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목배구 후 컴퓨터를 끄고 얼른 나선다.
구름이 한가롭고 하늘이 높다. 달마산은 멀다. 진도의 어느 산에서
서해로 지는 해를 봐도 좋을텐데 저녁이 걱정이다.
겨우 한끼 식사걱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못한다.
우슬재에서 만대산을 올라보기로 한다.
4차로를 타고 가니 고개가 아니라 터널이 나온다. 터널입구에서
절 안내판 쪽으로 빠져 체육관을 지나니 학생교육원이 나타난다.
우슬재는 포기하고 학생교육원의 도전 등산로를 타 보기로 한다.
아직 5시가 되지 않았다.
A B C 세 개의 등산로 중 A코스로 올라 C코스로 내려오기로 한다.
바위와 흙이 딱딱한 비탈진 산길은 종아리에 적당한 압박을 준다.
A1 A2 식으로 안내판이 서 있고 계속 줄이 연결되어 있다.
바위 끝에는 쇠붙이를 박아 위험하다고 써 두었다.
지나치게 친절하다. 이 정도를 위험하다고 한다.
사고나면 니가 책임질래?
만대산 능선에서 뻗어나와 학생교육원을 둥글게 감싸고 있는 산은 조망이 좋다.
화원반도 금호만과 바다 너머의 진도 첨찰산은 오른쪽으로 보인다.
우슬경기장의 운동장과 건물들 색깔이 또렷하다.
해남읍도 잘 내려다 보인다.
능선끝에 닿으니 목재 테크 부분이다. 더 걸어 헬기장을 지나
C코스로 가지 않고 만대산 1KM를 보고 걷는다.
길 가의 버섯들과 엉겅퀴 잎을 닮은 보랏빛 구슬봉이 꽃을 단
이름모를 꽃을 찍어본다.
만대산 완만한 길을 오르다가 바위를 지나 길을 벗어난다.
서쪽을 보다가 동쪽으로 간다.
바람이 차다. 갑작스런 가을날씨 같은 서늘함이 조금 춥다.
가학산 뒤로 월출산이 가깝다.
바위에 서 있다가 바위 아래로 내려간다.
옥천면 앞의 노란 벌판을 이리저리 찍어보며 논다.
시도 몇 편 소리내어 읽는다. 사람이 없으니 좋다.
다행이다.
홍골 두류봉 비탈길을 지게지고 다녔다.
이슬맞고 오르내린 범재등 밭둑길은 차라리 편했다.
그 덕에 잘 넘어지지 않고 산길을 걸을 수 있으니 다행이다.
말벌에 쏘이지 않고
뱀이나 지네에 물리지 않고
가끔 모기 물거나 억센 풀이 할퀴었지만
거미집이 자주 가로막긴 했지만
(나 죽어 거미왕의 심판을 받는다면 중형을 받을거다.)
아침 저녁 산길을 혼자 걸을 수도 있으니 다행이다.
갑자기 맑아진 가을 하늘 아래
밝은 달 보며 소주 마실 생각을 한다.
두륜산 봉우리들과 주작산 수양산 덕룡산의 바위와 능선들이
색깔의 진하기를 달리하며 옥천의 노란 벌판을 점령해 간다.
술은 금방 없어진다. 옷을 꺼내 입는다.
서서히 다시 돌아온다.
헬기장에서 C코스로 능선을 타고 오른쪽으로 걷는다.
줄을 따라가지 않고 바위를 올라 소나무 소사나무를 헤치며 뛰어넘는다.
능선 끝 바위 조망이 활짝 열린다.
해는 서해의 구름에 갇혀 멀리로 놀을 보낸다.
학생교육원쪽으로 딱딱한 비탈을 내려간다.
마지막 바위에서 하늘을 한번 더 보니 7시 5분이다.
오늘 해 지는 시각은 7시 1분이다.
유격훈련장의 도강사다리 같은 출렁다리를 건너 돌아오니 7시 20분이 다되어 간다.
교육원은 커다란 불을 군데군데 밝혔다.
우슬재 고개마루로 올라 덕음산 오르는 등산로를 가늠하고 옥천면을 돌아 온다.
적게 마셔서인지 골치 없는 해창막걸리를 반주삼아 밥을 먹으니
금방 배가 불러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