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세계
모든 사물의 실재는 모든 감각이 개방되고 조절되어 조직화 되었을 때 발견된다.
“사물은 모든 감각이 상호 조정되어 최적의 인식도에 이를 때 비로소 획득되고 경험된다. 그와 동시에 사물은 자신의 현존을 그 모든 지각적 영역에서 행사한다.”
메를로-퐁티의 『지각현상학』읽기, 류의근, 세창미디어, 2016.1.15. P. 135.
우리가 아무리 사물의 실재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이 사물의 본질이라 단정할 수 없다. 결국, 사물의 본질은 낯선 타자로서 초월적으로 남아 있다.
“눈에 익은 사물이 가끔씩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 우리가 일상적 관심에서 벗어나 세상만사를 떨쳐 버리고 사물을 무심하게 바라볼 때, 사물은 우리에게 소외된 듯 저 밖에서부터 말 없는 타자로 다가온다. 메를로-퐁티는 이러한 경험을 ”사물은 우리를 무시하고 즉자적으로 쉬고 있다“라고 기술한다.”
메를로-퐁티의 『지각현상학』읽기, 류의근, 세창미디어, 2016.1.15. P. 136.
“이러한 사물의 말 없는 타자성은 앞서와 같이, 사물이 지각하는 주체와 분리해서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사물이 현재로서는 지각적으로 특화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가리킬 뿐이다. 또는 우리와 현상과의 충만한 공존의 결여라고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메를로-퐁티의 『지각현상학』읽기, 류의근, 세창미디어, 2016.1.15. P. 136.
이처럼 사물이 초월적으로 남게 되는 현상. 어떤 말로도 명확히 단정할 수 없는 현상이 존재한다. 여기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구조화 가능성, 분화 가능성, 가시성, 분절성이 사물의 본질이기에 사물의 본질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사물의 초월성 또는 즉자성은 사물의 독립적 존재와 동일시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능력은 사물을 완벽하게 파악할 수 없다. 그것은 사물의 본질이 초월적 존재로 현상하게 한다. 하지만, 인간은 사물의 본질을 완벽하게 파악하고자 끊임없이 시도한다. 끊임없이 정의를 내리고 싶은 욕구가 존재하는 것이다.
예술을 실행하는 예술가와 그 예술가의 세계를 경험하려는 관객들 사이에는 이와 같은 욕구들 속에서 관계가 형성된다. 관객은 끊임없이 예술가의 작품이 가진 본질을 파악하고자 시도하며, 그것은 또한 끊임없이 초월적 현상으로 되돌아간다.
예술가의 작품이 초월적 현상을 만들어내지 못하거나, 본질을 파악하려는 목표에 관한 시도를 만들어내지 못할 때, 예술가의 작품은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리게 된다. 예술을 경험하고자 하는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예술가는 과학자처럼 친절하게 설명할 수 없으며, 수학자처럼 명확한 정답을 던져줄 수 없으며,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며, 나아가 철학적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