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논리를 펼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구증가와 택지부족은
그들의 단골메뉴 인가 봅니다.
2007년의 시애틀은 매우 특별했습니다.
시애틀은 매년 봄에 부동산이 꿈틀대기 시작하여
가을을 맞이하면서 소강상태로 접어듭니다.
미국은 9월이 학년의 시작이라
그 전인 봄, 여름이 부동산 거래가 가장 많습니다.
2006년 가을은 전미국의 대도시가 부동산 급락을 맞습니다.
당시 시애틀은 긴가민가 하면서 일부 급매물만이 시세보다 낮게 거래가 되고
별 가격변동없이 그 겨울을 보냈지요.
2007년 봄이 되자, 또 다시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가 바로 Seattle is SPECIAL! 이란 말을 방송에서 해대던 시절입니다.
하지만, 년간상승율은 10% 초반대를 오르락 거리며
2006년이나 2005년에 비해 낮은상승율을 기록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시간이 갈수록 예년보다 많은 매물이 쏟아져 나옵니다.
2006년만 해도 웃돈을 주어야만 살수 있던 매물들이
이제는 약간씩 깎아도 줍니다. 그래도 가격은 계속 오르기만 합니다.
이 상황에서 여러 의견들이 분분했습니다.
그중,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은
시애틀의 특수한 상황, 즉, 인구증가와 택지부족을 이유로 들면서
시애틀이 다른 이유를 설명합니다.
실제로 2000년대, 시애틀의 인구는 계속 증가합니다.
증가율도 여타 대도시 보다 높았습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와 보잉의 대규모 신규채용은
고가주택도 충분히 구매할 능력을 갖춘 고소득의 인구를 증가시켰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지만,
시애틀 지역은 바다와 호수, 높은 산으로 막혀
남북으로 길게 발달할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교통정체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집 지을 땅이 부족하다는 기사들이 가끔씩 지면을 채웁니다.
정상적인 시장상황이라면,
인구(수요)가 늘고 택지(공급)가 부족하면,
당연히 주택의 가치는 상승합니다.
하지만, 거품이 잔득 끼어있는 투기 상황에서
인구증가, 택지부족 운운 하는 것은
정말 소비자(주택소비자)를 우롱하는 소리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반면, 인구 감소는 부동산 시장에 절대적인 타격을 줍니다.
미국 디트로이트의 경우, 실직자가 늘고, 그들이 타주로 이주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빈집과 버려진 집이 생기면서 (TV에서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타도시들이 몇백% 상승하는 와중에도 반토막나는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인구증가보다 인구감소가 부동산에 주는 임팩트가 더 강하다는 실례지요.
거품을 논하는 와중에 인구와 토지 이야기를 꺼내는 자체가
특정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저는 분명히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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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의 전세급등으로 더운 여름밤 잠을 설치는 분들이 많으신 것으로 압니다.
한국과 상황은 다르지만, 2007년의 시애틀 이야기를 다시 해 드릴까 합니다.
2005년 2006년 약간씩 올라가던 렌트(rent)비가 2007년 들어 급상승합니다.
당시 신문에도 렌트비 폭등에 관한 기사가 단골 메뉴였습니다.
렌트는 철저히 수요 공급의 시장원칙에 충실합니다.
투기라는 개념이 없다는 말입니다.
한국의 전세도 제가 알기로 철저히 수요공급의 원칙에
가격이 결정될 것입니다.
주택가격이 급등할때에도 렌트비는 그다지 많이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007년에 갑자기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하는데,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당시의 렌트(전세)가 상승의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부동산 가치가 급상승하자, 많은 임대주택(아파트먼트 등)들이 분양주택으로 전환합니다.
미국에는 임대사업자가 운영하는 아파트먼트가 많습니다.
그들이 아파트를 콘도(개인소유 공동주택)로 개조한후 팔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절대적으로 임대주택 부족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2. 많은 주택 소유자들이 이익실현을 위해 임대를 주지않고 매매로 돌아 섰습니다.
2007년은 예년에 비해 많은 물량의 매물들이 쏟아졋습니다.
꼭대기라 판단한 때문인지는 몰라도 많은 매물들이 시장에 나왔습니다.
그렇지만, 실제 거래는 많지 않았기에 당시에 온통 거리마다 세일간판이 걸려 있었습니다.
3. 투기꾼은 줄어들고 실수요자들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글에도 설명을 드렸지만, 전문가들은 2006년 이전에 처분한 분들이 많습니다.
2007년은 특히 실수요자 분들이 집을 많이 장만하신것으로 추측되는데
역시나.. 결국은 실수요자가 막차를 타는 모양입니다.
당시 고민하면서 관망하던 실수요자들 덕분에 렌트 수요만 증가 되었습니다.
저도 그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구매를 포기한.
이상이 당시 렌트(전세)가를 상승시킨 요인들입니다.
2년전 이야기 입니다.
지금은 어떠냐구요?
콘도로 전환하던 아파트(임대주택)들이 다시 임대주택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시차 덕분에 시애틀의 렌트가는 2008년인 작년까지 꽤나 높은 가격을 유지했었습니다.
주택가격은 급락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요즘은 시장에 매물이 줄었습니다.
장기간 침체로 많은 매물들이 매매를 포기하고 임차인을 찾고 있습니다.
덕분에 임대시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아 졌습니다.
요즘은 작년에 비해 20-30% 싸진 임대주택도 많아지고,
아파트도 다시 1년 계약하면 1달 정도는 공짜로 살게 해 줍니다.
그렇게 임대시장은 철저히 시장원리에 따라 움직입니다.
한국은 월세가 아니라 전세라서 다르다고 말씀하실 분들이 계실겁니다.
전세에 조금 보태면 살수 있기 때문에 월세 사는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주장하실 겁니다.
맞습니다. 다릅니다.
하지만, 여기 미국도 월세에서 몇푼만 더 보태면 주택 모기지 지불할수 있습니다.
여기는 어차피 누구나가 다 페이먼트 인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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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폭락 직전의 시장 상황은 이러합니다.
모든 폭락에는 시장의 전조신호가 있습니다. 잘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1. 주택 임대가가 폭등하기 시작한다.
(이 상황은 폭락 후까지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 매물이 전년에 비해 많이 늘어난다.
(한국에서 이 부분이 집계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미국은 아주 집계가 잘 됩니다.)
3. 실제거래가 전년에 비해 줄어든다.
(큰 폭은 아니지만 상당수 줄어듭니다.)
4. 그 와중에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한다.
(이때도 중간가나 평균가는 계속 상승합니다. 한마디로 갈때까지 갑니다.)
이상은 2년전 시애틀의 상황이었습니다.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PS. 참고로 위에서 열거한 저 증상들을 반대로 뒤집어 보겠습니다.
1. 주택임대가가 하락하고 안정화 되었다.
2. 매물이 전년에 비해 많이 줄어 들었다.
3. 실거래가 전년에 비해 늘었다.
4. 그 와중에도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한다.
지금 미국에는 이런 증상을 나타내는 도시들이 나타나기 시작 했습니다.
바닥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많이 폭락한 도시들은 거의 무릎이라고 보입니다.
첫댓글 요즘 전세 문제로 부동산 여러군데 다녀보고 있는데 한국 상황이랑 거의 똑같네요. 전세로 내놓았다가 매매로 바뀐 경우도 많고 주택 구입을 꺼려 그런지 전세 수요가 무지 높습니다. (천세대 이상 단지에 전세 물건 1~5개 단지도 많습니다 ex)수원 2천세대 새 아파트인데 작년말에 9천~1억이었던게 이번달에 1억9천에 달랑 전세 한개 있음
참고로 제가 살고 있는 집도 전세로 내놓았을 때는 2주동안 집보러 20명정도 왔는데, 매매로 바꾼 다음 달랑 한명 왔네요. (매매로 바꾼날 당일 오고 그 후로 끝 ㅡㅡ;)
멀리서 좋은 정보 올려주시어 항상 감사드립니다.. 제 오라버니도 시애틀 머클티오에 사는데 본인은 표현 안하지만 Lost님 글로 상황을 짐작할 수 있겠어요 .. 좋은 주말 되십시오^^
시장상황을 정확하게 짚어주셔서 정말로 크게 도움이 됨니다. 도봉산 새벽등산 마치고 집에와서 첫번째로 열어보니 님의 글이네요. 반가운마음에 얼른 읽어보았습니다. 이곳에는 많은 분들이 어쩔수 없이 스톡홀름 증후군(케네디언님표현으로는 메트릭스증후군)에 걸려있어요. 대부분 2005년부터2008년초까지 막차로 대출주머니차고 인질범(매물폭탄)에 붙잡혀 있는 형국이죠.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실을 냉정하게 살필 심리상태가 아니죠. 님의 좋은 글이 이런증후군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인줄 알면서도 빠져나올 엄두를 못내는 거죠. 그저 인질범이 목적을 달성(부동산폭등)해 주기를 바라고 있는 거죠. 옆집에서는 계속 폭탄이 터지는데도....
언제나 명쾌하게 예로 들어 주셔서^^
언제나 상큼하고 명쾌한 글 감사합니다. 저도 집때문에 고민을 좀 하고 있습니다.ㅎ 집이란게 한두푼하는 작은 물건이 아니니 뭔가 결정할때 참 어렵군요..
살짝..^^ 임대인은 임대를 하는 사람(집주인)/....렌트(월세 전세)하는 사람(세입자)은 빌릴 '차'써서 '임차인'입니다.
미국서 오래살면 영어도 못하고 한국말도 못한다는데.. 저도 그렇게 된 모양입니다.^^
아닙니다.^^ 저도 헛갈리다가 몇년전부터 겨우 구분하기 시작했는 걸요 ^^
근데 막상 아파트 가격이 무릅이 되면, 그 후유증을 어떻게 할까요?? 그게 더 걱정입니다..
넘 감사드립니다. 그래프 보다 훨씬 간단 명료한글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아....그렇군요...고마워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정착이 심히 적성에 맞는 사람인지라.... 계획을 많이 유보하긴 했지만, 꼭 내집을 갖고, 내 적성에 맞게 꾸며서 알콩달콩 살고픈 사람이라.... 님의 글을 따로 즐겨찾기 해놓았습니다. 집 매입시점을 가늠할 때 꼭 참고하려구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