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다녀온후 베란다에 던져 두었던 텐트며 잡동사니들을 며칠째 묻져 두고 있었습니다.
갖다온 빨래와 그동안 쌓여던 빨래도 몇날 동안 빨았거던요.
며칠 고생하는 꼴을 본 애들 아빠가 일욜 오후에 창고 정리까지 몽땅 정리를 해주마하고 낮잠이나 한숨 폭 자라고 등을 떠밀더군요.
못이기는체 하고 오지도 않는 잠을 청했습니다.
바깥에서는 애들을 시켜 이것저것 버리라고 지시하고 난리도 아니더군요..
일욜 좋은 오후에 왔다갔다 하면서 일하는 애들이 말이나 잘 듣겠어요.
소리치고 윽박지르고..점입가경 이었죠.
그래도 나가지 않고 끝까지 두고 보았습니다.
해질녘이 되어서야 좀 잠잠해지더군요..덕분에 실컷 책도 읽고..
다 자고 나온척 기지개 까지 해가며 나와 봤더니 거실 한켠에 5년 동안 창고에 묵혀 두었던 결혼때 사왔던 인켈 오디오 세트가 턱하니 버티고 있더라구요..누렇게 바랜 레코드 판 수십장도 가지런히 올려져 있구요.
신랑曰: "우리도 이제는 인간답게 살아봐야 되지 않겠어..애들도 이제 다 컷고..
애들아! 우 리집 음악실 만들었다."ㅎ
애들도 무척 좋아 하더군요.
그랬죠..애들 어릴때 그게 어디 장난감이지 제대로 우리집의 오디오 역할이나 했게요?
결혼 5년후쯤엔 턴테이블도 고장나고..있지도 않은 인켈 서비스 찾아서 다시 고치는데도 거의 30만원쯤 들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새로 고쳐 좀 듣다가 집이 낡았다고 리모델링 하는통에 창고에 들어가서 근 5년을 외로이 지내게 했지요.
어제 아침엔 애들에게 엄마 학교 다닐때 듣던 노래라면서 '사이몬 가펑클..아바..브라더스 포..트윈폴리오..김정호..아랑드롱사진이 박혀있는 영화음악..그리고 졸업후 과 후배에게서 강매 당하다 시피해서 사게 되었던 클랙식 세트까지 ..몇시간을 틀어줬는데도 지겨워 하지 않더군요..개중에는 귀에 익은 멜로디도 더러 있었겠죠.
특히 요즘 시트콤 올드미스다이어리..에 나오는 아바의 I do Ido I do 는 연속해서 몇번을 듣더군요..
삼십년 세대 차이가 나는 자식들과 같은 노래를 조금이나마 공감해서 들을수 있는 우리집 음악실..상당히 실속이 있네요.
어제 저녁엔 애들 아버지랑 큰애 문제 땜에 좀 다투었습니다. 애가 사춘기라 그런지 애들 아빠에게 좀 철없이 굴었거던요.
애들을 재우고 얘기를 했습니다. 나는 "사춘기니까..지도 저를 어쩌지 못해 그런거다..좀 더 부드럽게 대해주자."
애들 아빠는 " 애가 그렇다고 부모가 애 비위나 맞추고 사는것은 교육적으로도 좋지 않다..우리 때는 사춘기 사자도 못 꺼내 봤다..기본 예의가 있어야 되질 않느냐.."
하고 언성을 높이 더군요.
말이 안 통한다 싶어 방엘 들어가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좀 있다보니 바깥에서 노래 소리가 들리더라구요..김영동의 소낙비..어디로 갈꺼나..한네의 승천..거기다 자기가 좋아하는 국악까지 틀어놓고 따라 부르고 있더라구요.
분위기가 그래서 과일 깍아서 양주랑 내어갔죠..노래 들으면서 예전에 듣던 맘이랑 지금의 느낌이 좀 다르다는둥..그러면서 은근슬쩍 아이얘길 꺼내고..
우리집 음악실이 없었다면 다음날 까지도 꿀꿀한 감정이 이어졌을텐데..
아이들도 계속 예전 엄마 아빠가 듣던 판을 꺼내어 듣고 하는걸 보니 기분도 묘하고..좋네요.
여러분들께도 강추합니다..예전의 분위기에 함 빠져 드심이 어떨지..
첫댓글 울 기범이도 중학교 1학년인데 어느새 키는 나보다 훌쩍 더 커버리고 변성기에 말투도 퉁명스럽고 흠,,,. 암튼 좋은 음악을 찾아 빠져드는 재미... 쏠쏠하지요^^*
나도 텐테이블 하나 장만해야겠다. 판 100여장이 놀고 있는데...요즘 듣기 힘든 노래도 많은데...
시디로 듣는 거랑은 느낌이 확 다른데요..약간 지직이는것도 분위기 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