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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인터뷰 중 예식장 카메라와 함께 포즈를 취한 백낙삼 사장. /박일호 기자 iris15@ |
몇 개월 전 영화 <국제시장> 제작팀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영화 속 배경인 70년대 모습을 간직한 예식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백 사장은 촬영 요청에 순순히 응했다. 그런 예식장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드물 테니까.
"다들 오래된 멋이 있다고 손대지 말라고 해요. 고전미가 있다고 하죠. 그 덕에 이렇게 영화에도 나오게 됐네요."
예식장만 영화에 나온 것이 아니다. 백 사장도 '사진사'로 출연했다. 처음엔 이 역할이 아니었다고.
"처음엔 주례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만 이미 맡은 배우가 있더군요. 반대로 사진사 역할을 요청하더라고요. 대사 한 마디 없는 주례보다 이게 낫다고 생각했죠."
촬영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자정까지 이어졌다. 고령에 만만치 않은 하루였을 것 같다.
"다른 건 모르겠고 잠이 와서 혼났습니다. 평소에 오후 9시 전에 잠드는데 그날은 늦게까지 깨어 있어서 힘듭디다. 단 몇 초 나오려고 그 고생을 했습니다.(웃음)"
시사회 참석 요청이 들어왔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직접 영화관을 찾아 관람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이 났다고 했다. 고단했던 당신 삶이 떠올라서다.
"어찌나 눈물이 많이 나던지…. 내가 살아온, 내 얘길 하는 것 같아 놀랐습니다. 그땐 참 못살았죠. 굶기도 많이 굶었습니다. 참 힘들었어요. 한국전쟁도 실감나게 그렸더군요. 당시 저는 해군 정보참모실에서 군 복무를 했습니다. 문관이었지만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전쟁의 참혹함을 보았죠."
영화 <국제시장>은 1950년대 한국전쟁기부터 현재까지 살아온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백 사장은 20대 때 영화배우가 꿈이기도 했다. 제발로 영화사를 찾아가 오디션을 보기도 했다. 늦게나마 그 소원이 이제 이루어진 셈이다.
요즘 그는 <국제시장>의 파급력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영화 촬영 장소라는 소문이 돌면서 구경꾼이 부쩍 늘었다. 배우 김윤진이 입었던 드레스를 찾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최근엔 창원조각비엔날레 전시장으로도 사용됐습니다. 작품 구경하러 온 분들이 아직도 이런 곳이 있냐며 신기해하더군요. 예식장 입구에도 써붙여 뒀지만 구경만 해도 되니까 많이들 놀러오셨으면 좋겠습니다. 백초차 한 잔 대접하겠습니다."
백 사장은 지난 2005년 몸이 좋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가 대장암 3기 선고를 받았다. 지금은 괜찮아졌지만 그에겐 잊고 싶은 기억일지도. 그는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예식장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댓글 눈이 아프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