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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추석을 맞으며 궁시렁궁시렁
요즘은 해가 기울면 막걸리 생각이 많이 납니다. 그러면 나중에는 밥 생각도 안 나지요. 노무현 대통령 서거 때보다는 덜하지만, 요즘은 계속 막걸리가 땡깁니다. 이런 식으로 알콜중독자가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번역하는 일도 출판이 안 되니 진도도 안 나가고 별로 재미도 없어졌습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제대로 찾은 일이기 때문에, 꼭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만, 어쨌거나 요새는 별로 활기가 없습니다.
신마산 시장 안, 막걸리 파는 가게 할머니가 안주하라시면서 공짜로 지짐도 구워주시고.. 혼자 사는 내가 참 안 되어 보이나 봅니다. 막걸리 사러 가면 한번씩 반찬도 챙겨주십니다. 막걸리 한 병 팔아서 그 얼마나 남는다고.. 그래도 나는 못이기는 척, '고맙습니다' 하면서 받아오곤 합니다. 그 참.. 나는 세상을 굽어보며 홀로 푸른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처지인데 그게 잘 되지를 않습니다. 요새는 친구들 만나는 자리에서도 가능하면 혼자 막걸리를 마십니다. 간혹 호석이나 병두가 거들어주기도 하지만요.
그러다 따분함에 한번씩 산책을 나가기도 합니다. 무학산 중턱에 있는 샘터까지. 정작 샘터를 찍은 사진은 없네요.
산책길 중간에 있는 쉼터에 앉아봅니다. 저기 앉아서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만, 산책길에서 마산을 내려다보면, 전통적인 야당 도시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마산 사람들 정신 좀 차려야 한다고 봅니다. 혹시 누군가의 배신, 변절, 야합, 합당해버린 영향 때문일까요? 그리고 민주투사였던 그가 왜 저렇게 수구꼴통들의 상징이 되어버렸을까요?
친구 여러분들은 그런 생각 한번쯤 안 해봅니까? 우리 사회가 친일기득권층의 지배에서 벗어나서, 그래도 조금은 합리적인 사회가 되려면 얼마쯤의 세월이 흘러야 할까요? 그런 날이 오기는 오려나 모르겠습니다. 개인 각자가 깨어나기 전에는 안 되는 일이지요? 정말 형편없이 굴러온 이 슬픈 역사가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한다는 말일까요?
계곡에는 물도 째끔 쫄쫄 흐릅니다. 나는 정치적인 데에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여당파도 아니고 야당파도 아니며, 어떤 특정 정당이나 정파에 가담할 생각도 전혀 없습니다. 다만 보이고 들리는 사실에 느낌은 좀 일어날 뿐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말하기를, 지금은 정치가 더 엉망이라고들 아우성입니다. 어쨌거나 정치는 인간을 묶어주지 못 합니다. 종교가 인간을 맺어준다는 거짓말도 하지 마세요. 나한테는 전혀 안 통하는 거짓말들입니다. 정치가 인간을 행복하게 해주었습니까? 종교가 인간을 행복하게 해 준다고요? 아닙니다. 지금 사람들은 결코 행복하지 않습니다. 자기 스스로를 들여다 보세요. 정말 행복합니까?
마산에 살면서 이런 말하면 왕따 당하겠지만, 나는 왕따 하나도 안 무섭습니다. 오히려 내가 세상을 왕따시키며 사는 사람인데요. 정말, 이명박 정권 들어서기 전에, 마산의 한 식당에서 ‘이명박 정권, 문제 많지 않겠느냐’고 내 일행과 의견을 주고받고 했는데, 그때 옆자리 혼자 온 손님으로부터 진짜 ‘살기’ 어린 눈빛을 받았습니다. 아주 오싹했었지요. 그 집은 주로 ‘노가다’들이 오는 집인데, 그 사람 그날 하루치 일도 못 잡은 듯했는데도 말이지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다고 해서 자기에게 무슨 도움이 될 거라고.. 마산은 왜 이럴까요? 서울만 해도 이렇지는 않은 것 같은데..
내가 관심 있는 것은, 우리 인간들의 실제 모습입니다. 산책길 쉼터에 앉아서, 그런 모습들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우리 인간들의 내면은 참으로 천박합니다. 항상 모순이 가득하고, 아량이라고는 안 보이고, 참을성도 없고, 자기 내세우기만 일삼을 뿐이면서 교활하기는 엄청납니다. 잠시도 마음 속 바람 자는 순간이 없습니다.
‘사랑한다’는 소리는 허구헌날 해대지만, 실상 ‘사랑’이 무엇인지는 알지도 못 합니다. 친구라고 해도 나와 네가 맺고 있는 관계 역시 정말 ‘우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가 바로 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 모습들이 싹 바뀌지 않으면, 세상은 언제나 요모냥요꼴일 수밖에요. 처세술에 대한 책 많이 읽는다고 인생 잘 사는 게 아니라니까요.
‘자기’를 내세우려고 해서는 올바른 관계가 될 수 없습니다. 상대방을 자기 내세우는 데에 이용하려고 하면서, 그게 안 될 때에는 “관계를 끊자”는 막말도 서슴치 않고 내밷곤 합니다. 그런 사이라면 애초에 관계라는 말조차 쓸 수도 없습니다. 그렇게 막되먹은 게 바로 실제 우리들의 모습, 사실 그대로의 내 모습이거든요. 특정 개인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니까 누구 한 사람, 딱히 기분 나쁘게 생각할 것도 없어요. 모든 인간들이 다 그렇게 슬프게 살아간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자신의 모습이 정말 그렇다는 사실을 바로 보기 전에는, 지금의 이 모습은 절대로 바뀔 수 없습니다. 당연한 일이지요? 그렇지만 우리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고싶어하지 않습니다. 정작 자신의 모습은 하나도 안 보고, 문명이 제공해주는 저 모든 도피처로 도망을 치는 행위가 바로 우리들이 말하는 인생이라는 것입니다. 그게 우리 인생이라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습니다. 다만 외면할 뿐이지요.
이런 얘기들을 두런두런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고개 들어 하늘과 능선과 구름을 바라보았습니다. 아직도 대한민국에는 그런 사람이 별로 없나 봅니다. 있다고 해도 너무 멀리 떨어져 있나보네요.
어두워오는 쉼터 벤치, 사람은 없고 을씨년스럽기만 합니다. 추석도 다가오는데 마음은 추적거리기만 합니다. 본디 마음이란 없는 것인데도 말이지요. 그래도 추석 잘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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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벅샘 모습이 참 쓸쓸해 뵙니다. 막걸리는 맛깔나 뵈는데.. 그래도 너무 많이 드시지는 마소. 밥 안먹고 드시지는 더더욱 마시고.. 술칭구도 요새는 막걸리 많이 마십니다. 아이들과의 관계가 전혀 이루어지질 않아요. 술칭구 속도 따라서 분탕질치구요..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요. ㅎㅎ 쓸쓸하여도 그런대로 추석 잘 보내시고 추석 쇠면 막걸리 같이 한잔해요. 건강하시고..
ㅎ. 사부재기 왔다가셨군요. 그래요, 추석 지나고 함 봅시다.
벅샘, 다음주 토요일(17일) 괜찮은가요? 좀 늦을 순 있겠지만, 늦은 밤이라도 막걸리 한잔! 밤새워 한잔!
벅수님 편안한 한가위 보내셨습니까?.. 사진으로 뵈니 더 반갑습니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인가 보네요^^ <홀로서기>는 쉬운일이 아닌것 같습니다. 그래도 묵묵히 가야지요~
ㅎ. 또 한 사람 왔다갔네요. 예, 추석 잘 보내셨지요? 홀로서기.. 더구나 한국 사회에서는 더 힘든 일입니다. 부패한 세력들이 그냥 가만 놔두지도 않아요.
예, 술샘 일단 그렇게 잡아놓겠습니다. 저한테 뭔 일 있겠습니까! 길님한테도 연락해볼께요.
잘 주무셨지요? 술칭구는 잘 왔습니다. 새벽이 넘어 비몽사몽간에 도착했지요. 일어나기 싫어도 아침은 여지없이 오고, 힘든 몸 질질 끌며 또다시 출근할 밖에요. 찬바람 속에서 배웅까지 하시랴 감기는 안 드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따뜻하게 입으시고 건강 챙기소.. 안뇽!
ㅎ. 잘 가셨군요. 힘들어도 반가웠으니깐. 조만간 또 봅시다. 안 보면 멀어진다고 하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