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겨진 곳에서 피어나라]
ㅡ윤상희 저
윤상희님은 올 초쯤 페친이 된 분이다. 그녀의 글은 통통 튀면서도 삶을 성찰하고, 영혼을 어루만지는 힘이 있었다. 그런 그녀가 책을 낸다는 소식을 접하고, 오래 기다렸다.
따끈한 책을 손에 받아들고, 추천사들을 읽으며 나는 벌써 눈시울이 뜨끈해졌다. 그리고 설레임으로 책장을 넘겼다. 쉬운 언어로 쓰여졌지만, 장이 거듭될 수록 빨려 들게 하는 힘이 있다. 역시 그녀다! 세미나 관계로 바쁜 와중에도, 잠든 남편 방해하지 않으려 호텔 화장실에 숨어 읽어내려 갈 정도로 재미있었다.
그녀는 힘빼기의 고수다. 희노애락이라는 인생의 진짜 맛을 아는 여자다. 마치 흔들리며 피는 사랑스러운 들꽃같다. 그런데 한편으론 옹이진 굴곡있는 소나무처럼 기품과 기상이 배어있다. 아무튼 멋진 여자다.
"나는 삶에서 무엇을 남기게 될까?" 라는 질문으로 삶에 대한 본질을 묻고, 성찰하고, 진지하게 살아내려고 애쓴 흔적들이 가득하다. 정직하게 자신의 삶을 내보이고 있다. 때론 흔들리고, 실패한 고백들도 적나라하게 이어진다. 그러나 기어코 자기다움을 찾고, 바른 길로 향하고자 온 힘을 다한다.
그녀는 가족, 신앙, 예술이라는 인생의 화두를 일상이라는 언어로 담아내며 온 몸으로 살아내고 있다. 마치 "사랑밖엔 난 몰라"라고 노래하듯이. '사랑은 상대방을 성장시키는 관계'라는 정의처럼 부부 간에, 자녀를 키우면서, 자신을 기꺼이 내어주고 있다. 그러면서 나도 치유되고 성장해왔음을 고백한다.
ㅡ남편과 나는 부부로 산지 23년 동안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기보다는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것에 노력해왔다
'진리와 함께 기뻐하는 중심'이 있었기에 이제껏 잘 지내왔다고 한다. 서로 "내가 더 고맙거든" 싸우는 부부라니!!(나는 "내가 더 잘하거든. 당신도 쫌 분발해봐!"라고 할 때가 많은데, 찔린다.)
자녀 양육 역시도 자아성찰의 작업이었음을 고백하며 아이들을 돌보는 엄마로 살아간다는 건 동시에 내가 날 돌보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이토록 삶이 익어가면서, 거품도 버리고 비우면서, 인생의 진미는 역시 단촐하면서도 심플한 거친 맛에 숨어져 있다고 나직히 말한다.
그녀는 자신의 약함과 삶의 애환 앞에 흔들리면서 자기다움이라는 멋드러짐으로 피어나고 있다. 인생의 후반전을 향하면서 융이 말한 개성화작업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통합된 자기를 향해서 끊임없이 성찰하고 성장해나가는 그녀를 보는 기쁨이 있다.
그러기에 이제는 매우 긍정적으로 자신을 감싸안고, 자신감있게 말한다. 내 정체성과 그만 싸우자. 나 자체가 장르가 될 수 있고, 메시지이면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이 얼마나 멋진 말이지!!
그녀는 "성찰하고 행동하는ㅡ바베트 윤상(희)" 이라고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해내고 있다.
ㅡ 옮겨 지는 곳이 어떤 곳이든 내 작은 생각과 몸짓들이 되도록 아름다운 것들을 향하게 맞출 수 있고 그렇게 뿌리내려 열매 맺어 간다면 그것도 "일상 속의 예술가"라고 부르고 싶다. 그런 예술가로 살아가다 보면 사랑받았었고 사랑받는 증거로, 심긴 곳마다 꽃을 피우는 사람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오늘의 일용할 예술을 먹는다.
ㅡ난 언제부터인지 세상이 싫지 않다. 나도 세상과 별다를 바 없으니까. 이 영화를 보면서 세상을 바꾸기보다 내 자신부터 바꾸는 것이 언제나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어려운 걸 왜 자꾸 하려는 걸까.
나는 이런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 어려운 걸 나도 잘 해내야지 다짐하게 된다. 자기 만의 꽃을 피운다는 것은 무척 어렵고도 신성한 일이니까!!
그녀의 책에는 너무 멋진 주옥같은 문장들이 빼곡하다. 필사하고 싶을 정도로. 특히 매 화 마지막 문장들만 빼내서 명언집으로 묶고 싶을 정도다.
에피소드 6장에서의 맛있는 시네마와 7장 바베트의 기다란 테이블은 푸짐한 보너스 같다. 그녀만의 시각으로 풀어낸 영화 이야기와 자녀들에게 전수하고 픈 요리 레시피를 통통 튀는 센스있는 언어로 전해준다. 재밌고 유익하다.
그녀의 책은 담백하고 구수한 통곡물 건강빵을 먹는 기분이다. 씹을 수록 꼬숩고 오감을 만족시키며 몸에도 좋은.
자녀를 키우는 부모는 물론 삶으로 신앙을 살아내고자 하는 크리스챤 여성들에게 강추하고픈 책이다. 남성들도 한 번씩 읽으면 다른 세계를 이해하고, 여성적 감수성이라는 다른 감각과 관점을 배워봄으로 훨씬 균형감있게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의 조각들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남, 녀 모두 읽어볼 만한 책이다.
아울러 세움북스의 표지 디자인은 늘 신선하고 아름답다. 책도 넘 아름답게 내용에 알맞게 편집되었다. 더우기 이런 진흙 속의 진주 같은 귀한 여성들을 찾아 내어 이런 기획력으로 값진 책들을 선사해주니 고맙고 감사하다.
나도 내 자리에서 자기다움으로 꽃을 피워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