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봄에 광교산 천년약수터에서 멋진 書刻 하나를 본 적 있다 山中好友林間鳥(산중의 좋은 친구는 숲속의 새요) 世外淸音石上泉(세상 밖의 맑은 소리는 돌 위의 샘물 소리로다). 도대채 어떤 분이 이런 시를 썼으며, 어떤 高士가 이 시를 목판에 새겼을까 자뭇 궁금했다. 두 분 다 숲속의 새를 친구하고, 세상 밖의 맑은 물소리에 귀 기울이는 경지다. 시인과 서각가가 늘상 궁금했는데, 시를 쓴 분은 인터넷 검색으로 알 수 있지만, 새긴 霧峰이란 분은 어디 가서 찾겠는가. 그런데 내겐 조금 인연이 있었던 모양이다. 시를 쓴 분은 19세기 초 전남 화순에 春灘亭이란 정자를 짓고 살았던 春灘 李之榮이란 분이고, 새긴 분은 수원의 霧峰 김도성이란 팔순 넘긴 시인 겸 소설가 였다. 2023년 년말 <광교산포럼>에서 霧峰 김도성 서각가를 만났다. 麝香은 싸고 싸도 냄새가 난다는 말이 있다. 문학 이야기 하던 중, 有福한 寡婦는 앉아도 요강 꼭지에 앉고, 되는 집에서는 개(犬)를 낳아도 靑삽살이라고, 거사의 수필 <蘇州 杭州 여행기>를 칭찬하던 그 분이 바로 천년약수터에 글씨 걸어놓았던 분인 걸 알게 되었다. 인사동에 들리면 나는 자주 書刻집을 찾아간다. 추사의 靜坐處 茶半香初 妙用時 水流花開 같은 글씨를 보면 떠날줄 모르고 오래 서성거린다. 霧峰 선생의 서각 글씨는 秦나라 篆書의 번잡함을 피한 隸書로, 기교가 없는 무위자연을 추구하고, 예스럽고 소박한 古拙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 서체 자체가 신선의 세계를 그린듯한 시 내용과 너무 잘 어울린다. 대략 이런 이야기가 오갔고, 거사는 2024년 푸른 청룡의 해가 시작되는 정월에 선생을 만나 끝에 甲辰正月 爲 金炫居士 霧峰 刻이라 쓰여있는 작품을 선물 받았다. 희귀한 인연에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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