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철 선배님의 댓글을 읽고 나서 오늘 오전에 잠시 생각을 좀 해 보았습니다. 까마득한 후배의 건방진 의견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 단견으로는 한국의 정신적, 정치적, 사회적 발전을 저지하는 고질병이 있는 데, 바로 반대의견의 개진(controversial discuss/ kontroverse diskussion)을 피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다시금 세 가지 현상으로 드러나는 데, 첫 째는 반대의견이 있더라도 상황을 보아서 침묵을 하며, 둘째는 연장자의 의견을 절대적으로 중시하며, 셋째는 여자는 무조건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현상의 심층을 분석해 보면, 그 근간이 연장자를 존경하는 남성 중심적인 공자사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독일에 살면서 여기서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시속 200km이상 달릴 수 있는 아우토반이나 아름다운 도시조경과 조화로운 건축물들이 아니고, 바로 이 사람들의 토론정신입니다. 아무리 극과 극의 의견을 가졌더라도 언어로 논쟁을 하고, 사고와 대화를 통해서 해결점을 찾아갑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교의 동료들은 두 살 많은 화가 한 분을 빼고는 모두 십년 이상의 연장자에 남성분들입니다. 제가 가장 신참이고, 가장 어리고 게다가 <여자에 외국인>이라도 컨퍼런스에서 반대의견 개진을 저지 받은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더 나은 대안이 있는 반대의견을 말하도록 요구받을 정도입니다. 컨퍼런스에서 책상을 치고 반대의견에 반대의견으로 몇 시간씩 토론을 했다고 해서 서로 얼굴 보기 싫어하지도 않습니다. 뜨거운 컨퍼런스 끝나고 나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저녁 먹으러 가서, 오늘 컨퍼런스가 상당히 생산적이었다고 서로 힘을 북돋아 줍니다.
카페가 친목도모를 중점으로 하니 너무 반대의견은 피하라고 하신다면, 제 생각에는 특정한 정치적 색채를 띠는 글은 올리지 말라고 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누구나 자신의 정치적 색채를 가지기 마련인데, 자기 생각을 쓰지 말아야 한다면, 내심으로는 그 글에 대해서(그 글을 올린 사람이 아니고요) 다른 생각을 지니더라도 공손과 예의라는 가면을 쓰고 <그 사람>을 대하는 것이 아닐까요? 제가 제 의견을 쓰는 것은 누구나 제 의견을 따라야 한다는 의미에서 쓰지는 않습니다. 다른 의견도 있다는 점을 제시하는 것이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나누고, 수렴하면서 인간이 시야를 넓힐 수 있고 정신적으로 진보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바라본다는 경제선진국 한국에서 왜 오늘날에도 국회의원들이 토론과 대화를 통해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단상에 올라가서 반대파 국회의원의 멱살을 잡고 폭력을 휘둘러야 하며, 그런 행각들이 여기의 해외 토픽란에 사진과 함께 대서특필될까요? 경제화와 산업화로 사회의 외형은 너무나 빨리 바뀌어 가지만, 그 외적인 변화가 내면화 되어서 피가 살이 되고 그것이 다시금 사고로 드러나기까지는 물론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외면의 빠른 변화와 내면의 느린 변화의 차이가 바로 한국 사회의 많은 문제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정치, 경제, 사회의 형태는 서구의 것을 받아 들였지만 우리의 정서는 아직도 중세에 젖어서 발을 맞추지 못하기 때문에, 민주화라고 자유로운 투표를 해서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아도, 민주화의 근간이 되는 이성에 따른 논쟁과 토론,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은 아직도 불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논쟁의 가장 근본은 자신의 감정을 배제하고 상대방이라는 인간이 아니라, 그 상대방이 제시하는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카페에 와서 댓글을 달 때는 글쓴이를 개인적으로 공격하거나 폄하하거나, 거꾸로 특별히 좋아해서가 아니라 단지 저의 생각이 그렇다는 점을 쓰는 것뿐입니다. 친목을 도모하는 카페이기 때문에 저는 서로 솔직한 의견을, 극과 극의 차이가 있다면 더욱 더 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카페에 오는 재미도 없겠지요. 작은 곳에서 논쟁문화가 싹 트지 않는 한, 큰 국회에서 그런 것이 이루어지리라고는 기대조차 할 수가 없는 아니겠습니까?
카페 신참의 어린 여자 후배가 이런 글 쓴다고 너무 노여워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것도 그냥 제 의견일 뿐이니 그렇게 여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혜경 드림.
첫댓글 최혜경님의 의견에 100% 동감입니다.최혜경님 말씀대로 우리나라는 이조 중기 이후 많은 제약이 있어 토론 문화 부재로 나라의 발전에 많은장애가 있었다고 인정합니다. 제가 꼬리말을 쓴 것은 최혜경님에게 드린 말씀이 아니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모든이에게 가급적 Yes~But 논법으로 상대의 의견을 먼저 존중하는 예의를 갖추자는 뜻이었습니다.
yes, i knew it. but.... ^ㅋ^
아니 난 혜경 동문께서 예술가로 알았는데 글쓰는 실력이 아주 조리 있고 한편으론 또렸한 표현에 놀랐습니다. 카페에는 구참이라 해서 기득권이 있는 것이 아녜요. 그러니 쓰고 싶은 글 쓰셔도 아무도 말릴사람 없어요. 이동철 카페지기께서는 혹시나 하는 노파심이 였으니까요. 모든 의견 개진은 민주주의 기초라 할수 있으니 쓰면서 토론 해 나가자구요. 반대없는 회의는 가치가 없고 발전이 없습니다. 이 카페의 도약의 기회로 삼고 싶습니다.
정말 미술전공이 아니라,, 철학 전공 아니신지 궁금할 정도 ,,ㅎㅎ 논리정연한 글 보고 끄덕끄덕^^
여기서 정말 배운것이 있다면, 말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침묵은 금이고 겸손이 미덕이라고 생각하고 말을 안하고 있으면요, 독일넘들이 바보취급을 하더라구요. 또 독일학생들 가르치려면 심지어는 예술도 논리정연하게 설명해 주지 않으면 못 당해요. 나이는 아무 구실도 못해요. 인정은 실력으로 받고, 존경은 행동으로 받는 사회라서 선생이라고해도 씨언찮으면 즉각 feed back이 오고, 그런 것에 말로 충분히 대답해 주지 않게 되면 여엉 멍텅구리 대접 받게되어요. 그래서 제가 집에서 항상 독어로 제 생각을 쓰면, 제 바깥 사람이 문체를 정정해 주는 식으로 항상 연습하고 있어요.
수학자 피타고라스가 한 말입니다."침묵은 금이다.그러나 말을 한번 시작하면 상대가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충분히 말하라"
네, 노력은 하는데요. ^^;; 그런데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도 있어야 되는데요. ^^
옛날에 써 놓은 글도 아니고 몇시간 내에 써서 올리신 것인데 한글이 많이 필요치 안은 환경에서 어떻게 그렇게 빨리 글을 쓰셨는지 놀랐어요. 정말로. 난 글 하나 쓰려면 쓰다가 누워서 생각 하고 며칠씩 걸리때가 있어요. 그런데 저렇게 길고 훌륭한 글을 후닥딱 끝내다니^-^
선배님, 이렇게 과한 칭찬을 해 주시다니요. 못난넘 엉덩이에 뿔날거예요. ^ㅋ^
양인회 동문이 내가 하고 싶은 말 다 해버렸네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