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기원 /최분임
나사*가 달이 양수처럼 품은
물을 발견했다는 뉴스를 듣는 저녁
툭, 바닥으로 떨어진 서랍 손잡이
애벌레 같은 나사를 조이다 보면
우화羽化를 꿈꾸는 내 겨드랑이에도
문득 날개 한 쌍 돋아날 것 같은데
둥실, 떠오른 역마살이
무중력 오랜 잠의 가장자리에
발끝을 내려놓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거기 달의 치마폭 적막만이 어슬렁거리는 밤
쉬이 잠들지 못한 물방울 하나가
떠돌이 물방울 하나를 끌어들여
꿀벌처럼 뜨겁게 잉잉대다가
툭, 뱉어낸 꽃 한 송이
어머니의 어머니를 만날 것도 같은데
전생이 끊고 나온 탯줄 끝
벌 한 마리 날아들지 않아 얼어붙은 씨방 속
그리움의 더듬이 금 가는 소리 들리는데
미처 사타구니를 빠져나오지 못해
발원의 골짜기를 거스른 눈물이
결빙에서 풀려나 별로 깜빡이는데
조여지지 않는 서랍의 나사처럼 생각이 헛도는 밤
양수 검사하듯 찔러 넣은 로켓에
텅 비어버린 자궁 하나 둥실 떠오르는데
우화가 끝나지 않은 행성
돌아갈 내 방이 아직 둥글고 따뜻한데
*나사 (NASA) : 1958년에 미국의 우주 개발 계획을 추진하기 위하여 설립된 정부 기관
[출처] 2023 웹진 시인광장 선정 올해의 좋은 시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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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시인광장 Webzine Poetsplaza SINCE 2006】
[출처] 올해의 좋은 시 100選 【15】 2023' 웹진 시인광장 올해의 좋은 시100선 출간 【웹진 시인광장 Webzine Poetsplaza SINCE 2006】 2021년 12월호|작성자 웹진 시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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