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 장 보들리야(Jean Baudrillard, 1929~2007)가 "미디어 기술의 발전으로 앞으로 가짜가 더욱 진짜 같은 세상이 온다. 결국 가짜가 진짜를 대체하는 세상이 열릴 것이다“라고 예언한 이래 지금 우리는 가짜와 진짜가 뒤죽박죽 섞여 있고, 진실과 거짓이 공존하는 '극초 현실(Hyper-Reality)'의 세상에 살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과 인공 지능(AI)의 기술로 제작된 내용은 무엇이 사실인지 아닌지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으면 일반인들은 그 실체적 진실을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문제는 이렇게 현실과 비현실의 구분이 어려운 세상에선 ‘하이퍼 리얼리티’를 만드는 이들, 즉 권력가들을 위해 거짓 정보를 만드는 미디어들이 권력을 소유하게 되고, 이들이 다시 권력의 실세로 부상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세계의 주류 언론과 통신이 전하면 다른 나라의 모든 미디어는 그대로 같은 내용을 앵무새처럼 반복하여 보도한다. 이러한 현상을 소위 ‘앵무새 작전’이라 한다. 일반 대중은 언론이 전하는 모든 것을 그대로 진실이라 믿어야 한다. 결국 국민은 진실과 거짓이 공존하는 하이퍼 리얼리티의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
언론을 ’미디어(media)’라고 한다. ‘media’는 'medium'의 복수 형태로서 중간자, 매개자의 뜻을 지닌다. 언론이 미디어의 본분을 버리고 권력자로서 자신의 이익과 권력 유지를 위하여 가공된 정보를 전달하면 할수록 ‘하이퍼 리얼리티’ 세상은 강화된다.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통치 권력의 남용과 오용을 견제 감시하고, 사회의 비리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의 기능을 수행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언론은 진실 보도, 공정 보도가 생명이다. 이러한 언론의 기능 때문에 언론을 ‘무관의 제왕, ’민주주의의 파수꾼‘ 혹은 ’제4의 권부‘라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거짓은 진실보다 빠르게 전파된다. 사람들은 불편한 진실보다 위안이 되는 거짓을 더 선호한다. 후한(後漢)의 사상가 왕부(王符)가 「潛夫論」에서 이러한 일반 대중의 어리석음과 사악함을 고발했다. “한 마리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니 수많은 개가 덩달아 따라 짖네(一犬吠形 百犬吠聲), 한 사람이 거짓을 퍼트리니 많은 사람이 진실인 것처럼 모두 떠들어 대네(一人傳虛 萬人傳實).”
나치의 선전상 괴벨스(Paul Joseph Goebbels)도 이러한 ‘앵무새 작전’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언론과 방송은 정부의 손바닥 안에 있는 피아노가 되어야 한다. 대중은 이해력이 부족하고 잘 잊어버린다. 승리한 자는 진실을 말했느냐 따위를 추궁당하지 않는다.”
앵무새 작전의 예로서,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2003.3~2011.12, 제2차 걸프전쟁)을 들 수 있다. 대량 파괴 살상 무기를 보유한 악의 축인 이라크의 후세인을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전쟁을 개시했으나 드러난 진실은 “대량 파괴 살상 무기를 발견하지 못했다”라는 사실뿐이다. 중동 위기의 대부분, 발칸반도 및 중동지역의 내전은 인종 청소의 형태로 피의 보복이 계속되는 하이퍼 리얼리티의 산물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무고한 민간인의 희생이 뒤따랐다.
그 후 몇 차례의 중동전쟁과 아프칸 전쟁, 작금의 러-우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갈등도 모두 앵무새 작전으로 진실이 감추어지는 경우가 허다함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언론이 가짜 뉴스와 음모론적 선동에 앞장선다면, 우리가 추구하는 성숙한 사회, 열린 민주사회는 공염불이 될 것이다. 아전인수(我田引水), 침소봉대(針小棒大), 곡학아세(曲學阿世), 견강부회(牽强附會) 등 거짓이 거짓을 낳는 ‘하이퍼 리얼리티’의 세상은 지속될 것이다.
<성숙사회가꾸기모임>의 성숙의 불씨 859호 원고(2023. 11. 7)
첫댓글 하이퍼 리얼리티의 선구자 미국의 좌파 미디어에 의해 진실이 왜곡된다. 한국 주류 미디어들은 이들의 충실한 앵무새이다.
악역 배우가 있다고 하자. 한 드라마에서 악역을 한 배우를 만난 시청자가 길거리에서 이 배우에게 욕하고 뺨을 때리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드라마에서 악역을 했을 뿐, 실은 착하고 온순한 사람이다. 여기서 보는 시청자의 삶이 하이퍼 리얼리티이의 삶이다.
소비사회의 일반 대중은 홍보용 선전에 길들여저서 상품의 실제적 가치 이상의 환상에 사로잡혀 산다. 선전과 홍보의 효과로 병이 낳는 약의 효과도 있다. 콜라시보 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