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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 제대로 하기
영어부터 정복하라
지금까지 논의한 내용이 약간은 추상적이어서 현실감 있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독자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반복하는 느낌이 들지만 과목별로 구체적인 방법을 예시해 본다.
고등학교 2학년에 막 올라갔을 때였다. 그 해에 수석 졸업한 선배가 와서 공부하는 법에 대해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체격이 왜소했던 그 선배의 자신감에 찬 당당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그 모습만큼이나 그가 해 준 이야기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사실 필자가 받아들였고 지금 이 책에 기술한 많은 내용이 그 선배의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던 것 같다. 어쨌든 공부하는 법을 필자에게 명시적으로 이야기해 준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그야말로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그 선배는 얼마 후 운동권에 투신해서 대학을 떠났다고 들었다. 똑똑한 사람을 견딜 수 없게 만든 당시의 암울했던 시대상황을 반영한 것이리라. 아무튼 이 자리를 빌어 그 선배에게 감사드린다.
그 선배는 먼저 영어를 정복하고 수학, 국어의 순으로 공부하라고 권했다. 왜 순서가 그렇게 되어야 하는지는 잘 알 수 없다. 아마 가장 시간이 많이 들면서 일단 어느 수준에 오르게 되면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도 실력이 떨어지지 않는 영어과목의 속성 때문이 아닌가 한다. 아무튼 그렇게 공부해서 큰 지장이 없다고 생각되므로 영어부터 정복하기를 권하고 싶다.
국어를 잘 해야 영어를 잘 한다
앞서 지적한 대로 영어는 언어다. 영어를 잘 한다는 것은 언어구사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고, 언어 구사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남이 하는 이야기를 잘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남이 알아듣기 쉽게 조리 있게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영어는 외국인의 표현수단을 사용하는 것뿐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언어를 구사한다는 점에서 국어와 다를 바가 전혀 없기 때문에, 국어 공부하듯이 영어를 공부하면 될 것이고 국어를 잘해야 영어를 잘 할 수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즉시 국어성적은 좋은데 영어성적이 나쁘거나 그 반대인 학생을 떠올릴 것인데 그것은 개인적으로 공부를 한쪽만 열심히 했거나 또는 시험의 성격상 부분적으로 괴리가 나타나기 때문일 뿐이다. 고교수준의 국어에서는 이미 일상적인 의사소통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문(長文)의 이해를 묻거나 혹은 시나 고전(古典)의 문구를 묻게 되는 반면, 영어에서는 기본적인 의사소통이나 비교적 단순한 문장의 이해를 묻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앞서 지적한 대로 성격이 같기 때문에 대부분은 국어를 잘 하는 학생이 영어를 잘하게 된다. 이렇게 생각하면 영어를 공부하는 것은 색다를 것도 없이 우리가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국어를 이해한 방식을 쫓아가면 된다. 생각해 보자. 우리는 우리말과 글을 어떻게 배웠을까?
아기가 말 배우듯이 영어를 공부한다
아주 어려서 학교에 다니지도 않고 누가 따로 가르쳐주지도 않았지만 대부분의 아기는 자연스럽게 우리말을 배운다. 유치원에 들어가서는 이런저런 글을 읽고 쓰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글을 배우는 것이다. 이것을 기억하면 영어를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는데, 아기가 우리말을 배우는 것처럼 영어를 배우면 된다. 그것이 기본이다. 단지 주의 깊게 관찰을 좀 해봐야 할 것이다.
아기는 어떻게 말을 배우나? 그저 주위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을 따라 하면서 말을 배운다. 새로운 말을 들을 때 일일이 사전을 찾지도 않고 대강 그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고서는 여기저기 써보는 것이다. 때로 단어나 구문을 잘못 사용해 의미가 통하지 않기도 하고 엉뚱하게 갖다 붙여 웃기기도 하지만 곧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사용하지 않는 것을 깨닫고는 자신도 따라하게 된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렇게 배우는 방식은 매우 효율적인 방식임을 알 수 있다. 즉, 주위에서 많이 쓰이는 말은 상대적으로 기억하기 쉬울 것이고, 어쩌다 한번 듣는 말은 기억하지 않아도 의사소통에 큰 지장이 없다. 세상에 사용되는 수많은 말 중에서 가장 최소한의 말을 가지고 남의 뜻을 알고 자신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성장하면서 계속되는데,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서 필요한 단어는 그 일을 할 때 많이 들리기 때문에 언제나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단어와 구문을 먼저 확실하게 익히게 된다.
영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단지 우리말과 달리 주변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많이 접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이 쓰이는 중요한 단어나 표현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없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우리말을 배우는 것과 같다는 것을 이해하면, 가장 많이 쓰이는 유용한 표현들을 먼저 잘 익혀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많은 글을 보기보다는 좋은 글을 여러번 보라
이런 원리로 생각하면 많은 글을 보는 것보다는 좋은 글을 여러 번 보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다. 흔히 많은 대학생이 타임(Time)같은 시사잡지를 보면서 영어공부를 하고 있고, 고등학교 때부터 따라하는 학생도 있는데 이것은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물론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학생이라면 무방하지만, 괜히 남이 한다고 따라하면 좋지 않다. 필자는 영어 공부만을 위한 것이라면 대부분의 대학생에게도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 그야말로 시사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기 위한 것이라면 추천할 만하다. 경제학과 학생이라면 격조 있는 경제 평론지인 이코노미스트(Economist)지를 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조금 어려운 반면 내용도 좋고 문장도 수려하지만, 역시 영어 공부를 위한 것으로 추천하지는 않는다.
아마 많은 학생이 반문할 것이다. 이런 시사잡지를 포함하여 영어로 된 많은 책을 보기 위해 영어공부를 하는데 이런 글을 많이 보는 훈련이 왜 잘못된 것일까? 이것은 중학교 학생이 타임지를 보기 위해 공부를 하는데, 처음부터 타임지로 시작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중학교 영어 과정을 먼저 이해하고 나서 타임지를 보는 것이 나을지를 생각하면 저절로 해결이 될 것이다.
고교수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최소한 좋은 참고서를 2-3회 독해하기 전에는 타임지를 보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고교시절에는 어느 정도 기초가 닦인 이후에도 타임지를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굳이 새로운 문장을 보기 원한다면 오히려 단편 명작 소설을 보기를 권한다. 영어공부를 위해서는 현대적인 문장을 사용하는 명작이 좋기 때문에, 모옴(W. Somerset Maugham)이나 헤밍웨이(Ernest Hemingway)류가 예전부터 많이 읽혔다. 필자의 경우에는 현대적인 문장을 사용하며 담백한 기술을 하는 프롬(Erich Fromm)도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시 강조하건대 다양한 글을 보는 것은 최소한 기본적인 체계가 잡히고 난 이후에 하는 것이 원칙이다. 새로운 글을 보기보다는 자신이 보았던 문장을 한번이라도 더 보는 것이 영어실력을 배양하는데는 훨씬 낫다는 것이다. 자신의 실력도 모르는 채 남이 한다고 이것저것 따라하는 것은 공부를 망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좋은 글을 여러 번 보는 방법 중에서 최선이라고 알려진 것은 역시 교과서를 통째로 외우는 것이다. 교과서는 가장 중요한 표현을 많이 담고 있는 명문들을 모아 놓은 것이기 때문에 통째로 외울 가치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교과서보다 더 좋은 참고서는 없다.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면서도 한편으로는 지루하고 한편으로는 시간낭비 같은 생각이 들어 실천하기는 어려운 방법이다. 따라서 꼭 권하지는 않지만 굳이 외우기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이 원리를 응용하면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장 많이 보는 영어 참고서도 좋은 문장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데, 따라서 같은 참고서를 반복적으로 공부하면 저절로 좋은 글을 여러 번 보는 원리를 실천하는 길이다.
이것은 항상 명심해야 한다. 영어 실력을 늘이기 위함이라면 항상 본 문장을 다시 보는 것이 새로운 문장을 보는 것보다 낫다.
가끔이라도 큰 소리로 읽는다
다시 강조하건대 영어는 언어이기 때문에 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학생이 영어를 속으로 읽기만 하는데 이는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영어를 크게 소리내어 읽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전에는 외국사람을 접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제대로 발음을 배우기 쉽지 않았지만, 요즈음은 텔레비전에서도 음성다중방송을 하고 있듯이 쉽게 영어를 접할 수 있다. 아기가 주변의 말을 흉내내다가 저절로 말을 배우듯이 외국인의 발음을 따라하는 것이 곧 영어를 잘 배우는 길이다.
시간이 충분한 저학년 또는 중학교 시절에 영어로만 강의하는 학원을 다니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이다. 영어로 생각하는 훈련을 쌓는 동시에 그렇게 익힌 발음으로 영어를 큰 소리로 읽어 입에 익숙하게 하면 영어 공부가 훨씬 수월하게 된다. 다시 강조하건대 언어는 아기 말 배우듯이 하면 된다.
불행하게도 적은 시간을 투자해서 더 좋은 점수를 따야 하는 우리의 실정에 이러한 제대로 된 방법은 점수를 따는데 있어서는 시간을 너무 많이 쓰는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최소한 교과서의 목차라도 외워두고, 시간이 있을 때마다 반복해서 교과서의 문장을 큰 소리로 읽으면 좋다. 아무튼 참고서만 보면서 교과서를 경시하는 영어공부 방법은 잘못된 방법이다.
영어 발음의 강세가 중요하다
이런 이야기도 덧붙이고 싶다. 필자가 학창시절에 영어시험을 볼 때 가장 골치 아픈 부분이 발음의 강세(accent)에 관한 것이었다. 꼭 한 두문제씩은 포함되는데 항상 알쏭달쏭한 문제일 경우가 많았다. 그 수많은 단어의 발음을 다 기억할 수는 없는 것이어서 운에 맡기고 특별히 공부를 하지는 않았기에 확률상 서너번에 한번은 꼭 틀리는 것이었다. 아마 공부하기에 어려웠기 때문이었을텐데, 꼭 그런 문제를 포함시키는데 대해 불평을 늘어놓곤 했다. 도대체 모든 단어의 발음기호를 외우라는 것도 아니고 왜 이런 문제를 내나하는 식이었던 것 같다.
필자를 오랫동안 괴롭혔던 이 발음의 강세 문제는 같은 참고서를 2회 정도 읽고 나서 시험문제에 나오는 단어는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극복할 수 있었다. 그 다음에는 이에 관한 것은 잊고 지냈었다가 미국에 가서 생활을 하고 난 후 필자의 생각이 짧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영어는 우리말과는 달리 발음의 강세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수없이 많은 발음이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미국식과 영국식이 다르고 지방마다의 억양도 조금씩 다르고 흑인 발음은 또 나름대로 특색이 있었고, 아시아나 인도, 유럽 등지에서 온 외국인들은 원래 쓰던 자기 말의 발음 습관이 살아있어 독특한 발음을 구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미국인들은 그 모든 다양한 발음을 서로 잘 이해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발음의 강세가 같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정확하게 발음을 했음에도 그 강세가 틀리면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발음은 정확하지 않았지만 강세가 제대로 된 경우에는 잘 알아들었다.
이 모두 소리내지 않고 읽기만 한 공부를 한 탓이었다. 읽는 공부만 했으니 남의 발음을 신경써서 듣지 않았고 흉내내지도 않았기에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때서야 그렇게 고집스럽게 꼭 한 문제쯤은 발음의 강세를 포함시킨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이는 우리의 시험문제가 그런 대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반증도 된다. 아무튼 평소에 제대로 강세를 지켜가며 발음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실제로 회화에 있어 억양이 대단히 중요하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은 그런 대로 한국인의 억양에 익숙해져 있기에 우리 발음을 그런 대로 알아듣지만, 우리 억양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은 우리의 영어를 거의 알아듣지 못하는 것을 경험한 바 있다. 영어는 억양이 중요하며 올바른 억양으로 말하기 위해서는 각 단어를 발음하는데 있어 강세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잘못 강세를 주어 발음하면 문장 전체가 부드럽게 넘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관찰도 해 볼 수 있다. 최근 유행하는 미국의 랩(rap) 음악을 주의 깊게 들어 보라. 그저 읊어대는 듯 하지만 잘 들어보면 강한 박자에 단어의 강세가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랩 음악이 영어에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을 주는 것도 단어의 강세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듣기공부는 받아쓰기가 최고다
초등학교 때는 누구나 받아쓰기를 많이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저절로 우리말을 읽힌 것이다. 영어의 듣기 공부를 위해서 초등학교 때처럼 받아쓰기를 하면 되지 않을까? 우리 말 익힐 때처럼 영어도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최근 수능시험에 듣기 공부가 추가된 모양이다. 현재 고등학생들이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토플(Toefl)시험 대비를 하는 대학생을 지켜보면서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학생이 많지 않았음에 비추어 볼 때 많은 고등학생들도 큰 대책 없이 막연하게 영어를 많이 들으면 되겠지 라거나 미군방송(AFKN)을 많이 시청하면 되겠지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러나 어린 시절 우리말 듣기공부를 어떻게 했나 생각하면 곧 듣기공부의 왕도를 깨달을 수 있다.
초등학교 때 받아쓰기를 하면서 우리는 말을 정확하게 구사하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훈련을 쌓는다. 소리나는 대로 받아쓰면 되는 우리말이지만 처음에는 '롁'과 '뱁'을 구분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심지어는 발음으로 제대로 구별이 되지 않는 '蕁'와 '?'를 정확히 가려내기 위해서는 발음과 함께 사용되는 단어도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훈련을 통해 우리는 이제 쉽게 그 모든 말을 알아 듣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받아쓰기의 장점은 바로 그런 것이다. 수학문제를 스스로 풀 듯 영어를 받아쓰기 위해서는 귀를 곤두세우고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물론 처음에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더구나 무슨 내용에 관한 것인지도 모르는 문장이라면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어느 정도 받아쓰고 난 후에도 도저히 문법적으로 맞지 않는 문장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여러 번을 반복해서 들어도 분명히 'The apple are very red'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물론 교재를 찾아보면 당연하게 'The apples are very red'로 되어 있다. 다시 서너번 쯤 반복해 들으면 들린다. 아주 조그마하지만 분명한 '즈' 발음을 들을 수 있다.
유학 준비를 할 때의 경험을 되살려보면 불과 한 달만에 귀가 열렸었다. 물론 내용을 모르거나 모르는 단어가 많이 나오면 알아 들기 어렵지만, 토플의 듣기시험을 만점 받을 정도는 되었다는 것이다. 수능시험의 듣기도 한 달만 열심히 하면 충분할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그 과정은 매우 어렵다. 들리지도 않는 문장을 녹음기가 고장날 정도로 반복해 가며 다시 듣는 것은 매우 고역이다. 무슨 내용인지 몰라서 소음이 되어버린 웅얼거림을 듣는 것만큼 졸린 일도 없다. 처음에는 자신도 모르게 잠에 빠지기도 한다. 그것을 막기 위해 연필을 들고 완벽할 때까지 전체문장을 받아쓰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도 큰 원칙은 같다. 많은 새로운 문장을 들으려 노력하기보다는 들었던 문장을 반복해 듣는 것이 훨씬 효과가 빠르다. 많이 쓰이는 말은 어디서나 반복이 되기 때문에 듣기 공부 참고서 등에 있는 좋은 문장을 반복해서 듣고 받아쓰는 훈련을 통해 익히게 되면 그를 통해 다른 문장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실제로 우리말을 어떻게 듣나 생각해 보면 자주 쓰이는 말에는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상투어가 보통 한 70-80%는 될 것으로 생각한다. 모든 말을 똑 같은 강도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먼저 그런 상투어를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훈련을 쌓은 후에 실제 남의 말을 들을 때는 그런 상투어를 제외하고 핵심적인 용어로 구성된 20-30%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다. 영어도 그렇게 듣기 위해 좋은 문장을 완벽하게 들어 상투어에 익숙해지라는 것이다.
수능시험은 단문만 듣고 이해하면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지만, 나중을 위해 참고로 말하자면 영어를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한 단계를 더 거쳐야 한다. 그것은 오랫동안 듣는 훈련을 쌓아야 하는 것이다. 귀가 어느 정도 예민해져서 웬만한 문장을 받아쓰는데 문제가 없게 된 후에도 영어를 주의깊게 듣는다는 것은 매우 피곤한 일이다. 자연히 10분을 넘어가면 대부분의 경우 주의력이 떨어져 영어가 잘 들리지 않는다. 토플 시험을 볼 때 많은 학생이 초반에는 답을 잘 맞추다가 후반에 가서 많이 틀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피로 현상 때문이다. 평소 꾸준하게 듣기 훈련을 쌓으면 저절로 습관이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한 번 받아쓰기를 시작하면 여러 시간 동안 하는 훈련도 중요하다.
우리의 교육제도가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지만, 학생들이 현명하게 대처한다면 상당한 정도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영어 공부가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우등생을 키우는 공부라는 비판이 많다. 그렇게 오래 영어를 공부하고서도 영어를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필자 역시 잘못된 교육제도의 희생양일 것이다. 그러나 5년간 미국에서 생활하였지만 고단한 유학생활 때문에 미국인과 대화를 많이 하지 못한 필자는 아직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 그만큼 외국어 배우기는 끊임없는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고 힘든 일이다.
그러나 그런 이면에 우리는 끊임없이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우리 식의 방법을 찾아 내 왔다. 우직한 받아쓰기 역시 유학을 앞두고 갑자기 듣기 공부를 해야 하는 절박한 환경에서 최선의 방법으로 고안되고 전해 내려온 방법이다. 필자보다 1년 앞서 유학을 떠난 선배가 알려주었고, 필자도 후배들에게 흔쾌히 전해 내려주었다. 우리는 우리 식으로 큰 어려움 없이 토플 시험에 우수한 성적을 받고 그렇게 듣는 능력을 향상 시켜온 것이다. 제대로만 공부하면 어떤 상황에서든 훌륭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좋은 방향으로 학생을 유도하기 위해 시험을 비롯한 전반적인 제도를 잘 고안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루 빨리 우리의 외국어 교육에 대대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영어는 지루하다
특히 처음 영어 공부를 하면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중학교 때와는 달리 이제 제법 긴 문장을 접하게 되는데, 직독직해를 하기 위해서는 영어로 생각하고 느끼고 이해해야 하는데 이것이 처음에는 무척 힘들다. 자연히 이유도 없이 영어 공부만 하면 졸린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영어공부는 매우 지루하거나 혹은 자신의 의지를 탓하게 되는데 사실은 처음에는 누구에게나 그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공부의 특성에 대해 이해하면 이런 문제를 오히려 쉽게 해결할 수 있다.
필자가 토플시험을 보았을 때의 경험이다. 3시간 이상 보는 시험인데 나중에 많은 학생이 조는 모습을 보았다. 이들은 영어에 숙달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인데 특히 듣기 시험의 경우에 알아들을 수 없는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곧 피로하게 된다. 익숙하지 않은 영어를 몇 시간씩 보고 듣는 것은 지루한 음악을 몇 시간씩 듣고 있는 것과 같으니 졸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영어공부를 하면 졸립게 된다. 영어로 생각하는 것이 제대로 숙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에 진학하면 원서를 보아야 할 경우가 있다. 여러 시간동안 영어를 보는 것이 숙달되어 있지 않다면 곧 집중력이 떨어지게 되고, 당연히 그 원서를 보고 내용을 익히는 것은 불가능하게 된다. 영어 문장을 오랫동안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지 않는다면 영어실력의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2가지 방법을 권고한다. 첫째는 매우 우직한 방법으로 생각되겠지만 영어가 지루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오래 열심히 공부하라는 것이다. 앞서 지적한 대로 처음에는 영어로 생각하는 습관이 들지 않았기 때문에 지루한 것이다.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 학생은 영어로 생각하지 않아 잘못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반증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루한 것이 오히려 정상적이라고 생각하여 참고 오랫동안 영어를 공부하면 점차 영어로 생각하는 것이 습관이 들게 되고, 곧 지루함이 자신도 모르게 사라지게 될 것이다.
두번째는 습관을 들이는데 있어서는 점진적인 방법을 택하는 것이 지루함을 줄여줄 것으로 본다. 처음에는 서너 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단문을 위주로 공부하는 것이 좋다. 서너 개의 문장을 손쉽게 이해할 정도로 습관이 되면 점차 중문, 장문으로 이해를 넓혀 가는 방법을 쓰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문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서너 개의 문장으로 구성된 단문을 공부하는데서 영어 실력이 크게 향상되는데, 이는 아기가 처음에는 외마디 소리나 지르다가 단어를 배우고, 문장을 배운 후에는 간단하게 서너 개의 문장을 연결하는 식으로 말을 배우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처음에 다음과 같은 순서로 단문을 공부하여 큰 효과를 보았다.
① 먼저 읽는다. 큰소리로 읽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되지 않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죽 읽는다. 모르는 단어가 있어도 중단하지 말고 읽어 나간다. 처음에는 천천히 읽지만 숙달이 되면 빨리 읽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 읽었다면 책을 놓고 생각해 본다. 그 서너 문장 속에 어떤 내용이 있는가를 정리해 본다. 처음에는 단어도 모르고 구문도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기에 이해가 잘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아는 단어와 표현을 중심으로 어떤 내용일까를 궁리해본다.
많은 학생이 한 단어라도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전체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아예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매우 잘못된 방법이다.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모르는 단어가 포함된 단락의 취지가 무엇인지 느껴보려고 노력하는 사이 실력이 는다. 우리 글을 읽을 때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문 사설에는 뜻 모르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을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서너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모른다고 해서 사설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지장을 받지는 않는다. 오히려 문장의 내용을 보고 모르는 단어의 뜻을 익히기도 한다. 바로 이것이다. 영어에서도 전체 내용을 이해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모르는 단어의 뜻을 짐작하는 수준이라면 영어를 잘하는 것이다.
필자는 주장한다. 모르는 단어가 많이 포함된 문장을 잘 이해하는 것이 바로 영어를 잘하는 것이라고, 심지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느낌을 가질 수 있다면 더 잘 하는 영어로 평가할 수 있다.
② 하나 하나 분석하면서 다시 읽는다. 이 때 주의할 것은 대부분의 참고서가 이미 설명이나 주석을 달아 놓았지만 그것을 보지 않고 스스로 사전만 찾으면서 분석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구문이 이해가 잘 되지 않을 때는 다시 해당 문법을 설명해 놓은 부분으로 가서 공부하는 것이 좋다. 스스로 분석하려 할 때 머리를 쓰게 되고 이렇게 해야지만 기억이 오래 간다는 필자의 주장을 기억하기 바란다.
모르는 단어는 반드시 사전을 찾아야 한다. 사전에 표시를 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생각한다. 서너 번 표시를 해 두었는데도 기억이 나지 않을 때 좀더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영영 사전을 보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인데 시간이 너무 걸려서 지루하게 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굳이 영영 사전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영영 사전을 보는 이유는 그 단어를 포함하는 문장을 좀더 익히기 위한 것인데 부족하나마 참고서에 나온 문장을 익히면 되기 때문이다.
즉 단어를 익히기 위해 문장을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보통은 문장을 해석하기 위해 단어를 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장 속에서 익히지 않는 단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러한 과정에서 절대로 단어를 외울 필요가 없다. 그저 이해하면 되는 것이다.
③ 이제 어느 정도 내용이 이해되었다면 참고서에 있는 주석이나 설명을 보면 된다. 아마 대부분은 이미 자신이 단어를 찾았기에 알고 있을 것이다. 문장구조도 이미 참고서의 해당부분을 보았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주석이나 설명에 새로운 내용이 있다면 그 부분은 정리해 두면 될 것이다.
④ 이제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쭉 읽는다. 그리고 처음에 느꼈던 느낌과 비교하면 좋을 것이다. 이렇게 공부하면 한 번 공부하는데 서너 번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읽게 된다.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보는 것이 영어 공부의 지름길이고 모든 언어를 배우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렇게 반복해서 본 문장을 바탕으로 해서 새로운 문장을 이해하는 것이 영어이다. 따라서 항상 새로운 문장이 나올 때는 스스로 느낌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또 그 문장을 반복해서 보아 익히고 이제 좀더 많은 문장을 익힌 바탕으로 새로운 문장을 익히는 것이다.
참고서는 이렇게 본다
이제 앞에서 논의한 내용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먼저 가장 많이 보는 책 한 권을 제외하고는 모두 버리라는 일반론을 기억하자. 일단 한 권을 선택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보아야 하는데 역시 목차를 외우는 것이 중요하다. 목차를 외움으로써 자신이 공부할 내용의 대강을 이해하게 된다. 문법사항도 외우려고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예시된 문장을 통해 문법의 내용을 이해하면 된다. 단지 항상 문장을 볼 때 문법적으로 이해가 잘 되지 않은 부분이 생기면 해당 문법 설명부분으로 가서 다시 참조한다.
여기서도 경제적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다. 어떤 문법 사항은 쉽게 이해되는 것이 있다. 그런 것까지 외울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어떤 부분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여러 번 찾아보고서도 계속 혼동이 된다면 한 번쯤 시간을 내서 참고서의 내용을 깡그리 외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이렇게 외우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정리되고 이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많은 부분을 외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루하지도 않다.
마찬가지로 서너 단락으로 구성된 중문을 중심으로 해서 쭉 읽어나가는 훈련을 한다. 공부하는 방법은 단문과 동일하다. 단지 처음에는 중문을 볼 때 집중이 되지 않던 것이 이제쯤이면 훨씬 수월하게 읽을 수 있을 수준일 것이다. 사실은 대부분의 참고서가 그렇게 구성이 되어 있기 때문에 차근차근 순서대로 공부해 가면 저절로 단문에서, 중문, 장문으로 이어지며 숙달되게 된다.
지루하게 여겨지는 사람이라면 처음에는 단문을 위주로 하여 장문을 생략해 가며 뒷부분까지 공부하고 2회 정도 읽었을 때 차근차근 공부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지만 영어의 경우에는 빼놓지 않고 공부하는 것이 집중하는데 더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번역하지 마라
영어공부를 하는데 있어 절대 명심해야 할 것이 번역을 하지 않는 것이다. 영어를 번역하지 않고 무슨 공부를 하느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다시 아기가 말을 배우듯이 영어를 배워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기가 말을 배울 때 번역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이미 직독직해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것은 영어를 제대로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인데, 경험해보지 않은 학생은 쉽게 실감하지 못해 이해시키는데 애를 먹는 부분이다. 그런 이유로 앞에서 단문에 대해 논의할 때 쭉 읽어 나간 후 내용을 생각해 보는 방법을 강조한 것이다.
단어를 외우지 마라
많은 학생이 실감하지 못하는 것 중의 하나가 단어를 외우지 말라는 것이다. 이것 역시 설명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진정 단어를 외우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물론 필자도 많은 단어를 외웠고, 영어 공부를 하는데 집중이 잘 되지 않으면서도 책상에 앉아 있으려고 노력할 때 특히 많이 외우려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단어의 뜻 또는 최소한 그 느낌은 기억하고 있어야 문장을 이해할 수 있는데, 어떤 단어는 이상하게도 잘 기억이 되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외우는 수밖에 없었다.
특히 유학을 준비하면서 GRE공부를 할 때 많은 단어를 외웠다.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학술 용어를 포함하여 어려운 단어를 많이 요구했기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이 때 외웠던 단어가 요즈음 대학생이 많이 보는 22,000이나 33,000류의 단어를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주장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GRE시험 대비를 위한 참고서는 미국에서 발행된 것인데, 단어를 정리해 놓은 부분에는 반드시 문장이 곁들여져 있었다. 지금도 가지고 있는 그 책을 보면 첫 단어가 이렇게 설명되어 있다.
abase v. lower; humiliate. His refusal to abase himself in the eyes of his followers irritated the king who wanted to humiliate the proud leader. abasement N.
간단한 문장이지만 반역의 지도자가 정부군에게 잡혀 무릎을 꿇고 있고, 국왕이 직접 문초하는 장면을 연상시키고 있다. abase oneself식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알려 주고, humiliate와 대비하여 자연스럽게 그 뜻을 기억하도록 배려한 예시문이다. abase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이런 장면을 연상하여 뭔가 굴욕적인 뜻을 지니고 있음을 기억하도록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그것도 굳이 단어를 외울 필요가 있을 경우에 한해서.
반면에 우리 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단어장에는 아마 이렇게 되어 있을 것이다.
abase : 지위를 낮추다, 창피를 주다
이런 식으로 많은 단어를 외우는 것은 기억하기 쉽지 않을 뿐 더러 직독직해를 방해하는 역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굳이 단어장을 만들려거든 이 단어가 처음 나왔던 문장까지 옮겨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그럴 필요도 없지 않을까? 원래 문장이 나왔던 곳에 간단히 메모해 두고, 다시 그 문장을 반복해서 보면 될 것이다.
영어에 자신이 있거나 대학에 입학하고 난 후에 시간이 충분하다면 워드 파워(word power)류의 단어 공부는 필요하다고 본다. 단어의 어원을 분석하고 유사한 단어를 정리해 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런 공부를 통해 처음 보는 단어라도 그 단어가 주는 느낌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abase의 경우도 정확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a의 접두어를 통해 base라는 단어를 동사화 했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러나 사전은 많이 찾아본다
그러나 사전은 반드시 찾는다. 필자의 경우 참고서의 풀이보다는 사전을 찾는 것이 오히려 기억하기가 좋았다. 특히 다양한 용법과 의미에 대해 신경을 써 둬야 한다.
후에는 사전에 표시를 해두는 방법을 이용한 것이 효과를 보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처음 참고서를 1회독 할 때는 검정색으로 밑줄을 쳐 둔다. 모르는 단어가 있어 사전을 찾았는데 밑줄이 쳐져 있다면 언젠가 본 단어를 잊어버린 것을 의미한다. 두번째는 동그라미를 쳐 두고, 세번째 나오면 별표를 해 두는 식으로 표시를 했다.
참고서를 2회독 할 때는 색깔을 바꿔서 같은 방법으로 표시를 했다. 이상하게도 어떤 단어는 쉽게 기억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점차 표시가 많은 단어에 대해서는 좀더 신경을 쓰고 남들 단어 외우듯이 외우기도 했다. 이 역시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가려서 중요한 것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이 된다. 이제 어느 정도 기초가 잡힌 다음에는 녹색으로 표시를 하는 등 계속 색깔을 바꿔가며 사전에 표시를 했다.
나중에 모르는 단어가 나왔을 때 사전을 찾아보면 나름대로 판단이 섰다. 거의 쓰이지 않는 단어가 우연히 나온 것인지, 자주 쓰이는 단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인지 쉽게 구별되었다. 자연히 단어의 구분에 맞게 노력을 기울이게 된 것이다.
시험도 느낌으로 치른다
필자는 영어 시험을 볼 때 느낌에 많이 의존했다. 오지선다형 문제라면 척 보는 순간에 맞고 틀린 것을 가려내려고 했다. 일단 느낌으로 고르고, 그 다음에 구체적인 이유를 생각해 냈다. 예를 들어 틀린 것을 골라내는 문제라면 먼저 느낌으로 답을 찾은 다음 문법이 틀렸다거나 전치사가 틀린 것을 찾아내면 거의 답이 맞았다고 간주할 수 있었다. 이것은 순간적인 판단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단 10초면 답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답은 거의 검토해 볼 필요도 없었다. 상당히 많은 문제를 이런 식으로 푸니 항상 시간에 여유가 있었다.
이런 느낌은 문장중심의 공부를 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같은 문장을 반복해 보아 두었기 때문에 이미 상당한 유형의 문장을 자동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문장을 볼 때마다 아마 그 머리 속 유형들을 하나씩 순간적으로 대입해 보고, 잘 맞지 않으면 문장이 이상하다는 느낌을 가지는 것이다.
물론 느낌은 있는데 그 느낌을 뒷받침할 만한 이유를 찾을 수 없거나, 드물지만 느낌조차 가질 수 없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런 경우에는 별 수 없이 하나 하나 분석하는 수밖에 없다. 결국 분석이 되지 않는다면 느낌으로 찍을 수밖에 없지만 대부분 옳은 답을 고를 수 있었다. 그리고 시험이 끝나면 다시 그 느낌을 뒷받침하는 이유를 찾아내어 확실하게 정리해 두는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평소에 직독직해를 해 왔기에 문장을 읽는 속도도 많이 향상되었기에 장문의 경우도 시간에 쫓기지 않고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외우는 공부, 번역하는 공부를 하는 학생은 고급과정으로 갈수록 읽는 속도에서 뒤쳐지기 때문에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이라도 빨리 비효율적인 공부에서 탈피해야 한다.
외우는 공부를 하는 학생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결국 언어는 이렇게 그 의미를 어렴풋이 느끼면서 배우는 것이다.
영어는 재미있다
최근 재미있게 본 영어 표현 중의 하나로 Monday morning quaterback이라는 말이 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라 의아해 했으나, 현대 영어를 잘 설명해 놓은 큰 사전을 찾아보니 뜻이 나와있었다. 우리 식으로 이야기하면 월드컵 축구 경기를 보고 감독이 어떻게 했어야 했다고 소리 높여 주장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를 꼽으라면 단연 미식축구이다. 가을에서 시작해서 토요일에는 대학팀, 일요일에는 프로팀이 경기를 한다. 미식축구에 있어 공격의 핵은 쿼터백인데 감독의 전술에 따라 전 선수를 지휘하는 야전사령관의 역할을 한다. 상대 수비의 허를 찔러 다양한 작전을 구사하는 것을 보며 박진감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주말에 경기를 보고 나서 월요일에 출근을 하면 너나 할 것 없이 그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런 자리에는 언제나 미식축구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의 전문가인 양 떠들어대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사람이 나서서 마지막 순간에 긴 패스 대신에 중앙돌파를 했어야 이길 수 있었다는 등 떠들어대는 모습에서 Monday morning quaterback을 연상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나게 마련이다. 남이 어떤 결정을 내리거나 일을 할 때는 조용히 있다가 뒤늦게 나타나 비평과 불평만 늘어놓는 사람을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사람을 일컬어 Monday morning quaterback으로 부르는 것이다.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누구인가 처음 사용했을 것이고 많은 사람이 그럴 듯하다고 생각해 통용되다 보니 사전에 실릴 정도로 일상적인 용어가 되었을 것이다. 미식 축구에 열광하는 문화가 없었다면 이해할 수 없고, 만들어지지 않았을 용어이다.
이처럼 언어에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배어있다. 누군가 말하기를 새로운 언어를 하나 배운다는 것은 새로운 문화를 하나 이해한다고 했다. 영어를 통해 우리는 이 국제화된 사회에서 새로운 문화를 이해하는 수단을 얻는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새로운 문화에는 흥미를 느끼게 된다. 배낭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짜릿한 쾌감을 새로운 언어를 하나 배움으로써 느낄 수 있다. 배낭여행을 다녀 온 학생이 영어에 더 흥미를 느낀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데, 스스로 그 필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제대로만 공부하면 영어는 재미있다. 새로운 세계로의 초대권을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글을 보라
앞에서 이야기한 것은 어디까지나 시간이 부족한 가운데 영어의 기초를 튼튼하게 하면서 점수를 올리는 방법을 이야기 한 것이다. 국어공부 하듯이 영어공부 하라는 일반론에 비추어서, 독서를 많이 하면 국어를 잘 할 수 있듯이 영어공부를 잘 하는 최선의 방법은 좋은 문장을 많이 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명작 소설이나 명문으로 알려져 있는 다양한 글을 원서로 읽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대부분의 좋은 글에서는 같은 표현들이 반복되기 때문에 많은 글을 읽다보면 저절로 좋은 표현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앞에서 밝힌 대로 많은 글을 보기보다는 좋은 글을 여러 번 보는 것이 더 나으므로 처음에는 좋은 글을 여러 번 보면서 기본을 삼고 점차 다양한 글로 넓혀 가는 방법을 써야 한다. 고교시절에도 취미생활 하듯이 영어 원서를 읽는 등 많은 시간을 들일 용의가 있다면 그런 공부가 가능할 것이고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런 최선의 공부를 할 수 없는 환경이기에 차선책으로서 참고서 위주의 공부를 하는 방법을 설명한 것이다.
대학에 들어가면 반드시 그런 기회를 갖도록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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