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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참 인스트루멘틀 음악이 인기가 많았지요. 제프벡, 리 릿나워, 스티브 바이, 팻 메스니, 조 새트리아니 등등… 드림씨어터 같은 밴드는 사실상 인스트루멘틀 밴드에 가깝기도 하고요. 하지만 요즘은 밴드 음악의 인기도 떨어진데다 인스트루멘틀, 특히 인스트루멘틀 록은 매니아의 취미가 되버린 감이 좀 있네요.
하지만 인스트루멘틀 록은 요즘도 꾸준히 그 명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거스리 고반 같은 과거의 히어로형 기타리스트들이 만들어내는 연주곡이 그 한축이고 토신 아바시 같은 젠트 밴드들의 음악이 다른 한 축일겁니다. 또다른 한 축은 포스트록 분야가 아닌가 해요. 특히 요즘 한국 인스트루멘틀 록은 대부분이 슈게이징 성향의 포스트록 밴드들의 음원일거에요. 오늘은 한국 포스트록 밴드들이 연주한 인스트루멘틀 넘버들을 한 번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처음 소개드릴 밴드는 ‘프렌지’입니다. 친구들이라 그런지 한 호흡으로 사운드를 쌓아가는 모습이 정말 멋집니다. 일반적인 포스트록 정석대로 한층한층 사운드를 쌓아가는 능력이 상당합니다. 이펙터 활용도 아주 좋고요. 탑밴드 출연시 유영석이 ‘음악의 3요소’인 멜로디가 없다며 혹평을 해버리는 무식한 짓을 해버린 에피소드도 기억나네요. 1집 <Nein Songs> 이후로 실질적으로 활동이 없는게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함께 들어보실 곡은 <Nein Songs> 앨범 수록곡인 <Apollo 11>과 <Icarus>를 붙여 연주한 것입니다. 네이버 온스테이지의 명작 라이브로 꼽히죠. 전체 화면으로 차분하게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로 드러머는 친구들과 밴드를 하기 위해 드럼을 배워서 팀에 합류한 것이라고 하네요.
두 번째 밴드는 이름이 좀 요상합니다.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 보통 줄여서 ‘속옷밴드’라 부르죠. 이름에 속옷과 여자라는 단어를 넣고 싶어 문장을 찾다가 염상섭의 소설 중 한 구절에 나오는 '양옥집도 생겼고 기왓장도 늘었다네'의 구조에 단어만 넣었다고 합니다. 굉장히 장난스러운 이름이지만 음악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따뜻한 톤의 사운드에 기타 3대가 펼쳐내는 광활한 사운드 스케이프가 장점이며, 특히 앨범 전체에서 내추럴 하모닉스와 아밍만으로 연주하는 기타리스트 박현민의 사운드가 시그니처에요. 인터뷰에서 ‘프렛을 꽉 눌러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는 푸념을 늘어놓기도 하더군요.
속옷밴드는 멤버들간 좀 느슨하게 활동을 하는지 라이브도 자주 하지 않고, 앨범은 EP <사랑의 유람선>과 셀프타이틀 1집 하나 뿐이에요. 원래 이들의 트레이드마크는 항상 공연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안녕>과 한 편의 스릴러 영화 음악 같은 <Off>지만, 이건 질좋은 영상이 별로 없어서 그냥 제목에 건 링크로 들어보시고, 아래 음악은 <이 무서운 왕뱀을 향해 화살통 하나가 다 빌 때까지>의 온스테이지 라이브입니다. 아, 사족이지만 이들은 공연때 관객이 아닌 드러머를 보고 연주합니다. 클럽 공연에서는 ‘여기 조명 모두 꺼주세요’ 라고 할 때도 있어요. ㅎㅎㅎ
마지막으로 함께 감상해볼 밴드는 ‘로바이페퍼스’(Raw By Peppers)입니다. 친한 친구, 선후배끼리 2년간 작업해 데뷔했다는 로바이페퍼스는 영화 ‘스페이스오디세이’를 모티브로 한 EP <Spaceship Out Of Bones> 한 장을 발표한 밴드에요. 앞서 소개드린 밴드중 가장 신참이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우주적 사운드는 정말 대단합니다. 하이파이한 핑크플로이드 같기도 하고. 베이스와 기타, 드럼만으로도 아주 꽉 찬 소리를 들려주고 있어요. 기타리스트 김가온의 플레이와 우주로 가는 이펙팅도 아주 마음에 들고, 베이시스트 이진우와 드러머 이광민의 합 역시 대단합니다. 로바이페퍼스는 ‘CJ아지트 선정 뮤지션’이라는 든든한 지원군도 얻게 됐으니 이제 활짝 날아오를 일만 남았네요. 함께 들어보실 곡은 로바이페퍼스 EP 중 가장 ‘우주적인’ 트랙 <3> 입니다.
이밖에도 ‘할로우잰’, ‘실리카겔’, ‘쾅프로그램’, ‘아폴로18’ 등 다양한 포스트록 밴드들이 많은데 챙겨듣기가 쉽진 않지만, 그래도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상당하네요. 조금 더 부지런히 음악을 들을 필요가 있을거 같네요. 휴…
첫댓글 화려하지는 않지만 좋네요..^^ 음악은 쟝르별로 골고루 발전해야 하는데 ...
저런 음악들이 별거 아닌거 같아 보여도, 막상 합주하려면 엄청 골치아프더라고요. 특히 드러머는 무조건 메트로놈 칼박이어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