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통계 한국-미국 정유사 휘발유 원가 비교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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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국 정유사 휘발유 원가 비교해보니

미국의 2월 휘발유, 경유 가격 구성 요소. [출처=미국 에너지정보청 홈페이지]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올해 2월 전국 주유소에서 팔린 휘발유-경유의 가격 구성 비율을 최근 자체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2월 미국의 휘발유, 경유 소비자가격은 1캘런(약 3.7854리터)에 각각 3.221달러, 3.584달러였습니다. 휘발유 1갤런 3.221달러 중 세금은 12.5%, 유통-마케팅 비용 7.9%, 원유구입 비용 65.2%, 정제비용 및 마진 14.2% 각각 차지했습니다. 경유 1갤런 3.584달러 가운데  세금은 13.2%, 유통-마케팅 비용 11.2%, 원유구입 비용 58.4%, 정제비용 및 마진 17.1%였습니다.

한국석유공사는 매주 금요일 휘발유, 경유 소비자가격에서 차지하는 가격 구성 요소별 비율을 공개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미국과 달리 세금, 유통비용 및 마진, 정유사 세전가격 등 3가지 구성요소의 비율을 발표합니다.

한국은 정유사 세전가격을 매주 발표하지만 미국은 이를 원유구입 비용, 정제비용 및 마진으로 더 세분해 매달 공개합니다.

올해 2월 미국의 휘발유, 경유 소비자가격을 원화로 환산하면 1리터에 각각 951.43원, 1058.65원입니다. 이중 원유구입 비용은 각각 620.33원, 618.25원으로 비슷했습니다.

휘발유, 경유 등은 동일한 원료(원유)를 동일한 공정(정제)에 투입하면 주종(主從)관계가 없이 종류가 다른 2가지 이상의 제품이 일정한 비율로 생산되는 연산품입니다. 따라서 각각의 원가를 계산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지난 2월 휘발유와 경유의 원유 원가를 1리터에 620원 안팎으로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정유사의 정제비용 및 마진은 서로 달라 휘발유는 1리터에 135.10원, 경유는 1리터에 181.03원이었습니다. 경유 마진이 휘발유보다 더 높았습니다.

그럼 같은 2월 국내 정유사의 원유구입 비용과 정제비용 및 마진은 얼마였을까요.


국내 정유사의 2월 세째주 출하가격. [출처=오피넷 홈페이지]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망에 따르면 2월 세째주 국내 정유사들의 휘발유, 경유 출하가격은 1리터에 각각 1741.77원, 1571.76원이었습니다. 교통세 등 세금을 포함한 가격으로 이를 모두 뺀 정유사 세전출고가격은 1리터에 각각 837.07원, 910.22원입니다.

2월 첫째주, 둘째주, 세째주, 네째주 정유사의 휘발유 세전 출하가격은 1리터에 각각 818.84원, 840.43원, 837.07원, 847.87원으로 이를 평균하면 836.05원(실제 출하가격과 다를 수 있음)입니다. 미국 정유사의 원유구입 비용과 정제비용 및 마진을 합친 가격에 해당합니다. 경유 세전 출하가격은 1리터에 각각 868.66원, 895.42원, 910.22원, 924.61원으로 2월 평균 출하가격은 899.73원이었습니다.

국내 정유사의 2월 원유구입 비용을 산출하려면 같은 달 원유수입 비용을 알아야 합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2월 국내에 수입된 원유의 도입단가는 1배럴에 94.38달러(CIF)라고 합니다. 원화로 환산하면(1달러 1118.14원 기준) 663.78원입니다. 국내 정유사는 원유를 수입할 때 3%의 관세와 1리터 16원의 수입부담금을 부담해야 합니다.

이를 모두 더한 2월 국내 정유사의 원유구입 비용은 1리터에 699.69원입니다. 미국의 620원에 비해 80원 가량 높았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2월 국내 정유사의 휘발유, 경유 세전출고가격은 1리터에 각각 836.05원  899.73원이었습니다. 여기에서 원유구입 비용을 뺀 '정제비용 및 마진'은 1리터에 휘발유 136.36원, 200.04원입니다.

국내 정제비용 및 마진을 미국(휘발유 135.10원, 경유 181.03원)과 비교하면 휘발유는 1리터에 1.26원, 경유는 1리터에 19.01원 높습니다.

2월 국내 정유사의 휘발유, 경유 세전출고가격이 같은 달 미국(현물시장 가격)보다 비쌌던 것은 1차적으로 원유구입 비용이 높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경유의 경우 국내 정유사의 정제비용 및 마진이 미국보다 19원 가량 높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2월 네째주 국내 휘발유, 경유 가격 구성 요소. [출처=오피넷 홈페이지]

2월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거래된 휘발유(옥탄가 92), 경유(황 함유량 0.05%) 평균가격은 1배럴에 각각 109.63달러, 118.93달러(FOB)로 원화로 환산하면 1리터에 771.03원, 836.49원입니다. 같은 달 국내 정유사가 들여온 원유구입 비용은 1리터에 700원 가량이었습니다.

국내 휘발유값이 미국보다 2배 가량 비싼 이유는 무엇보다도 '세금이 높기 때문'입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정유사의 관행이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국내 정유사들은 2000년대 들어와 국내 출고가격을 책정할 때 원료인 원유도입 비용 대신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휘발유, 경유 가격을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제시장에서 휘발유, 경유가격이 국제유가보다 훨씬 높을 때가 많습니다.

지난 2월의 경우 국내 정유사가 수입한 원유도입 비용(관세, 수입부담금 포함)보다 국제시장 휘발유, 경유 가격이 1리터에 71~136원 가량 높았습니다. 여기에 다시 관세와 수입부담금을 더하고 또 자체 마진까지 넣어 출고가격을 책정한다면 국내 기름값은 당연히 더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국제시장 휘발유, 경유 가격과 국내 출고가격의 차이는 1리터에 각각 65원, 63원이었습니다.

국내 정유사들이 출고가격을 책정할 때 국제유가가 아닌 국제시장 석유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추가 이윤을 누린 것이죠.

이와 관련 오늘(24일) 아침 한 신문에 시사점을 던져주는 기고문이 실렸습니다.


[출처=한겨레 24일자]

관동대 경영대학 홍창의 교수는 국제유가가 2008년보다 훨씬 낮은데도 불구하고 최근 국내 휘발유값이 더 높은 이유와 관련 "국내 휘발유값이 국제 원유가에 비해 대략 3배 정도로 비싼 주된 원인은 유류세 때문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잘못된 환율정책도 국내 소비자가격을 한껏 올려놓은 측면이 강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높은 기름값을 낮추기 위해서는 우선 유류세를 내리고 고환율 정책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홍창의 교수는 또한 "국내 기름값 거품에 또다른 비밀이 숨어 있다면 따져볼 일"이라며 "국내 소비자가격 결정 기준이 공급 원가가 아니라 수요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제품가격이라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원유도입 비용이 아닌 국제시장 석유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휘발유, 경유 국내 출고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죠.

"정유사가 싱가포르에서 국제 휘발유값으로 물건을 사다가 우리나라에 파느냐고? 아니지 않은가! 중동 등 각지에서 원유를 선물, 장기계약, 현물 등의 방법으로 수입한 뒤 국내에서 휘발유로 정유해서 팔고 있다. 원가는 도입 원유 값에 기준을 두어야지, 왜 국제 휘발유 제품 가격에 기준을 두느냐?"

정부는 "국내 기름값 가격 구성 요소를 총체적으로 점검하겠다"며 지난 1월 TF팀을 구성했죠. 활동에 들어간 지 2개월이 넘었습니다. 정부는 조만간 그 결과를 발표한다고 합니다.

어떤 결론이 도출될까요.

높은 국내 기름값. 뭐니뭐니 해도 1차적으로 '높은 세금이  문제'입니다.

2011-03-24 08:37:52 노태운기자의 발가는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