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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은 본디 수입된 말로 일본 학자들이 독일어 ‘빌둥’을 번역했다. 빌둥은 인간 만들기(혹은 형성하기)를 뜻하는 ‘멘셴빌둥’(menschenbildung)의 줄임말이다. 영어로 교양은 ‘컬처’인데 역시 ‘경작하다’는 어원을 가진다........ 교양은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인격적이며 문화적으로 자신을 가꾸어가는 노력’이라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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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에서 리버럴 에듀케이션의 역사는 장구하지만, 그 현재적 의미는 2007년 하버드대학이 발표한 ‘교육과정 개편 보고서’가 잘 대변한다......... “리버럴 에듀케이션의 목표는 추정된 사실들을 동요시키고,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만들며 현상들 아래에, 그리고 그 배후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폭로하고, 젊은이들의 방향감각을 어지럽혀 그들이 다시 방향을 잡는 길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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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이 더 나은 인간이 되려 자신을 가꾸는 노력이며 틀을 깨고 나아가는 비판적 개인이 되는 일일 때, 교양 교육은 교실이나 대학에서만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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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국에서 교양 교육은 무엇인가. 대학 입시까지는 입시 경쟁에 직접 효용성이 없는 상식과 잡식 습득이며, 대학에서 교양 과정 역시 신입생이 본격적인 공부에 들어가기 전에 훑고 넘어가는 지식 쯤이다. ..... 교양 교육은 그 연원들로부터 까마득히 멀어져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교육이 나름대로 마련한 교양 교육의 개념이나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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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교육이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사라진 건 ‘더 나은 인간이 되려는 노력’이 ‘더 비싼 인간이 되려는 노력’으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교육에서 불의하고 불공정한 사건을 두고 벌어지는 열띤 논란들도, 주요한 기반은 내 새끼에게 매겨질 가격과 관련한 분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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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 노동, 기후를 비롯한 거의 모든 부문에서 위기가 깊어만 가고 있다. 보수든 진보든 기존의 가치들도 이미 붕괴했다. 한 문명이 저물어가는 듯한 시기에, 아이들이 꼭 배워야 할 건 살아남는 요령이 아니다. 혼란을 헤쳐나가며 제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힘은 교양이다.(주간경향)
/ 김규항 ‘고래가 그랬어’발행인
https://www.facebook.com/gyuhang.kim
교양교육이 사라진게 아니라,
처음부터 그런건 없었다고 봐야 할것 같다.
학교는 진학, 취업을 위해 졸업장 따는 곳이었고
선생은 교관이었고,
책은 입시, 취업 때문에 보는 교재일 뿐이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교양 같은것을 생각하기도 전에
모든게 상품화되고 말았다.
버스, 지하철에 버젓이 내걸려 있는
입시학원, 취업학원, 성형외과, 각종 병원 광고.
지역 서점 문화활동 예산을 전액 삭감한 정부.
교양을 일부 한량의 전유물이나
사치품 정도로 취급하는 사회는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