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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꽃에 취한 백두대간종주 9 (부항령-삼도봉-우두령)
2007. 12. 16. 맑음
산사랑방 홀로
일출 07:28 / 일몰 17:13 / 음력 11.7
▲가야할 1172봉과 석교산(화주봉)을 바라보며..
▣ 구간별 산행기록
07:10 부항령(삼도봉)터널 -산행시작-
07:20 부항령
08:00 (967봉)
08:30-08:40 백수리산(1034봉)
09:50 싸리재 갈림길
10:05 삼각점(박석산 1170봉)
10:10-10:20 목계단
11:23 해인산장 이정목
11:35-11:45 삼도봉(1176)
11:56 삼마골재
12:20-12:40 삼각점(1123.9봉)
12:58 밀목재
14:20-14:30 (1172봉)
14:45 숲실산방 안부
15:05 석교산(화주봉1207)
15:25 헬기장
16:00 우두령(질매재) -산행종료-
총 산행시간 : 19.85km(8시간 50분)
▣ 대간종주 거리 : 19.25km / 누적거리 173.40km
부항령→8.2←삼도봉→2.86←밀목재→4.64←석교산→3.55←우두령
▣ 접근(하산)거리 : 1km(삼도봉터널→부항령)
▣ 총 산행거리 : 19.85km / 누적거리 199.20km
▣ 식수위치 : 미확인(삼도봉에서 물한계곡 / 우두령목장 창고 앞)
▣ 위험구간 : 석교산 가기전 1172봉 로프구간
▣ 차량운행거리 : 90km (서대구-김천-거창3번국도-901번지방도 우두령 1시간 30분소요)
▣ 차량회수 : 우두령-부항령 30,000원(지례개인택시 백인수 011-819-1672)
※ 참고 : 967봉, 백수리산(1034), 박석산(1170), 1172봉, 석교산(1195)의 고도가
각 지도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더군요. 그래서 ‘고산자의 후예’가 발간한 백두대간지도를
기준으로 표기 하였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산행개요 (부항령-박석산-삼도봉-석교산-우두령)
부항령은 백두대간 고개 중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최북단 고개입니다.
부항(釜項)이란 지명은 고개동쪽의 마을 형국이 풍수지리상 ‘가마솥 같이 생겼다’하여
‘가매실’ 또는 ‘가목’이라 하다가 한자로 바꾸면서 부항이 되었다고 합니다.
삼국시대 때 무풍이 신라에 속할 때 덕산재, 소사고개와 더불어 변경을 잇은
주요통로였으며 부항령아래에는 현재 삼도봉터널이 지나고 있지요.
부항령을 지나 조금 더 내려가면 흑돼지로 유명한 지례면소재지가 있는데
산행 후 흑돼지 전문식당에서 먹는 숫불구이는 그 맛이 기가 막힌다고 하네요.
부항령을 지나면서 흑돼지를 안 먹고 가면 대간을 다시 해야 할 정도로
후회된다고 하니 꼭 드셔보시길 바라겠습니다.
저는 꼭지와 집에서 먹으려고 고기를 아예 한뭉티기 사들고 갔습니다.^^*
그 맛요?
안 먹어보고는 표현이 안됩니다.
꼭지의 무릎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서
지난번에 이어 오늘도 사랑방홀로 대간을 이어가게 됩니다. 쓸쓸하지만 어쩝니까?
걸어가는 꼭지의 뒷모습 대신
발가벗은 나무들이 스스로 하얀 꽃을 피워 앞 다투어 그 자리를 대신해 주었습니다.
대구에서는 우두령이 차량 접근이 용이하여 자동차는 우두령에 주차해두고
예약한 지례택시를 타고 부항령으로 이동하여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어제 밤에 눈이 내렸지만 새벽에 대부대(?)의 대간꾼들이 지난 후라 등로에는 러셀이 잘 되어있었고
길에 족적이 뚜렷하여 홀로 진행하기가 좋았습니다.
10시쯤 1170봉인 박석산에 도착했을 때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지금까지 산행을 하면서 그렇게 아름다운 하늘과 서리꽃을 보고 감동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사이로 펼쳐지는 막힘없는 조망, 파도처럼 밀려드는 산군들..
국립공원도 아닌, 무명봉의 대간 길
정상석 하나 없는 무명봉에서 만난 아름다운 정경이었기에 더욱 감동적이었고
축복받은 산행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하늘과 서리꽃
▲1170봉인 박석산을 오르며 바라본 가야산
▲삼도봉가는 길에 뒤돌아본 서리꽃 만발한 박석산(1170) 방향
▲1170봉인 박석산을 오르며 바라본 덕유산 향적봉
부항령에서 시작되는 산행기
대구에서 왜관-김천-거창방면 3번국도를 이용해 901번지방도 따라 우두령을 오른다.
어제 대구에도 비가 살짝 내렸는데 이곳에는 눈이 내린 것 같다.
급커브 도로 옆으로 응달진 곳은 빙판길이라 조심조심 운전대를 잡는다.
우두령터널 공터에 주차를 하고나니 예약한 택시가 올라온다.
택시 또한 빙판길에 어렵기는 마찬가지
조심조심 부항령에 도착하니 동이 트기 시작한다.
화장실 앞으로는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있다. 이미 새벽에 손님(?)들이 다녀간 것이리라.
아니라 다를까
산행준비를 하고 산문에 이르니 부지런한 대간꾼들의 흔적이 뚜렷하다.
길이 반질반질하여 마음속으로 그분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눈은 많지 않지만 러셀이 깨끗하게 되어있고 누군가 앞서서 걷고 있다는 안도감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서서히 날이 밝아오고 하늘이 붉은 기운에 싸여 용틀임하기 시작한다.
가끔은 바람이 능선을 넘나들며 반갑다고 소리를 낸다.
소리는 언제나 눈앞에서 다가온다고 하더니 아침햇살에 나무들의 그림자가 바쁘다.
산행하기 딱 좋은 날씨지만 아직은 몸이 적응하지 않아서 춥게 느껴진다.
모자를 다시 푹 덮어쓰고 온도계를 보니 영하 4도를 가르킨다.
조망은 없어 앞만 보고 걷는다.
낙엽위로 쌓인 눈을 밟으니 그 감촉이 너무나 좋다.
저 길 위로 꼭지가 늘 모델이 되어주곤 했는데.. 오늘은 나무들과 그 그림자가 모델이다.
▲가야산방향에서 떠오르는 일출
▲대덕산과 초점산 그 뒤로는 3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진 덕유삼봉산
▲가야산과 좌일곡령, 그리고 단지봉도 끼워달라 하고..
▲아침 햇살에 드리워진 나무그림자.. 그 위를 걸어가는 꼭지의 뒷모습이 그려진다.
우측으로 우회길이 보였지만 발자국 따라 능선으로 직진한다.
갑자기 오름이 미끄럽고 힘들어지는 것을 보니 967봉이 가까워짐을 느낀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희미하지만 주위의 산마루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와 더불어 하얗게 피어오르는 운무가 장관을 이룬다.
그 엷은 안개는 덕유산 향적봉을 휘감으며 거칠봉과 대덕산을 돌아나와 덕산재에서 머문다.
작지만 세 개의 암봉, 덕유삼봉산이 유난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빛난다.
이산 저산 이름을 잘 모르는 나도 알아 불 수 있을 정도로
삼봉산은 덕유에 붙어있어 눈에 잘 뜨인다.
멀리 있는 산들도 하나둘 시야에 들어온다.
부항령에서 967봉까지는 40여분
967봉의 미끄러운 급비탈을 내려와 30여분 오솔길을 걸으니 1034봉인 백수리산이다.
정상석이 없지만 조망이 좋아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가야할 박석산(1170)과 삼도봉, 멀리 석교산까지 막힘없이 조망되고 967봉을 기점으로 지금까지
넘어온 봉우리들이 서로의 높이를 뽐내며 운무속으로 솟아오른다.
특히 향적봉과 거칠봉, 엉덩이처럼 조화를 이룬 초점산과 대덕산의 모습은 환상적이다.
오늘의 종착지인 부드러운 능선같은 석교산(화주봉)은 오서오라며 유혹한다.
그들이 환히 보이는 바위전망대에 앉아 귤과 따뜻한 군고구마를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1034봉을 오르며 뒤돌아본 967봉과 그 뒤로 지나온 초점산과 대덕산, 그리고 덕유삼봉산과 향적봉
▲가야할 1170봉인 박석산과 우측의 삼도봉
▲1034봉에서 바라본 중앙 좌측으로 가야할 1172봉과 석교산(화주봉)
이른 새벽에 꼭지가 구워준 고구마, 은박지에 사 두었더니 아직도 따뜻하다.
암봉을 내려서니 경사가 가파르고 너무 미끄럽다.
다시 배낭을 열어 아이젠을 착용한다. 걷기가 훨씬 좋다.
진작에 착용할 걸..
요즘 같으면 산행전에 미리 아이젠과 스페츠를 착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리꽃.. 우리를 혼돈에 빠지게 하는 자연의 신비
10:05 박석산(1170봉)
박석산의 삼각점은 능선에서 우측으로 500m 정도 약간 비켜나 있다.
서리꽃이 만발한 산정은 온통 축제장이다.
하늘이 유난히 파랗고 맑아서 눈이 시리다. 가을하늘인들 이렇게 맑을 수 있으랴.
서리꽃은 운무 낀 흐린 날 보다는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맑은 날이 장관인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유리알처럼 맑게 빛나는 하늘과 서리꽃과의 조화
▲대덕산
▲덕유산 향적봉
▲대덕산과 뒤쪽 향적봉으로 이어지는 덕유산 주 능선
나목에 얼어붙어 피는 서리꽃과 유리알 같이 맑은 하늘
그 하늘사이로 펼쳐지는 산군들의 조망은 차라리 이 세상의 그림이 아니다.
언제 이러한 풍경을 보았던가.
처음은 소백산에서..
그리고는 덕유산에서 지리산에서...
그래, 많이도 보아왔지.
하지만 이름 있는 명산에서 만난 풍경과는 전혀 다른 감동이었다.
백두대간 어느 무명봉에서
이러한 풍경을 만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앙의 조그마한 점으로 떠오르는 팔공산
▲뾰족한 1172봉과 오늘의 종착지 석교산(화주봉)
▲파란하늘아래 서리꽃터널로 이어지는 대간 길..
▲삼도봉에서 이어지는 석기봉과 민주지산
가야할 삼도봉과 뾰족한 1172봉
멀리 부드러운 능선처럼 보이는 석교산까지의 마루금이 환상적이고
삼도봉까지는 서리꽃터널의 연속이다.
가야산은 늘 우측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게 하고
팔공산과 금오산도 서로 끼워달라며
고개를 내민다.
이에 질세라 대구 앞산과 비슬산도 마루금을 그으며 자신을 드러낸다.
▲길.. 서리꽃이 활짝피어 있다고 다 아름다운 길이 아니다. 이곳이 대간이기에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중앙의 작은 점으로 보이는 대구의 팔공산과 그리고 비슬산
▲인간미가 어우러진 계단을 내려다보며 바라보는 산마루는 또 다른 자연에 대한 감동이다.
너무나 아름답다.
약간은 추운날씨(영하 7~8도)지만 전혀 추위가 느껴지지 않는다.
바지호주머니속의 디카를 꺼내어 정신없이 셧더를 누른다.
몇 컷을 찍었는지 모르지만 엄청 많이 찍었다는 기억밖에 없다.
혼자 보기가 아까워 꼭지에게는 휴대폰으로 찍어 전송을 한다.
오늘의 짜릿한 감동은 오래오래 가슴에 남을 것이다.
자연은 가끔
이렇게 신비한 모습으로 우리를 혼동에 빠지게 하며 감동시킨다.
그런데 우리는 자연에 무엇을 해 주었는가.
수천톤의 원유가 서해바다를 황폐화시키고 지금 이 순간에도 대간의 마루금은 잘려나가고 있을 것이다.
그런 인간을 위해 자연은 오늘도 꽃을 피운다.
그 이름조차도 우리의 가슴을 서늘하게 도려내는 듯한 “서리꽃”
.........................................
▲가야할 1172봉과 석교산(화주봉)
▲수도-가야종주.. 그 중앙에 선 단지봉라인
▲자연과 인간미의 조화
▲더 이상의 수식어가 부끄러울 뿐이다.
▲삼도봉 가는 길..
습지같은 안부
나무계단이 참으로 운치 있게 설치되어 있고
주위의 나무들은 서리꽃을 뒤집어 쓴 채 또 나의 혼을 빼앗아 간다.
운무속에서 희미하게 솟아오른 팔공산과 금오산
가야산을 중심으로 우로는 단지봉라인이, 좌로는 대구 앞산과 비슬산라인까지 어슴프레 눈에 잡힌다.
하늘이 맑기 때문이리라.
이곳에서 삼도봉은 조망되지 않지만 저 서리꽃이 만발한 산마루를 올라서면
삼도봉이 지척일 것이다.
얼른 걸음을 옮기기에는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아
배낭을 내려놓는다.
또 하나의 군고구마를 꺼냈지만 이제 고구마는 식었는지 차가운 감촉이 혀끝에 머문다.
하지만 가슴속의 열기는 여전히 식을 줄을 모른다.
▲좋아하는 산죽과 서리꽃의 조화
▲바다에서 떠 오르는 섬 같은 1170봉인 박석산과 멀리 대덕산, 그리고 우측의 덕유산 향적봉
▲향적봉앞으로 길게 빧어내린 거칠봉라인도 유혹이다.
▲끝까지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는 가야산
▲대간을 밝히는 등불같은 리본들..
너무나 환상적인 풍경에 넋을 놓고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망각의 거울속에서 다시 내 모습을 찾은 느낌이다.
눈꽃터널을 지나니 임도길인데 눈이 덮여 분간하기가 힘들다.
조금 진행하다가
대간은 임도를 버리고 우측능선으로 이어진다.
뒤를 돌아보니
지나온 1170봉과 좌측으로 지리의 반야봉처럼 여인의 엉덩이를 닮은 대덕산과 초점산,
우측으로 멀리 덕유의 향적봉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그 봉우리를 내려서면 안부 4거리, 드디어 삼도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해인산장(해인리)까지 1.5km로 알고 있는데 이정목에는 0.5km로 잘못 표시되어 있다.
삼도봉을 오르는데 멀리 향적봉을 중심으로 광풍이 몰아치듯이 구름이 몰려든다.
지나온 능선과 봉우리들이 갑자기 자신들의 모습을 숨기기에 여념이 없다.
▲삼도봉에서 석교산(화주봉)까지
▲전라, 충청, 경상도를 아우르는 삼도봉
▲삼도봉 500m전 표기가 잘못된 이정목. 해인리 0.5km→1.5km로 수정해야
“백두대간” 꿈꾸는 자에게 꿈은 이루어진다.
11:35 삼도봉
흔희들 삼도봉중에서도 ‘원조삼도봉’이라 부르는 곳이다.
우리나라 삼도봉은 지리삼도봉과 거창 삼도봉, 그리고 영동 삼도봉이 있지만
경상, 전라, 충청 진정한 삼도를 아우르는 봉우리
부항령에서 삼도봉까지 8.2km, 4시간이 소요된 셈이지만 전혀 지루한 줄 몰랐다.
1170봉에서 삼도봉까지 탁 트인 조망이 함께해 주었고
200여장의 사진을 찍으며 계속되는 서리꽃터널을 걸었기 때문이리라.
삼도봉에는 오늘로서 3번째 이지만 겨울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걸어온 길을 뒤돌아본다.
덕유능선에 여전히 구름이 걸려있고 남쪽으로는 역광으로 시야가 흐리다.
하지만 가슴은 벅찬 감동으로 젖어든다.
꼭지와 2004년 여름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때의 추억이 떠오른다.
그때, 저 대간능선을 바라보며 “우리는 언제 저 길을 함 걸어 볼까”하고 장탄식을 했었다.
그만큼 백두대간 그 산마루가 너무나 아름답게 보였기 때문이다.
▲삼도봉에서 뒤돌아본 꿈의 대간
▲2004년 여름, 꼭지와 함께 바라보며 꿈을 품었던 대덕산방향의 아름다운 대간 길
▲충청, 전라, 경상 삼도의 화합탑이 세워져 있는 삼도봉
▲삼도봉에서 이어지는 민주지산
꿈속에서나 가능하리라 여겼던 백두대간
그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리산, 덕유산을 넘어 벌써 이곳까지 왔다.
우리의 축구가 그랬듯이 꿈을 꾸면 그 꿈은 이루어지는가 보다.
정말 감개무량하지만 꼭지와 함께 했다면 더욱 뜻 깊은 하루가 되었을 텐데..
빨리 회복되어서 함께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삼도의 화합탑 앞에서
지나는 산님에게 사진을 한 장 찍어달라고 부탁한다.
좀처럼 나의 인물사진을 찍지는 앉지만 오늘은 한 장 찍고 싶다.
꿈을 꾸었던 곳이기에..
삼도의 화합탑에 어울리듯 삼형제처럼 다정하게 솟아오른 석기봉과 민주지산, 각호산
툭히 하얀 눈을 이고선 채, 서리꽃으로 유혹하는 민주지산을 바라보니
금방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가야할 길은 반대쪽이다. 멀리 오똑한 1172봉이 손짓한다.
그 너머 석교산은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나 부드럽다.
▲가야할 1172봉과 부드러운 능선같은 석교산(화주봉)
▲조망이 좋은 삼마골재. 해인리 방향으로 가야산이 오똑하다.
마치 지그재그로 뱀이 기어가는 형상이다.
약간은 지루하게 느껴질 것 같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강약이 적절히 조화되어 고통과 희열의 대간다운(?) 면모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삼도봉에서 내려서는 급경사 나무계단은 예전 그대로라 보수의 손길이 아쉽다.
계단을 내려서니 삼마골재 4거리 안부, 해인리와 물한리 갈림길이다.
예전과 다름없이 이정목이 유별나게 큰 것이 특징이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좋다.
가야산과 그 옆으로 비슬산의 마루금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웅성대는 산님들과 떨어져 대간은 이곳에서 외롭게 직진한다.
헬기장을 지나 이정목이 세워져 있는 1123.9봉까지는 고도도 높고 20여분이 걸리지만
동네뒷산에 오르는 기분이 들 정도로 편안한고 부드러운 능선이다.
▲1123.9봉에 세워진 이정목
▲가야할 석교산은 멀기만 하고..
이정목이 하늘을 찌를 듯이 늠늠하게 세워져 있는 1123.9봉
하얀 설경의 민주지산도 보이고, 가야할 1172봉과 석교산은 아직은 멀게만 느껴진다.
지금까지 거의 먹지 않고 온 듯하여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꼭지와 함께 다닐 때는 틈틈이 쉬면서 먹곤 했는데 혼자일 때는 그게 쉽지 않다.
백도하나와 김밥 한 줄로 배를 달랜다.
아침을 먹지 않았는데도 김밥 몇 개를 먹으니 더 이상 목에 넘어가질 않는다.
먹는 만큼 간다고 하니 억지로라도 먹어야 한다.
조금 전에 만났던 산님 세분이 올라온다.
귤 좀 드시라고 권하니 사양을 하신다. 서울서 오셨는데 6시에 부항령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이분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1172봉까지 동행을 한다.
무명봉에서의 화려한 조망
14:20 1172봉
정상석은 물론 그 흔한 이름 하나 얻지 못한 무명봉이다.
하지만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어 막힘없이 펼쳐지는 조망은 산꾼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좌측 막기항산으로 시원하게 뻗어 내린 산줄기가 정겹다.
그 위로 따뜻하게 파고드는 오후 햇살덕분에 속살이 더욱 곱고 부드러워 얼른 달려가고 싶다.
그래서 대부분 대간을 하고나면 그 산줄기에 매료되어 정맥을 하고 지맥을 하는가 보다.
멀리 하얀 눈이 덮인 황악산이 무슨 생각을 그리 하냐며 어서오라고 손짓한다.
눈대중으로는 지척인 것 같은데 거리가 상당히 멀게 보인다.
가야할 석교산은 바로 코앞이다.
30여분이면 도착할 것 같다. 능선길도 부드러워 휘바람소리 저절로 날 것 같은 기분이다.
▲1172봉에서 바라본 막기항산과 황악산
▲석교산은 이제 30여분 거리로 다가온다.
▲1172봉의 숨겨진 1.2.3단 레벨의 로프구간.. 끝은 보이지 않는다.
따스한 양지쪽에 앉아 귤을 하나 먹고는 암봉을 내려선다. 바로 비스듬하게 로프가 하나 매달려 있다.
선답자들이 위험구간이라고 했지만
듣던것 보다 너무 숴워서 “뭐 요까짓 거.”하며 씩씩하며 밧줄을 잡는다.
그런데 어! 진짜는 그 다음부터였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직벽에 로프가 1,2,3단으로 쪼르륵 난이도를 조절하며 매댤려 있다.
아래로 바로 떨어지면 엉덩이가 부서지겠고, 좌측으로 미끄러져 떨어지면
생사를 장담할 수 없으니 서서히 고민이 된다.
누구 한 사람 도와줄 사람도 없지만 그렇다고 뒤돌아갈 수도 없고
일단 스틱부터 접어서 배낭에 꽂아 넣고 내려선다.
조심조심 평소실력대로.. 뭐~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무난히 내려올 거 같다.
할미봉보다는 쉬운 구간이었지만
어쨌든 조심해야할 구간임에는 틀림이 없다.
로프구간을 내려와 15분여 진행하니 안부에 빛바랜 안내판이 붙어있다.
<숲실산방 35분, 버스정류장 45분, 버스시간은 12시과 3시, 연락처 011-332-8118>
버스시간과 자신의 연락처까지 자세하게 적혀있어서 갑작스런 폭설이나 부상으로
탈출하고자 할 때 이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석교산에서 뒤돌아본 1172봉
▲작지만 앙증맞은 석교산 정상석
안부를 지나 서서히 오름짓을 한다.
석교산가는 길이 멀리서 보았을 때와 달리 만만한 구간이 아니다.
허헉대며 오른다. 봉분 없는 묘터에 올라서니 지나온 대간, 그 아름다운 능선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슴이 확 트인다.
정상에 올라서니 “석교산”아라는 앙증맞은 정상석이 세워져 있고
그 뒤로는 잡목이 에워싸고 있어서 진행할 방향으로는 조망이 되지 않는다.
황악산이 어디에 있는지..
우두령이 어디쯤인지.. 전혀 예측할 수가 없다.
▲리본찾기.. 오늘 가장 아름다운 이름의 리본은 분홍빛의 <도깨비 산우회>
▲다가올 미래의 행복(?) ‘황악산’인가요?
▲해거름의 옅은 그림자가 드리운 보송보송한 낙엽길
▲우두령의 표석과 차량포장매점
어차피 석교산에서 우두령까지는 한 시간 거리라고 했으니 정상석 사진만 찍고 바로 내려선다.
리본은 직진능선을 버리고 우측으로 이어진다.
야간에는 조심할 구간이다.
낙엽이 보송하게 쌓인 산길로 해거름의 옅은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하고
물기에 젖은 낙엽을 밟는 부드러움이 발끝에 전해진다.
잠시 후 철탑을 지나니 우두령의 표석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 일상의 세속이다.
하지만 천상에 머물렀던 시간들.. 오늘 그 행복을 우두령에 남긴다.
그후
‘지례’읍내에 들러 흑돼지 목살을 사서 집으로 향한다.
고기만 사려면 중원식육점, 현지 식당에서 먹고 가려면 소방서옆의 삼거리식당이
유명하다고 아침에 택시기사님이 얘기해주었다.
집에서 숫불에 구워 먹어보니 역시 소문대로 소고기처럼 육질이 연하고 맛이 기가 막혔다.
- 끝 - 감사합니다.
첫댓글 산사랑방님 혼자 보시기에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세상이었던 것 같군요. 곁님이 많이 생각나신 구간이기도 하였겠습니다. "서리꽃이 활짝피어 있다고 다 아름다운 길이 아니다. 이곳이 대간이기에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라는 글에서 님의 산사랑을 조금이나마 가늠하겠습니다. 빨리 쾌차하여서 부부가 늘 함께 하는 대간길이기를 조용히 기원드립니다. 우리는 어제 하늘재까지 갔다 왔습니다.
혼자 보기는 정말 아까운 구간이었습니다. 상고대 하면 덕유와 소백산이지만 그런곳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니 별로 감동을 받진않지요. 허나 인적없는 대간길을 걷다가 이러한 풍경을 접하니 그 감동은 몇 배로 커지더군요. 실크로드92 할 때 조그마한 비학산과 보두산구간에서 만났던 운해와 옅게 피어오르는 운무속의 조망은 지금도 뇌리에 생생합니다. 아마 그때와 같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벌써 하늘재까지 진행하셨다니 조령산구간과 부봉의 조망도 좋았을텐데 산행기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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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꽃 상고대.. 물론 겨울산행을 하면서 "오늘은 그 꽃을 보려나." 하고 누구나 생각은 하지요. 일부터 그것을 맞추기는 어렵던데 이번에는 행운이었습니다. 이것이 대간의 매력같기도 하구요. 오후 늦게부터 비가 내린다고 하지만 태백에는 눈이 내리겠군요. 새벽에 일찍 출발하면 러렐은 아우님 몫인데 걱정됩니다. 조심하세요.
부항령-삼도봉..... 그 구간의 겨울 풍경이 이토록 아름다운 지...... 눈길, 눈꽃길, 상고대, 가야산 쪽 조망..... 모든 것을 홀로산행을 하시면서 즐겼을 것을 생각하니 대간의 꿈꾸는듯한 행복이 따로 없습니다. 대문 사진을 고를려다가 얼마나 망설였는 지 모릅니다. 전반부의 모든 사진들이 적막한 겨울 아침 대간길의 서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네요. 저도, 두번이나 간 삼도봉에서 바라보아 대덕산 방향의 산길이 참 좋더라구요.....
아우님도 이러한 풍경을 좋아하듯이 나 또한 마찬기지지요. 250여장의 사진중에서 50여장으로 압축하고 그 중에서 대문사진 한 장을 고르려니 진짜 고민되더군요. 그래서 삼도봉가기전에 뒤돌아본 섬처럼 솟아오르는 박석산방향의 풍경과 지금의 대문사진중에서 꼭지와 아들보고 고르라 했더니 위의 목계단 풍경을 선택하더군요. 그래서 낙찰? 가야할 끝봉우리 석교산도 보이고 적당한 눈꽃도 있어서.. 그리고 삼도봉에서 바라보는 대간길은 언제 보아도 환상적입디다. 그 꿈을 향해 지금 가고있지만 말입니다. 아우님도 언젠가는 이 길을 걸어가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