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등(조준호, ‘잘 넘어지는 연습’ 중에서)

[록은]

              3등

              (조준호, ‘잘 넘어지는 연습’ 중에서)           

2012년 런던 올림픽, 접전 끝에 승부가 갈리지 않아

연장전까지 이어진 유도 8강전이었다.

경기가 종료된 후 세 명의 심판은 모두 나의 판정승을 선언했다.

그런데 갑자기 심판 위원장이 심판들을 불러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내 자리로 돌아온 심판들은 판정을 번복하고 나의 패배를 선언했다.

각국 외신은 물론 상대 선수 국가였던 일본 언론조차

석연치 않은 판정이라고 할 만큼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새벽까지 경기를 본 많은 사람이 울분을 터뜨렸다.

나 역시 허탈했지만, 아직 경기가 남았다.

넋 놓고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올림픽 역사상 유례없는 판정 번복을 당해 정신력이 흔들리는 데다

경기 중 인대가 끊어져 한 팔 밖에 쓸 수 없는 악조건에 빠졌다.

그런데도 나는 결국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진심으로 기뻤다.

하지만 내게 위로가 쏟아졌다.

“아쉽고, 안타깝고, 아깝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의아했다.

 ‘세계 3등인데, 안타까운 일인가?’

선수들은 올림픽을 위해 십 수 년 노력한다.

개최 주기로 따져도 4년, 1460일 동안 피땀을 흘린다.

하지만 사람들은 단 몇 분의 올림픽 경기 결과로 그를 기억한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보아야 하는 걸까?

내 모든 것을 평가받는 단 몇 분? 아니면 지난 1460일?

3등은 모든 경기를 통틀어 한 번은 져야 얻을 수 있는 등수다.

금빛 영광을 눈앞에 두고 패배했음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내게 3등은 십 수 년 간 넘어지고,

일어서고, 조르고, 메쳐지면서 유도에만 매달려 얻은 결과다.

다시 떠올려 봐도 나는 그 순간 그보다 잘할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끌어 모아 경기에 임했다.

그래서 아깝지도, 아쉽지도 않다.

내가 흘린 땀의 높이가 세계 3등이라는 것에 고마울 따름이다.

인상 깊은 글이었습니다.

솔직히 우리들은 최고의 것만을 추구합니다.

그러다보니 최고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좋은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 과정 안에서 상처를 입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요?

이제는 모두에게 힘찬 박수와 격려를 해주는

그러한 주님의 제자가 되면 어떨까요?

(모셔온 글)

조준호 선수의 경기장면.

어제 어느 신부님 강론 글 중 발췌했습니다.

몇년 전 일어났던 일이었지요.

우리는 벌써 모두 잊어버리고 있었네요.

본인에게는 어마어마한 사건이었을 것이고

인생의 크나큰 고비였을텐데...

그러나 우리는 뭐든 그때 뿐이고

쉽게 잊어버립니다.(...근성이라고도 하지요}

나에게 일어난 삶의 고비는

그렇게 쉽게 잊지는 않습니다.

아마 언제. 어떻게. 무슨 일이

생생히 기억하고 있겠지요.

모든 메스미디어를 장식했던

대단한 사건도 그 흥분이 사그러들면

곧 잊어버립니다.

나와의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한

심지어는 나라를 뒤흔들었던 일 조차도...

그래서 생각해 봅니다.

이렇게 잊는 다는 것이

때론 좋을 수도 있지만

사안의 중요함을 상실하는

손해를 보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겠지요

우리는 모두 망각이라는

다리를 건너왔으므로

이 지상의 삶이 가능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전문가들은 만약 사람이

모든 걸 기억한다면 불행할 것이라고 합니다.

“망각은 기억만큼 중요하다.”라고요

또는 '망각의 축복'이라고도 말하더군요
아무튼 사람은 잊어버리도록 만들어졌답니다.

그렇기에 망각은 우리를 때론

편리하게 아니 평화롭게 또는

인간답게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그렇더라도 인생에서 중요한 것에는 집중하고,

기억하며 사는 것이 옳지 않을까

잠깐 생각해 봅니다.

그렇지 않은 건 정리하는 것이 

삶의 방법이고 지혜이겠지요?

 

그때의 감격과 흥분을 새롭게 기억해 봅시다

[곡스]

찌잉 ...
언젠가 펜싱 대학에
간적 있는데
그곳에 걸린 펜싱복들에서
땀에 절은 냄새가
나는데
가슴이 먹먹하고
아팠습니다....
진짜 너무 아팠습니다...

[록은]

그렇죠 그들의 땀은 피입니다
뼈를 깎는 아픔이죠~~

[오 솔 길]

그 청년 생각이 기특함세!
아쉬움을 저렇게 표현한다는 건? 비울 줄도 알거라 생각됩니다.
제가 다 아쉽네욤ㅠㅠ

[록은]

오솔길님~~
아버지 마음~

[돌고래]

조준호 선수 진짜 멋있네요!!

[록은]

바른 정신의 소유자
진정한 스포츠 맨~~

[별하나]

최선을 다한 결과에 대해
승복하고 감사 할 수 있음은
아름다운 일 이지요.~!^^

[록은]

거기다 겸손까지~~
겸손은 참으로 아름다운 덕목이지요
이기심이 자아를 좀먹는 현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