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와일드 파이어 골프장에서 열린 JTBC 파운더스컵. LPGA투어를 세운 생존 창립자들 앞에서 합계 27언더파를 기록,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최저타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우승한 김세영은 "전설들의 축하를 받으며 특별한 기분이 들었다. 나도 전설의 길을 걷고 싶다"고 했다.
김세영이 2년 만에 전설을 넘어서 전설에 남을 기록을 세웠다. 김세영은 9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손베리 크릭 앳 오네이다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손베리 크릭 LPGA 클래식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잡아냈다. 7타를 줄인 김세영은 합계 31언더파로 LPGA투어 최저타 신기록으로 우승했다.
LPGA투어 통산 72승(메이저 10승 포함)을 거둔 소렌스탐은 68년 역사의 LPGA투어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한 김세영은 어린 시절부터 소렌스탐을 롤 모델로 뽑아왔다. 김세영은 "TV를 통해 소렌스탐의 경기를 보면서 늘 함께 경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왔다"고 했다.
김세영은 2016년 JTBC파운더스컵 우승으로 소렌스탐으로부터 축하 메일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로레나 오초아 매치플레이 우승 때는 우상 소렌스탐을 비롯해 줄리 잉스터(미국),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박세리 등으로부터 직접 우승 축하 인사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1년 2개월. 김세영은 소렌스탐의 기록을 넘어서 앞으로도 쉽게 깨지지 않을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김세영은 이번 대회 나흘 내내 경이적인 60타대 타수(63-65-64-65)를 내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3라운드까지 24언더파를 적어내면서 2003년 소렌스탐이 토토 재팬 클래식에서 세운 54홀 최저타 기록과 같은 타수를 적어냈다.
김세영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최종일에도 7타를 더 줄여내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총 스트로크 기준으로도 김세영의 257타는 2004년 카렌 스터플스(잉글랜드)가 웰치스/프라이스 챔피언십에서 세운 258타를 갈아 치운 신기록이다.
남녀 선수 통틀어 30언더파 이상의 스코어를 내고 우승한 건 2016년 현대 토너먼트 챔피언십 때의 조던 스피스(미국) 이후 2년 만이다. 김세영의 31언더파는 PGA투어 최저타 기록(어니 엘스,2003년 메르세데스 챔피언십)과도 같은 타수다.
김세영은 JTBC파운더스컵 우승 뒤 "언젠가 소렌스탐의 59타(2001 스탠다드 레지스터 핑 2라운드)를 넘어서는 기록을 쓰고 싶다"고 했다. 김세영은 "할 수 있다면 늘 기록에 도전하고 싶다. 꿈은 무조건 크다고 다 좋은 게 아니라 그 과정을 감당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나는 준비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세영이라면 그 꿈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