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1196 --- 뿌리고 가꿔야 거둘 수 있다
밭에는 굳이 심거나 뿌리지 않아도 온갖 것들이 먼저 찾아와 자리를 잡고 뿌리를 내린다. 저희가 원주민으로 이대로는 고분고분 물러설 수 없다고 항전이라도 하려는 모양새다. 실지로 잡초라는 이름으로 교묘하게 눈속임하다가 어느 한순간에 날벼락을 맞는다. 통째로 뽑혀나간다. 가꾸는 손길에 보호를 받는 것보다 숨어서 통통하게 잘도 자란다. 하라는 것은 안 하면서 하지 말라는 것은 잘하는 것 같아 뒤끝이 씁쓸하다. 사람이 머무는 곳에는 초대하지 않아도 별별 사람들이 찾아들어 이러쿵저러쿵 뒷말이 많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다. 그래도 잡초는 뽑아내야 하며 옳고 그름은 구별돼야 한다. 살아가면서 어찌 힘에 겨운 날이 없었으랴. 그동안 잘 넘어 다녔는데 이번엔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큰 고개를 만나 앞이 아찔하고 캄캄하다.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리면서 참고 또 참고 견디며 내딛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길은 가라고 있는 것이며 갈 수 있으니까 길이면서 가는 것이다. 빙빙 돌고 돌아가기 싫어 곧게 가려고 한다. 직진이냐 우회냐, 선택은 자유다. 하지만 제한된 시간에 돌아서 다닐 수만은 없다. 포기가 아닌 엄연한 도전이다. 희망이 엿보이는 곳에 보람도 있다. 앞날이 없으면 고통을 감내할 일 없다. 한 발 한 발 내딛다가 보면 날이 궂고 추워도 쨍하면서 맑은 날도 있어 가볼 만하다. 어둠이 걷히며 다시 날이 밝고 새로운 하루가 열린다. 오늘은 무엇을 뿌리고 심어야 할지 은근히 걱정이다. 어제 하다 남은 일이 있는가 하면 막막하기도 하다. 오늘은 오늘 일이 있으면서 기분 좋은 내일이 있기에 그렇게 조급할 일만은 아니다. 담아야 할 희망이 있으면 흘려야 할 땀방울과 가꾸면서 보람을 찾는다. 그만큼 투자가 필요하며 그만한 대가를 당당하게 받아낼 수 있다. 거두는 날이 한발 다가서면 부듯함에 힘 솟는다. 고운 심성으로 마음 밭을 잘 다독거려야 한다. 뿌린 대로 거두기보다는 가꾸면서 땀 흘린 대로 거두게 된다. 좋은 아이디어에 좋은 씨앗이라고 가꾸지 않고 거들 수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