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지성들의 토론과 대담으로 완성한 지식의 최전선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첫 권 <마음의 과학> 출간
“지식의 최전선에 닿는 방법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세련되고 정교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한 방에 몰아넣은 다음 스스로에게 묻곤 했던 질문들을 서로 주고받게 하는 것이다. 그 방이 바로 엣지다.”
엣지재단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주소록을 지니고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이를 이용”하는 지식의 전도사 존 브록만이 1996년 창립하였고, 세상을 움직이는 학자, 사업가, 예술가, 기술자들이 모여 학문적 성과를 나누고 지적 탐색을 펼치고 있다. <지식의 엣지> 시리즈는 존 브록만이 그동안 엣지의 지적 성과를 담은 인터뷰, 기고문, 강연문 등의 글들을 편집하여 마음, 문화, 생명, 우주, 생각의 다섯 분야로 집대성한 것으로 1권은 <마음의 과학>이다.
마음이란 무엇이고 어디에서 생겨나는 것일까? 인간의 뇌는 어떻게 작동할까? 정말 태어난 순서가 성격을 결정할까? 알츠하이머병은 치료될 수 있을까? 행복도 유전될 수 있을까? ‘정보처리 장치’로서 마음을 규명한 스티븐 핑커, ‘거울뉴런’을 뇌 진화의 결정적 요인으로 제시한 라마찬드란, 진화론과 성격 이론을 결합한 프랑크 설로웨이, 전쟁 포로 학대 사례에서 선량한 사람들을 망치는 상황적 요인을 밝혀낸 필립 짐바르도, 뇌를 조종하는 기생생물을 연구한 로버트 새폴스키, 언어 능력이 이성을 만족시키려는 ‘구애’를 위해 진화했다고 밝힌 제프리 밀러, 특정 생각과 행동을 관장하는 뇌의 부위들을 생화학 및 생화학 연구를 통해 밝혀내고 있는 스티븐 로즈와 스타니슬라스 드엔, 쌍둥이 4000쌍을 대상으로 유전과 환경이 인간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데이비드 리켄 등이 마음에 관한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최신 연구결과들을 제시한다.
이 책은 최근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으나 이론심리학, 인지과학, 신경과학, 생물학, 언어학, 행동유전학, 도덕심리학 등 각 분야에서 따로 따로 연구되어왔기 때문에 대중은 물론, 학계에서도 공유되지 않았던 ‘마음’에 관한 최신 연구 성과와 이론들을 탐구하여 전공자와 인문서 독자, 인간을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마음의 비밀’을 탐구할 지식의 지도를 제공한다.
오늘날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들이 모여 자유롭게 학문적 성과와 견해를 나누는 비공식 모임인 엣지재단의 회원으로는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 『언어 본능』『빈 서판』의 스티븐 핑커, 『총, 균, 쇠』의 재레드 다이아몬드, 『생각에 관한 생각』의 대니얼 카너먼, 『루시퍼 이펙트』의 필립 짐바르도, 『몰입의 즐거움』의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등이 있다. ‘다이슨 방정식’의 천재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은 엣지재단을 “지적 활동의 중심지”라고 평가했다.
최신 과학이 밝혀낸 마음의 수수께끼
- 뇌, 기억, 성격, 행복의 비밀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노엄 촘스키 이후 가장 뛰어난 언어학자이자 하버드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스티븐 핑커는 인간의 마음을 절묘하게 가공된 복잡한 정보처리 장치에 비유한다. 진짜로 가공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이 식량을 채집하는 과정에서, 특히 동물과 식물,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정복하는 과정에서 직면했던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자연선택에 의해 설계된 연산 기관이라는 의미다. 결국 시기심, 복수심, 심취, 자긍심처럼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감정들도 모두 진화의 산물이다.
리처드 도킨스가 ‘신경과학계의 마르코 폴로’라고 평가한 캘리포니아대학 교수 V. S. 라마찬드란은 흥미로운 의문을 제기한다. 현생 인류의 뇌는 약 20만 년 전에 현재의 크기, 현재의 지적 능력에 이르렀다. 하지만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속성, 즉 언어의 발명, 도구의 사용, 불의 이용, 예술, 신앙 등은 약 4만 년 전에 갑자기 출현한 것으로 여겨진다. 라마찬드란이 비밀의 열쇠로 제시한 것이 거울뉴런이다. 거울뉴런은 다른 사람의 경험이나 감정을 관찰자가 곧바로 이해하고 수용하도록 도와주는 신경세포로서 모방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언어, 도구의 사용, 미술과 수학 등은 우연히 발명되었다가 거울뉴런으로 인한 모방 학습 덕분에 집단 전체로 빠르게 퍼져나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라마찬드란은 거울뉴런의 발견을 DNA의 발견에 비견한다.
다윈의 성선택 이론을 현대적으로 부활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 제프리 밀러는 인간의 마음은 생존 기계가 아니라 구애 기계로서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가령 인간은 왜 그렇게 많은 어휘를 가지고 있을까? 어른은 평균 약 10만 단어를 알고 있는데, 실상 일상 대화에서 쓰는 어휘는 약 5천 개 정도로 제한되어 있다. 어휘의 규모는 지능의 강력한 지표로서 배우자 선택에 활용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는 자주 쓰지 않는 9만 5천 개의 장식용 단어는 구애에 유용하기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명석한지, 학습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과시하기 위해 사용한다는 것이다.
<마음의 과학>에서는 이처럼 진화의 산물로서 마음의 작동 원리를 규명하는 한편, 누구나 궁금해 하는 성격과 재능의 비밀, ‘유전인가 환경인가’하는 오래된 논쟁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들을 제시한다.
『타고난 반항아』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프랭크 설로웨이는 태어난 순서가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그는 역사적으로 과학, 정치, 사회사상에 주요 변혁을 일으킨 6500여 명을 연구한 결과, 맏이가 동생보다 더 (1)성실하고 (2)공격적이고 (3)관습적이고 (4)지배적이라는 의미에서 외향적이고, (5)화를 더 잘 낸다는 의미에서 다혈질이라고 결론지었다. 반면에 동생은 급진적인 혁신을 더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실제 감옥을 흉내 낸 이른바 ‘스탠퍼드 감옥 실험’으로 명성을 떨친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는 2004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의 수감자 학대 사건을 배경으로, 환경이 성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했다. 왜 선한 사람들이 악행을 저지를까? 미 국방부와 군대는 아부그라이브 교도소 사건이 어느 모로 보나 좋은 통에 나쁜 사과가 몇 개 들어간 탓이라고 말하지만, 실상 선량한 사람들을 망치는 것은 나쁜 사과가 아니라 나쁜 통이다. 짐바르도는 이를 ‘식초 통에 들어간 단 오이’에 비유했다. 슈퍼에서 사온 오이를 식초 통에 넣는다면 오이가 “안 돼. 나는 단 맛을 지키고 싶어.”라고 소리쳐도 그 통은 오이를 피클로 만들 뿐이다.
데이비드 리켄은 쌍둥이 4000쌍을 연구하여 유전이 개인의 적성과 성품, 사회적 태도의 30~70%까지 결정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인종차별주의, 생물학적 결정론, 사회진화론을 반대하는 정치적 신념 때문에 과학적 연구 결과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최신 뇌과학의 성과들 역시 ‘마음의 비밀’에 근접하게 해준다. 인간의 뇌는 우주에 존재하는 가장 신비로운 사물 중 하나다. 뇌는 어떻게 그토록 많은 것을 학습할 수 있을까? 뇌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뇌를 탐구하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보다 심오한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신경과학자 스타니슬라스 드엔은 인간이 진화의 과정에서 동물보다 훨씬 더 정교한 수 메커니즘을 갖게 되었으며 언어와 기호가 이러한 메커니즘 발달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밝혀내었다. 드엔은 또한 수학 교육이 수에 대한 표상을 변형시키는 역할을 하며, 특히 언어의 습득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중국 아이들은 수를 세는 법을 배울 때 유리하다. 그들의 수 구문이 더 단순하기 때문이다. 미국인은 ‘에이틴, 나인틴, 트웬티, 트웬티-원…….’하는 식으로 말하는 반면, 중국인은 훨씬 더 단순하게 ‘십팔(ten-eight), 십구(ten-nine), 이십(two-tens), 이십일(two-tens-one)…….’라고 말한다.
E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아기 성장 보고서>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 인지발달분야의 최고 권위자이자 『우리 아이의 머릿속』의 저자인 앨리슨 고프닉은 아이의 마음이 학습 기계이며, 아이들도 과학자처럼 관찰과 실험, 추론을 통해 학습한다고 주장한다. 아기들은 빨간 공 80퍼센트, 흰 공 20퍼센트가 든 상자를 보여준 뒤 상자를 가리고 공을 꺼낼 때, 흰 공이 나올 경우 더 오랫동안 쳐다본다. 즉, 빨간 공이 나올 확률이 80퍼센트이므로, 빨간 공이 나오리라고 추론했는데, 흰 공이 나오자 의외의 결과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마음의 과학>에서는 그 외에도 인간의 뇌를 조종하는 톡소플라즈마라는 기생생물을 다룬 로버트 새폴스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을 규명한 스티븐 로즈, 맹시현상(자극 처리에 대한 의식적 경험은 없지만, 무의식적으로 자극을 처리하는 현상)을 처음으로 규명한 니컬러스 험프리, 신앙과 도덕성의 상관관계를 탐구한 조너선 헤이트 등 각 분야 대가들의 연구 성과가 알기 쉽게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은 대가들의 어깨 위에서 ‘마음’의 연구와 관련된 학문들을 총체적으로 조망하려는 심리학, 뇌과학, 생물학, 언어학 등의 전공자는 물론, 마음의 실체를 궁금해 하는 모든 인문서 독자에게 친절한 지식의 지도를 제공한다.
"우리는 톡소를 생쥐에 집어넣었다. 뇌의 부위별로 톡소가 얼마나 많이 분포하는지 살펴보자, 톡소가 편도체(amygdala)라는 부위, 즉 공포와 불안을 담당하는 뇌 부위에 주로 터를 잡는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다음에 우리는 톡소가 편도체 안에서 가지돌기, 즉 뉴런들을 서로 연결하는 가지와 전선을 오그라뜨린다는 것을 알았다. 즉 이 기생생물이 뇌에서 공포와 불안에 관여하는 핵심 부위의 배선을 단절시키는 것이다. …… 그렇다면 사람에게서는 어떨까? 현재 톡소에 감염된 사람을 대상으로 신경심리학 검사를 한 연구 결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는데, 톡소에 감염되면 좀 더 충동적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톡소에 감염된 사람이 무모하게 과속을 하다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할 확률이 3~4배 더 높다.
_ 로버트 새폴스키 <톡소: 인간 행동을 좌우하는 기생생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