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체부암, 뚜렷한 원인 없지만 비만여성 위험 높아…유전 영향도 안전한 성생활·영양섭취 신경 써야
자궁암은 난소암과 더불어 대표적인 부인암의 하나다. 그러나 부인만 걸리는 병으로 오해해선 안된다. 20~30대 미혼여성 환자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3500여명이 자궁암 진단을 받는데 암 전단계로 판정받는 이까지 합치면 그 수가 수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자궁은 임신과 출산을 담당하는 신체기관으로 ‘여성의 상징’으로 통한다. 제거해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당사자는 육체적·정신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 자궁암과 자궁경부암, 서로 다른가?=자궁암이란 자궁에 생긴 악성 종양으로, 크게 자궁경부암과 자궁체부암으로 나뉜다. 자궁경부는 자궁의 입구 부분을, 자궁체부는 자궁의 몸체를 말한다. 예전에는 자궁경부암을 자궁암이라 부르기도 했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자궁암의 90%가 자궁경부암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자궁경부암은 조기검진 기술의 발달로 환자가 줄고 있는 반면 자궁체부암 환자는 되레 늘어나고 있다. 자궁체부암은 자궁경부암과 원인·증상·특성이 전혀 다르다.
◆ 자궁암, 왜 걸리나=자궁체부암의 발병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전적 요인 또는 비만과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만인 여성은 일반 여성보다 자궁체부암 발생 위험이 2~11배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달리 자궁경부암은 원인이 명확하다. 대부분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 바이러스는 주로 성적 접촉에 의해 옮겨진다. 자궁경부암은 발병 연령이 과거보다 낮아지는 추세인데, 첫 성관계 시기가 빨라진 데다 성생활 개방 풍토가 확산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인유두종 바이러스(HPV)란?=사람(人)에게 젖꼭지(乳頭) 모양의 종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종류는 100가지가 넘는다. 이중 대다수는 감염 때 손가락이나 생식기에 사마귀를 유발하는 종으로 자궁경부암과는 관련이 없다. 바꿔 말해 인유두종 바이러스 보균자라고 반드시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15가지가 있다. 특히 16형과 18형 두 종류가 전체 발병 원인의 약 70%를 차지한다. 인유두종 바이러스와 자궁경부암의 상관관계는 흡연과 폐암, 간염과 간암의 관계보다 훨씬 밀접하다.
◆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 꼭 맞아야=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만 피하면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2016년부터 만 12세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백신을 2회 무료접종하고 있다. 백신은 성경험이 없을 때 접종해야 가장 효과적이다. 그 이후로는 효력이 다소 떨어질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만 45세 이하라면 접종을 권한다.
무료접종 백신은 현재 2가와 4가 두가지가 있다. 2가 백신은 자궁경부암 발병 원인의 70%를 차지하는 16형과 18형에 예방 효과를 가진다. 여기에 곤지름을 유발하는 6형과 11형에 대한 면역력도 키워주는 것이 4가 백신이다. 최근에는 16형·18형·6형·11형은 물론 31형·33형·45형·52형·58형 감염도 막아주는 9가 백신이 개발됐다. 이 백신은 무료접종 지원 대상은 아니지만 자궁경부암을 90% 이상 예방할 수 있다.
여성과 함께 남성도 접종하면 예방에 조금 더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정부 예산이 한정돼 있어 남성에 대한 백신 무료지원은 시행되지 않고 있다.
◆ 백신 외 질세포진 검사 등으로 예방=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을 맞았다고 자궁경부암에 절대 안 걸리는 것은 아니다. 백신의 효력이 100%가 아닌 데다 드물지만 인유두종 바이러스와 무관하게 자궁경부암에 걸리는 경우도 있어서다. 이 때문에 만 20세 이상은 정기적으로 질세포진 검사 등의 조기검진을 받는 게 좋다. 질세포진 검사는 처음에는 조금 거북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1~2분이면 끝난다.
이와 함께 무분별한 성관계를 갖지 않고, 비타민A·비타민C·카로틴·엽산 등이 풍부한 채소나 과일을 많이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자궁체부암의 경우 원인이 불분명한 만큼 예방법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단, 비만일 경우 위험이 커지므로 평소 체중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 자궁경부만 절제한 경우는 출산 가능=자궁경부암 치료법은 수술·방사선·항암화학요법 등이 있다. 암의 진행 정도에 따라 달라지며 연령, 향후 출산 여부 등이 추가로 고려된다. 상피 내에만 암세포가 있는 0기암은 자궁경부의 일부를 도려내면 돼 임신과 출산이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지만 1기 이상에서는 보통 자궁절제술을 실시한다. 자궁경부를 넘어서 주변까지 암세포가 퍼졌을 땐 항암제요법과 동시에 방사선요법을 시행한다. 이러한 치료를 받으면 임신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초기 암이면서 임신을 원하는 환자에게는 자궁체부는 놔두고 자궁경부만 절제하는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40~60%가량은 출산할 수 있다. 자궁체부암 치료에도 수술·방사선·항암화학요법 등이 쓰인다. 또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병이므로 여성 호르몬 억제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서상수 국립암센터 자궁암센터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자궁경부암·자궁체부암·난소암 환자의 수술과 항암 치료에 매진해왔다. 2014년부터 국립암센터 자궁암센터장을 맡고 있다. 사진=김덕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