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대회 결선에 오른 5명 중 세 명에게는 변방의 군관 자리를 주어 내려보냈고, 공동우승을 차지한
견훤과 궁예는 여왕으로부터 직접 상급(賞給)을 받기 위해 단하로 나가 무릎을 꿇었다.
“그대들은 신라의 훌륭한 무사들로서 만백성에게 자랑할 만한 기량을 갖추었다. 굳이 승부를 가릴
필요가 없을 만큼 두 사람 다 무예가 출중했다. 짐이 두 사람을 가까이 두고 중히 쓰고자 하니 그리
알라.”
“소인은 일자무식이라 지금 머물고 있는 절에서 수도나 계속할까 하옵니다. 가납하여주시옵소서.”
궁예는 끝내 군관 자리를 사양하고 그 자리를 물러나는 즉시 서라벌을 떠나버렸다.
‘견훤을 바라보는 여왕의 가슴이 방망이질 치고 있었다. 몇 년 전 숲속에서 그의 우람한 남근을 받아
들이던 일이 떠올라서였다.’ 작가는 무려 4페이지에 걸쳐 여왕과 견훤의 선문답을 늘어놓았다. 그러
나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견훤을 지나치게 미화하는 낯간지러운 내용이라 소개는 생략한다. 여왕은
견훤을 시위부 대두(隊頭)에 제수했다. 요즘으로 치면 대통령 경호실 계장쯤 되는 자리다. 지나치게
파격적인 인사에 상대등 준홍을 필두로 불가하다는 반대가 많았지만 여왕의 결정을 뒤집지는 못했
다. 두둑한 하사금까지 받은 견훤은 관직에 나가기 전에 부모님께 먼저 하직인사를 드려야 한다며
열흘 말미를 얻어 가은현으로 귀향했다.
차범근의 셋째며느리가 될 배우 한채아
“너는 옛 백제 왕실의 후손이다. 궁으로 돌아가 여왕의 신하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견훤이 무술대회에서 우승한 뒤 시위부 대두에 제수되었다는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아버지 아자개는
단호하게 반대했다. 계속된 아버지의 이야기에 의하면, 견훤의 성은 원래 부여씨로 백제의 마지막
임금인 의자왕의 10대손이라는 것이었다. 비록 부여에서 멀리 떨어진 벽지에서 성까지 바꿔 숨어살
고 있지만, 백제의 왕손이라는 혈통에는 변함이 없으니 원수의 나라인 신라왕의 신하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었다.
“아버님 말씀을 명심하고 조상이나 집안에 누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언젠가 기회가
오면 반드시 옛 백제를 부흥시키겠습니다.”
견훤은 자신의 숨은 뜻을 자세히 말씀드려 아버지를 설득한 뒤, 작별인사를 올리고 서라벌로 향했
다. 그때부터 백제의 부흥을 도모하리라는 생각이 서서히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대왕마마께서 대두님이 입궐하는 즉시 뵙자고 하셨습니다.”
미리 하명을 받아두었던 듯 견훤이 궐문을 들어서자 시위부 군졸 하나가 그를 알아보고 전갈을 전했
다. 견훤은 군졸을 따라 어전회의가 열리고 있는 전각으로 갔다.
“대왕마마. 시위부 대두 견훤이 들었사옵니다.”
“아, 어서 들라 이르라.”
시녀의 복명에 즉각 대답하는 여왕의 음성에 반가움이 가득 배어 있었다. 견훤이 들어서서 4배를 올
리자 여왕은 반색을 하며 집안의 안부를 물었다. 일순 상대등 준홍을 비롯하여 중신들의 표정에 경
계의 빛이 떠올랐다. 시위부 대두 따위를 어전회의장으로 부른 것도 분에 넘치는 대우지만, 근본도
없는 일개 평민을 저리 반기니 부쩍 의심이 든 것이다. 어쩌면 저 미천한 자를 중용하기 위해 전례에
도 없는 무술대회를 연 뒤, 측근으로 두기 위해 시위부에 배속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다면 저
자가 죽은 위홍처럼 여왕의 정부가 되어 권세를 휘두르게 될지도 모르지 않는가. 준홍은 속히 대책
을 강구해야겠다고 작심했다. 이 대목에서도 견훤이 여왕의 정부가 되어 밤마다 교접하는 내용이 장
황하게 나열되어 있지만, 견훤을 과대포장 하는 작가의 지나친 억지춘향이라 소개는 생략한다.
준홍은 먼저 여왕을 알현하고 견훤 같은 미천한 자를 측근에 두었다 하여 백성들이 못마땅하게 여기
고 있다고 진언했다. 그리고는 낭도들 가운데 준수한 청년 몇 명을 뽑아 별궁에 두고 잠자리 시중을
들게 하여 여왕의 외로움을 달래드리겠다고 덧붙였다. 대각간 위홍이 살아 있을 때도 자신은 이제
힘이 부처 도저히 마마를 더 모실 수 없다며 비슷한 진언을 한 적이 있었다. 며칠 뒤, 여왕은 견훤을
불러 무엇이든 들어주겠다며 소원을 물었다.
“대왕마마의 은혜가 하해와 같으십니다. 소장은 어릴 때부터 나라를 지키는 군관이 되기를 희망했습
니다. 이제 대왕마마의 자비로 군관이 되었으니, 도성보다는 변방에 나가 외적을 막는 것이 나라와
대왕마마께 더 큰 도움이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다음날로 견훤은 무주 오아현(현 전라남도 장흥)의 별장에 제수되어 서라벌을 떠났다. 우리에 갇혀
지내던 호랑이가 제 세상을 만난 것이다.
출처:문중13 남성원님 글
첫댓글 선택진료가 폐지되어 환자에게 병원비 부담이 줄어들어 다행 이긴 하지만 꼭히 유명세를 선호하는 선택 의료진 탓으로 예약 일정이 평소보다 더 길어진게 흠이 됩니다. 3개월 마다 래원하는 가정의학과도 의사 한분에게 집중적으로 몰려 불가피한 사정으로 예약을 변경할려고 해도 1개월 이상이나 뒤로 밀려 낭패 스럽습니다. 봄비가 내린 아침 입니다. 즐거고도 활기찬 한주 시작 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