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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피아노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
책 소개
철학자 김진영이 남기고 간 문장으로 만든 악보 곁에 남은 사람들이 온 마음을 가지고 완성해낸 고운 음악!
미학자이자 철학자이며, 철학아카데미 대표였던 김진영 선생의 첫 산문집이자 유고집 『아침의 피아노』. 역서 《애도 일기》와 공저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철학》 외에는 따로 저작이 없던 저자의 마지막 생의 의지와 책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던 제자들의 마음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선물과도 같은 책이다.
출판사 서평
“슬퍼할 필요 없다. 슬픔은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니다.”
《아침의 피아노》는 미학자이자 철학자이며, 철학아카데미 대표였던 김진영 선생의 첫 산문집이자 유고집이다. 임종 3일 전 섬망이 오기 직전까지 병상에 앉아 메모장에 썼던 2017년 7월부터 2018년 8월까지의 일기 234편을 담았다. 하지만, 《아침의 피아노》가 단순한 투병 일기인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선생의 문학과 미학, 철학에 대한 성취의 노트이며, 암 선고 이후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을 지나간 작은 사건들에 시선을 쏟은 정직한 기록이다. “모든 일상의 삶들이 셔터를 내린 것처럼 중단됨”을 목격한 한 환자의 사적인 글임을 부인할 순 없지만, “환자의 삶과 그 삶의 독자성과 권위, 비로소 만나고 발견하게 된 사랑과 감사에 대한 기억과 성찰, 세상과 타자들에 대해서 눈 떠진” 삶을 노학자만이 그려낼 수 있는 품위로 적어 내려간 마음 따뜻한 산문이다. 어려운 사상가와 철학을 알기 위해 배우는 교양을 위한 공부가 아닌, 자신 안에서 나오는 사유를 위한 공부를 귀히 여기라고 늘 당부했던 선생의 마음처럼 책은 선생이 선생 자신과 세상과 타자를 사유하며 꼼꼼히 읽어낸 문장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 글들이 어떤 이들에게는 짧은 메모로 보일 테지만, 이 아포리즘 글들 안에는 선생의 모든 생이 다 쓰여 있다.
여러 마음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선물과도 같은 책
《아침의 피아노》는 역서 《애도 일기》와 공저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철학》 외에는 따로 저작이 없던 선생의 마지막 생의 의지와 책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던 제자들의 마음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선물과도 같은 책이다. 사실, 《아침의 피아노》는 책이 되어 나올 수 없었다. 여러 신문과 잡지에 글을 기고하고, 철학아카데미, 도서관, 여러 대학의 강의를 하면서 여러 출판사의 출간 제의가 있을 때마다, 노학자는 늘 본인의 글에 대해서는 다소 고집스럽고 완고하게 바라보았다. 늘 나중에, 라고 말했다. 2017년 7월 암 선고 이후에는 철학아카데미 강의마저 그만두고,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칩거하게 되었고, 그 생활은 6개월 남짓 이어졌다. 나올 수 없을 것만 같던 이 책이 나오게 된 데에는, 2018년 3월 29일부터 2018년 7월 초까지 이어졌던 (철학아카데미에서 선생의 수업을 들었던) 제자들과 했던 모임 ‘프루스트와 베냐민이 만났을 때’와의 열 번의 만남이 있었다. 미니 강의와 편안한 대화가 주를 이루었던 모임은 늘 오후 1시에 시작했지만, 끝날 줄 모르고 5시나 6시, 어느 날은 9시까지 이어졌고, 모임 안에서 뭉치고 흩어졌던 말들은, 선생이 “남의 텍스트가 아닌 내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굳히는 데 힘을 보탰다. 또 한 번의 뜻하지 않은 인연으로 닿은 편집자와의 만남, 몇 주 뒤 드디어 ‘아침의 피아노’라는 가제로 계약서에 서명을 하던 순간까지 모든 일들이 거짓말처럼 이루어졌다. 하지만 책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채 나누기도 전에 먼저 들려온 건 선생의 부고 소식이었다. 선생의 제자이기도 했던 작가 은유는 추천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강의에서 필기를 시작하면 중단할 수 없었다. 마치 아름다운 음악을 듣다가 멈춤 버튼을 누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고, 선생의 말은 “문장으로 된 악보”였다고. 선생이 남기고 간 커다란 악보 곁에 남은 사람들은 그렇게 저마다의 음표를 들고 모였다. 온 마음을 가지고 《아침의 피아노》라는 고운 음악을 기어코 완성해냈다.
투명하게 소멸하면서 낚아챈 빛나는 아포리즘
《아침의 피아노》에는 선생만이 낚을 수 있었던 빛나는 아포리즘들이 가득하다. 프루스트의 말년을 얘기하며 “그가 침대 방에서 살아간 말년의 삶은 고적하고 조용한 삶이 아니었다. 그건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삶이었다. 침대 방에서 프루스트는 편안하게 누워 있지 않았다. 그는 매초가 아까워서 사방으로 뛰어다녔을 것이다. (…) 독자는 알 수 있다. 왜냐하면 그의 마지막 책은 100미터 달리기경주를 하는 육상선수의 필치와 문장으로 가득하다”고 말한 부분은 방 안의 존재에 대한 고정된 시선을 깬 빛나는 발견이다. “흐른다는 건 덧없이 사라진다는 것, 그러나 흐르는 것만이 살아 있다”에서는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선생의 진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세상은 아름답다고, 인생은 깊다고,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러니 바람아 씽씽 불라고……” 천상병 시인에 대해서 썼던 〈한겨레〉 칼럼을 이야기하며 적은 문장들은 생에 대한 긍정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쓰기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그건 타자를 위한 것이라고 나는 말했다. 병중의 기록들도 마찬가지다. 이 기록들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떠나도 남겨질 이들을 위한 것이다. 나만을 지키려고 할 때 나는 나날이 약해진다. 타자를 지키려고 할 때 나는 나날이 확실해진다”라는 선생의 확신에 찬 어조는 사랑에 대해서 아름다움에 대해서 감사에 대해서 말하기를 멈추지 않는 삶이 어떤 삶인지, 어떤 삶이어야 하는지 가늠하게 해준다. “아침의 피아노. 베란다에서 먼 곳을 바라보며 피아노 소리를 듣는다”라는 첫 문장을 시작으로 “내 마음은 편안하다”라는 마지막 문장까지 읽고 나면 선생과 함께 한 생을 살아낸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 책장 끝에서 우리는 비로소 “음악의 인간, 사유의 인간, 긍지의 인간이 된”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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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죽기위하여 잘 살아야한다_김 진영 <아침의 피아노>
나의 끝을 알고 살아간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이 책은 철학가인 저자가 암 선고를 받고 임종 3일 직 전까지 총 234일 간의 일기다
"슬퍼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슬픔은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니다."
"슬퍼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슬픔은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무겁고 흔들릴 시간이 없다. 남겨진 사랑들이 너무 많이 쌓여 있다. 그걸 다 쓰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병에 대한 면역력이다. 면역력은 정신력이다. 최고의 정신력은 사랑이다."
"분노와 절망은 거꾸로 잡은 칼이다 그것은 나를 상처 낼 뿐이다."
"그런 생각이 든다 그동안 내가 읽고 생각하고 확신하고 말했던 그것들이 진실이었음을 증명하는 시간 앞에 지금 나는 서 있다는 그런 생각."
"헨델의 <사라반드>를 듣는다 "마음껏 울게 하소서"라고 헨델은 노래한다. 헨델의 역설법 마음껏 운다는 건 마음껏 사랑한다는 것이다. 생 안에는 모든 것들이 충만하다.
눈물도 가득하고 사랑도 가득하다. 왜 생 안에 가득한 축복과 자유들을 다 쓰지 못했던가"
"한동안 눈뜨면 하루가 아득했다. 텅 빈 시간의 안개가 눈 앞을 가리고 그 안개의 하루를 건너갈 일이 막막했다. 그러나 오늘은 아침에 눈떠서 문득 중얼거린다. '안개를 통과하는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그건 일상이다. 일상을 지켜야 한다. 일상이 길이다. "
"삶은 향연이다. 너는 초대받은 손님이다. 귀한 사람답게 우아하게 살아가라"
"때와 시간은 네가 알 바 아니다 무엇이 기다리는지, 무엇이 다가오는지 아무도 모른다 모든 것은 열려있다. 그 열림 앞에서 네가 할 일은 단 하나. 사랑하는 일이다 "
"나는 안달복달하지 않는다 그동안 나의 몸은 얼마나 묵묵히 많은 일을 해왔던가. 나는 이제야말로 나의 몸을 사랑하고 믿을 때가 되었음을 안다"
"선한 사람이 된다는 건 온전히 기쁜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선함이 사랑하는 정신의 상태라면 기쁨은 사랑받는 육체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왜 기억하는가 그건 망각하기 위해서다"
"왜 쓰는가 그건 지우기 위해서다"
"왜 망각하고 지우려 하는가 그건 새로운 삶들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나의 존재 자체가 축복이고 그래서 사랑받을 자격이 충만함을 알게 하고 경험케 한 부모님에 대한 기억
자기 연민은 치졸하고 가엾다"
"나만을 지키려고 할 때 나는 나날이 약해진다 타자(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기록)를 지키려고 할 때 나는 나날이 확실해진다"
저자는 남아있는 삶 동안 줄곧 '사랑해야지' 얘기하면 서도 때로는 공허함을, 그리고 딱 한 번은 '살고싶다'는 간절함을 언급했다. 복잡한 감정들을 덤덤히 짧은 글로 표현 혹은 다잡아가며, '일상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을 지 나는 알 것도 같고, 아직은 헤아릴 수 없을 것도 같았다. 읽으면서 간혹 저자의 심정에 울컥하려고 할 때마다 '슬퍼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슬픔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니다'는 저자의 말을 기억하며 읽어나갔다
"내 마음은 편안하다"
결국 임종 3일 전, 저 한 마디 문장으로 저자가 지키고자 했던 기록은 마무리된다. 유독 저 짧은 문장에 시선이 오래 머문다.
'왜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는 막힘없이 여러가지 대답을 할 수 있다. 다만 '왜 잘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은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이젠 한 가지 답변은 확실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잘 죽기 위해서-
이 책을 통해 내린 내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