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샘달 2월이 시작 되었습니다.
열흘이상 겨울날씨 답지 않게 따뜻한 날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어르신들께 새해 인사를 다녀 오면서 보니까
나무들이 마치 예년의 3월초에 볼 수 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며칠간 비가 오고 명절에도 계속 겨울비가 내려서 땅도
강물에 있던 얼음도 다 녹은 것 같습니다.
이대로 그만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올까 걱정스러운 마음은
제가 농부이기 때문일테지요.
열일곱 무렵부터 이 즈음에 꼭 생각나는 어떤 글이 있어서
마음속으로 외워 보았습니다.
바로 김형석님의 에세이집에 나오는 글 인데요.
제목이 2월에 라는 것입니다.
집에 돌아와 일기를 쓰려고 앉았다가 혹시나 하고
옛날 일기장을 검색해 보니 몇년전 2월을 시작하면서
역시나 오늘과 같은 마음으로 썼던 글이 있어서
그대로 가져다 놓습니다.
그 당시는 사진 찍는 취미가 한창이어서
함께 넣어 둔 사진이 참 좋습니다.
그 열정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싶습니다.
2011년 2월 1일의 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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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닦아 온 추위가 목덜미를 싸늘하게 하는 어느날아침,
그 추위 때문에 갑자기 외로움을 느끼는 어느저녁에 가만히 외워보는 이름.
그 한마디말, 그 뭔가 새롭게 시작해 봐야 겠다는 이 말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새해 새날 그것이 가면 오지 않는게 세월이라
유행가적 발상에 따르지 않더라도 당신은 지금 새날을 향해
떠나야할 나이에 와 있습니다.
실패가 없는 청춘을 유망이라고 말하진 말기로 합시다.
희망은 희박할수록 청춘은 기구할수록 그 젊음과 희망의 참뜻을 알수있는 법입니다.
아무것도 두려워 하지 맙시다.
어떤상처에서도 새살은 돋아나는 법입니다.
지난해 떨어진 나뭇잎에서 봄이오면 새잎이 트는 것을 보지 않았습니까.
오래참고 기다려온 가슴을 열고, 봄을 기다리는 까닭은
거기에 사랑에의 예감이 있기 때문이기에
만남에 확신이 설것입니다.
지난 겨울이 가장 추웠던 사람들에게
그러므로 자신의 젊음이 그 입구에서부터
문이 닫혔다고 믿고 있을 사람들에게 이월에는 이런 편지를 쓰겠습니다.
문을 열고 나가 보십시요,
아직 얼어붙은 담장 그늘에는 지난 가을에 짚으로 싸준 포도나무가 있을 것입니다.
그때 당신은 알것입니다.
거기서는 벌써 봄이 시작되고 있음을 말입니다.
이 편지는 1980년 2월에 남편 아무렴이 군대에 있을적에 제게 보내준 편지의 일부입니다.
편지를 어찌나 잘 썼는지 그 내용이 너무 좋아서
읽고 읽고 또 읽고 해서 아예 다 외워 두었던 내용입니다.
희망이 생기고 새로운 시작의 힘이 불끈불끈 솟아나는 이 편지 때문에
남편에게 홀딱 반했지요.
결혼하고 몇년이 지나 김형석님의 에세이집을 읽다가 보니까 이게 웬일입니까
아 글쎄 제가 거의 10년간이나 남편의 글인줄 알고
사모했던 그 글이 거기에 다 있지 뭡니까~
조금 실망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런 글귀를 옮겨 적을 줄 아는 것도 능력이다라고 생각해서
지금껏 잘 간직하면서 겨울이 길고 좀 지루하다고 느껴질적에
꺼내서 한번씩 읽어 보곤 합니다.
그 글은 유명한 에세이작가가 썼지만 나 혼자만은 남편이 써준
희망의 연애편지로 고이 간직하지요.
시샘달 2월이 시작 되었습니다.
우리 조상님들은 어찌나 아름답고 현명하신지 열두달 이름도 참 이쁘게도 지으셧어요.
1월은...해오름달 - 새해 아침에 힘있게 오르는 달
2월은...시샘달 - 잎샘 추위와 꽃샘 추위가 있는 겨울의 끝 달
3월은...물오름달 - 뫼와 들에 물 오르는 달
4월은...잎새달 - 물오른 나무들이 저마다 잎 돋우는 달
5월은...푸른달 - 마음이 푸른 모든 이의 달
6월은...누리달 - 온 누리에 생명의 소리가 가득차 넘치는 달
7월은...견우직녀달 - 견우직녀가 만나는 아름다운 달
8월은...타오름달 - 하늘에서 해가 땅위에선 가슴이 타는 정열의 달
9월은...열매달 - 가지마다 열매 맺는 달
10월은...하늘연달 - 밝달뫼에 아침의 나라가 열린 달
11월은...미틈달 - 가을에서 겨울로 치닫는 달
12월은...매듭달 - 마음을 가다듬는 한 해의 끄트머리 달
어때요? 정말 우리말 열두 달 이름 너무 예쁘죠?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릴 겨울의 끝달이지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봄이 얼마남지 않은 때이기도 하지요.
위의 수필에 내용에서처럼 밖으로 한번 나가보세요
봄을 준비하는 나무들의 물오름을 만날 수 있을거에요.
시샘달 2월은 좀 더 부지런하게 시작합니다.
첫댓글 금자씨네 집에도 봄이 오는 소리
우리글처럼 좋은 단어는 이지구상 어느곳을 찾아도 없으리라 생각 합니다. 견우직녀달에 태어난 저는 행복합니다. 이리도 고운글을 만나는 행운을 오늘 만났으니까요. 고맙습니다.
^ . ^ ♥♥♥
예전에 썼던 글들을 다시 찾아보는 것도 대단한 재미인것 같아요
다시 손질해서 올릴때 새로운 느낌도 들고 추억도 새록새록,,,
즐감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