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는 논의 사투리로, [우묵배미]는 [우묵한 논]이라는 뜻이며 난곡동의 옛 지명이 우묵배미다.
난곡 7동은 서울시 최대의 달동네였다.
우묵배미의 사랑은, 가난하고 못난 사람들의 질척하고 우수꽝스런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우묵배미 역시 그런 사랑을 이야기한다.
우묵배미가 뜻하는 음침하고 비밀스런 그런 사랑일지도 모른다.
박중훈은 상대 배우 최명길의 연기로 겨우 빛을 보았다.
박중훈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데, 유일하게 좋아하는 영화다.
나는 단연 한국영화의 秀作이라고 말하고 싶다.
배일도는 시골에서 구박덩이로 크다가 일찌기 집을 나와 갖은 고생을 하며 지금은 미싱사겸 재단사로 일한다.
그의 부인 역시 계모의 구박을 피해 어린나이에 산골에서 나와 식모살이, 여관생활, 술집작부 등을 두루 거쳐 우연히 배일도를 만나 동거하다가 아이가 생기자 눌러앉아 살게 된 셈이다.
이 사이에 끼어든 민공례 역시 허구헌날 까닭없이 무능한 남편에게 얻어맞고 살아야 하며 돈벌이를 위해 공장에 미싱일을 나왔다가 배일도와 눈이 맞는다.
이들의 비밀스런 인생의 샛길이 시작된 것이다. 첫월급날 그들은 밤기차를 타지만 비밀은 오래가지 않았다.
급기야 새댁의 불같은 질투와 방해로 애틋한 불륜은 깨어지고 이별의 시간을 맞는다.
우묵배미의 사랑은 80년대 경제 성장기에 그늘로 내몰려야 했던 도심 빈민들의 삶을 그려낸 사실주의 멜로 영화로 박중훈, 유혜리, 최명길 주연으로 많은 선도를 압도했으며 장선우 감독이 박영한 소설가의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폭군 아내에게 시달리는 한 남자와 폭력 남편에게 시달리는 한 여자가 서로의 결핍을 채우며 밀회하게 되는 스토리이다
늦은 새벽 배일도(박중훈)는 외박 후 집주인 나리 아빠(정상철)의 도움으로 집에 몰래 들어갔지만 잠들 줄 알았던 일도의 아내 최연서(유혜리)가 욕을 퍼부으며 일도를 집에서 내쫓아버린다.
새벽에 혼자 방황하는 일도는 떠나간 민공례(최명길)을 떠오르며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 공례를 그리워한 일도는 자신의 비참한 신세 때문에 그만 오열하고 말았다.
그에게 과연 어떤 과거가 있었던걸까?
시간이 흐른 뒤 겨울이 지나고 초 봄 어느날, 우연히 공례와의 연락이 닿게 되었고 일도와 공례는 시내 시장의 식당에서 재회를 하게 된다.
서로의 안부를 나눴지만 너무 오랜만에 만난 탓인지 예전처럼 뜨거운 감정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서먹하기만 했다.
일도가 공례에게 남편의 안부를 언급하자 공례는 지옥 같은 가정생활에 진저리가 났었는지 가정에 돌아갈 마음이 전혀 없다고 하였다.
다시 어색한 분위기가 맴돌자 일도는 손으로 치마공장 시절에 둘만의 약속 암호를 탁자에 손짓하자 공례도 이를 기억하는지 같이 제스처를 하며 웃음을 되찾았다.
둘은 예전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좌석버스를 타고 우묵배미로 돌아와 한 때 밀회장소였던 비닐하우스에서 애정행각을 하였다.
하지만 일도가 관계를 맺으려고 공례의 치맛속을 만지려는 찰라 공례는 손으로 저지하여 관계를 거부하였다.
거부당한 일도는 괜스레 민망해 하면서 공례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지만 정작 공례는 뜨거웠던 사랑도 식어져서 이제 그에 대한 감정도 사라졌다고 말하였다.
사실 공례는 일도가 가정으로 돌아간 후 가정에 충실한 사이 혼자 우묵배미에서 그를 기다렸었다.
하지만 자신은 몸과 마음을 다 바쳤는데 정작 그는 자신이 잊혀져서 돌아오지 않았다고 생각하여 마음을 정리한 모양이다.
예전만 못했던 공례의 감정에 일도는 놀라 가정의 평화 때문에 공례를 찾는 걸 미뤘었다고 핑계를 대고 자신은 공례 밖에 없다고 횡설수설하며 예전처럼 다시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공례는 이제는 너무 늦어버렸다는 생각에 그의 제안을 거절하고 더 이상 자신의 연락을 기다리지 말라며 작별을 고했다.
어두운 밤길을 홀로 떠나는 공례를 붙잡지도 못한 채 서서히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본 일도는 망연자실하여 쓸쓸히 오솔길을 걸었다.
그토록 기다렸던 공례를 다시 만났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기 때문에 결국 일도는 체념하였고 그렇게 둘의 사랑은 허망하게 끝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