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이들이 너무도 글쓰기를 멀리하고 싫어해서 고민하다가 몇 가지 아이디어를 내 보았습니다. 남자 아이들 중에는 책은 읽어도 글쓰기가 안 되는 경우가 꽤나 많습니다.
두 아들들을 데리고 아래 방법들을 몇 번 해 보았더니 제법 반응이 좋은 것 같아 소개합니다. 첨부로 제 아이들의 작품(부끄럽네요. 글씨가 엉망이라)과 학교에서 학생들과 했던 것들을 ppt로 올립니다. 아래 방법 중 <5분 전력질주>와 <스프링보드>, <가나다 시쓰기>등은 ‘저널치료’의 한 방법인데 응용해 보았습니다.
1. 엄마와 함께 쓰는 반쪽 편지
멋진 공책을 한 권 마련하여 ‘그럴듯한’ 제목을 공책 겉면에 붙인다. 예) 엄마와 주고 받는 쪽편지 ...이 때 절대 ‘작문’이나 ‘글쓰기’ 등의 낱말이 들어 가지 않도록 한다. 반쪽을 접은 후 엄마가 먼저 아이의 관심사 위주로 편지 혹은 일기를 쓴다. 나머지 반쪽에 아이가 이에 답하는 형식으로 쓰도록 한다. 반쪽씩 쓰기 때문에 금세 한 장 분량을 채울 수 있고 엄마와의 친밀감도 높이고 아이도 글쓰기라는 느낌을 갖지 않아 부담 없이 할 수 있다.
2. 책이름 다행시
역시 1번의 공책에 할 수 있다.
처음엔 부담 없이 자기 이름이나 가족 이름 등 짧은 분량으로 시작하고
그날 읽었던 책의 제목으로 첫글자를 따서 해도 된다. 아이들이 매우 재미있어 한다. 처음엔 황당하고 억지스런 내용이 많지만 상관 없이 계속 하다 보면 어휘력과 순발력을 기를 수 있다. 손으로 무언가 쓴다는 것에 대한 부담과 선입견을 가장 효과적으로 없앨 수 있는방법. 언젠가 서술형 시험에서도 글의 제목으로 글내용과 관련한 다행시 짓기를 했더니 생각지 못했던 기발하고 재미있는 내용이 많이 나왔다.
3. 신문으로 놀자
날도 추운 요즘, 집에서 아이들과 의외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
여러 가지가 있는데 신문의 큰 글씨 기사 제목들을 단어나 어절 단위 등으로 적당히 오려서 이리 저리 배치하면서 여러 가지 문장을 만들어 본다. 엉뚱하고 황당한 내용이 되지만 하다보면 모르는 단어는 무슨 뜻이냐고 꼭 묻게 되어 어휘력도 늘고 시사에 관심도 갖는다.
그 외에 사진을 오려 붙이고 해도 재미 있고 이것이 발전하면 독서 신문도 된다.
NIE의 방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신문으로 노는 것은 하면 할수록 여러 잇점이 있다. (자세한 예시는
ppt를 참고)
4. (5분) 전력질주
이 방법은 아이의 관심사 중에서 흥미를 끌만한 주제의 문장을 하나 주고 타이머로 5분을 재며 떠오르는대로 계속 쓰게 하는 것이다. 글의 분량을 많이 채우는 것이 관건이다. 일단 시간을 재면 긴장을 하기 때문에 꾸물거리는 아이들도 급히 하게 된다. 만약, 형제가 있다면 둘을 같이 놓고 시켜도 좋다.
5. 가나다 시쓰기
삼행시 짓기의 발전편.
‘가나다라.... 하’까지 세로로 쓰고 역시 첫소리를 따서 글을 쓰는 것이다. 저학년의 경우 힘들어 할 수 있고 황당하고 억지스런 내용이 나올 수 있으나 오히려 그럴수록 재미있어 한다. 이것도 몇 번 해 보면 내용이 발전되고 글에 대한 감각, 순발력 등이 길러진다.
6. 베껴 쓰기
소설 지망생들은 습작시절에 다른 유명한 작가의 소설을 통째로 베껴쓰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재미있는 ‘동시’부터 시작해서 짧은 생활문 등 남의 작품을 그대로 공책에 옮겨 써 보는 것도 매우 의미있는 작업이다. 단, 너무 긴 글은 지치므로 반드시 짧은 글부터 시작할 것.
7. 스프링보드
저널치료 방법 중 하나인데, 하나 혹은 몇 개의 문장을 주고 다이빙대의 스프링보드처럼 그 문장을 발판 삼아 나머지 뒤를 이어 써 보는 것이다.
첫문장이 주어지므로 막연한 두려움 없이 뒤를 이어 갈 수 있다. 제시문장은 엄마가 생각해서 써 주어도 되고 다른 글에서 앞부분을 따 와서 써 주어도 된다. (다른 글일 경우 나중에 아이가 쓴 것과 서로 비교해 읽어 보아도 재미있다.)
8. 포토에세이
요즘 아이들은 영상 세대이다 보니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고 확실히 비주얼한 것에 감각이 있는 듯하다. 그러한 아이들의 특성을 이용하여 디카나 핸드폰 등을 이용해 자신이 찍고 싶은 사물이나 풍경을 찍게 하여 출력한다.
사진 몇 장을 순서대로 공책에 붙이고 그것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거나 자신이 이야기를 만들어 보아도 재미있다. 고학년 이상이 적당할 듯.
디카가 번거롭다면 신문이나 잡지에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 오려 붙이고 해도 된다.
그 밖에..
모방시쓰기 (패러디하기) 등도 힘들이지 않고 재미있게 할 수 있다. 모름지기 어떤 작업도 자신이 재미를 느껴야 할 수 있으므로 강요를 하게 되면 흥미를 잃기 쉽다. 잘 된 작품은 벽에 붙여 주거나, 하나씩 완성할 때마다 스티커를 붙여주어 다 모으면 보상을 해 주는 등 처음엔 어느 정도의 외적 보상을 주는 것도 글쓰기의 재미를 붙이는 데에 효과적일 수 있다.
만약에 일정한 주제를 주고 쓰는 과제가 있다면 쓰기 전에 먼저 말로 해 보도록 한다. 말을 계속 이어 가도록 적당한 질문을 옆에서 주면 좋다. 이것을 녹음한 후 아이가 자신이 이야기한 것을 듣고 적도록 하면 효과적이다.
(혹시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달아 주세요.)
첫댓글 오....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이 하기에도 좋은 아이디어들 같아요.^^ 사실 매일 똑같은 형식으로 일기쓰기가 심심해질때가 있거든요... 5분 전력질주, 가나다 시쓰기~ 재미있겠네요..
넘넘 창의적으로 좋은 아이디어 감사합니다!! ^^
일기 쓰시나봐요.... 좋은 작품 있으심 올려 주세요^^
제 카페에 퍼 갈게요.
방학동안 아이들과 독서토론 하는데 해보면 좋겠어요. 감사해요.
즐거운 시간 되시면 좋겠어요^^
저도 퍼 가겠습니다. 이렇게나 노력을 하시다니 아이들이 궁금해집니다~^^
오죽하면요ㅠㅠ 매일 놀고 있습니다,
독서록 쓰지 증~~말 싫어라하는 1학년딸래미한테 좋은 자료네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따님과 즐거운 방학 되시길 바랍니다.
2번 책이름 다행시를 요즘하고 있는데 아이들도 재미있어하고 있어요. 몇주 지나면 가나다 시쓰기 해보려고요.
하나 소개해 드릴게요. [허락된 놀이 ; 허수아비 손을 흔들고, 낙엽이 떨어지는 어느 가을 날, 된장항아리를 슬며시 열어보니, 놀부가 똥을 싸놓았네!, 이런! 된장찌개 끓였으면 큰일날 뻔 했구나!]
너무 재미있네요. 어느새 이런 훌륭한 작품이 ....^^
사실 제가 더 재미있어요. 아이들의 참여가 적극적이고 내용도 재미있어서요. 3월 신학기 전까지 하려고 하는데 더욱 다양하고 재미있는 내용이 많을 것 같아요. 기대돼요. 김원미 샘 정말 고맙습니다.
강철무지개님~~ 안녕하세요~
책은 제법 읽는다는데 글쓰기 싫어하고 잘 안되는 중학생들한테도 괜찮겠지요?
마침 그런 분이 있어서 다른 분들께 알려주고 싶은데 퍼가도 될까요? 감사합니다~^_^*
그럼요, 중학생들도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거예요.^^새해에도 건강하세요 Vinnie맘님.
커뮤니티에 알려줬는데,
다들 감동먹어서 반쪽편지부터 당장 해보신다고 난리났어요.ㅋㅋ
원글 쓰신 분 궁금해한다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슬쩍 알리고....헤헷~
덕분에 저까지 인사 듣고요. 강철무지개님~ 감사해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