운 것이지만...
요즘 모내기철입니다. ‘모를 못자리에서 논으로 옮겨 심는 일’인 모내기를 하기 전에 먼저 논을 고르죠. 그게 바로 ‘써레질’입니다. 모내기는, 써레로 논바닥을 고르거나 흙덩이를 잘게 부수고, 그리고 나서 그 위에 모를 심는 거죠. 맞죠?
농사일의 순서는 맞는데, 맞춤법은 틀렸네요. ^^*
흔히 ‘그리고 나서’를 쓰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에 ‘나서’를 붙여 ‘그리고 나서’라고 쓰는 것은 잘못입니다. ‘그러고 나서’라고 써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의 ‘그러고’는 ‘그리하고’의 준말이고, ‘나서’는 보조동사 ‘나다’를 활용한 형태죠. 여기서 ‘나다’는 “일을 끝내고 나니 홀가분하다”처럼 ‘-고 나다’의 구성으로 쓰여, 앞말이 뜻하는 행동이 끝났음을 나타냅니다.
‘저러고 나서’ ‘이러고 나서’의 경우는 어떨까요? ‘저러다’는 ‘저리하다’, ‘이러다’는 ‘이리하다’의 준말입니다. 둘 다 동사이므로 ‘-고 나다’가 붙어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리고’는 동사가 아니라 접속부사이므로 ‘그리고 나다’의 형태로 쓸 수 없습니다. “써레질을 했다. 그리고 나서 모내기를 했다.”에서, 죽어도(?) ‘그리고’를 살려 쓰고 싶다면, 뒤에 오는 ‘나서’를 빼면 됩니다.^^* “써레질을 했다. 그리고 모내기를 했다.”로 쓰시면 되죠.
하긴, ‘그리고 나서’가 통할 데가 있긴 있네요. ‘(그림을) 그리고 나서’는 말이 되네요. 지금 설명하는 내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이번 주말을 지나면 어느 정도 모내기 작업이 끝날 것도 같아요. 저는 조그만 밭뙈기에 푸성귀만 가꾸지만...
일을 얼른 마치고, 그러고 나서 곡차 한 잔 쭉 들이키면 찬 좋거든요. ㅎㅎ
오늘부터 좋은 일만 많이 생기기를 빕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드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