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어(袈裟魚)
지리산 계곡의 물 속에서 사는 물고기로 등에 있는 무늬가 가사를 걸친 것과 같다고 한다.
袈 : 가사 가(衣/5)
裟 : 가사 사(衣/7)
魚 : 물고기 어(魚/0)
이덕무의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에 가사어(袈裟魚)란 물고기 이야기가 나온다.
지리산 속에 연못이 있다. 그 위에 소나무가 죽 늘어서 있어 그 그림자가 언제나 연못에 쌓인다. 못에는 물고기가 있는데 무늬가 몹시 아롱져서 마치 스님의 가사와 같으므로 이름하여 가사어(袈裟魚)라고 한다.
대개 소나무의 그림자가 변화한 것이다. 잡기가 매우 어렵다. 삶아 먹으면 능히 병 없이 오래 살 수 있다고 한다. 묘한 여운이 남는 얘기다.
김종직(金宗直)은 운봉 사는 벗이 귀한 가사어 한 마리를 보내오자 고마운 뜻을 담아 시 한 수를 지었다.
雲峯金訓導 送示袈裟魚一尾
운봉김훈도 송시가사어일미
운봉의 김훈도가 가사어 한 마리를 보내어 보이다
김종직(金宗直)
達空寺下水梭花(달봉사하수사화)
紫鬣斑鱗味更嘉(자렵반린미갱희)
珍重廣文嘗不得(진중광문상부득)
却來天嶺病夫家(각래천령병부각)
달공사 아래에 있는 물고기는,
붉은 갈기 얼룩 비늘에 맛이 더욱 좋구나.
진중한 광문께서는 맛도 보지 않고서,
도리어 천령 병부의 집까지 왔네그려.
수사화(水梭花)는 절에서 물고기를 이르는 말이다. 이 가사어가 산다는 연못은 지리산 반야봉 아래 용유담(龍遊潭)이다. 지금의 함양군 마천면 송전리다.
신증동국여지승람 함양군 조 용유담(龍遊潭) 기사를 보면, 가사어는 지리산 서북쪽 달공사(達空寺) 옆 돝못(猪淵)에 살다가, 가을에 물길 따라 용유담으로 내려온다. 그리고 봄에 다시 돝못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고기가 오르내릴 때를 기다려 바위 폭포 사이에 그물을 쳐놓으면 고기가 뛰어 오르다가 그물 속에 떨어진다고 잡는 방법까지 적어 놓았다. 달공사는 전북 운봉 지역에 있던 절이다.
유몽인(柳夢寅)의 유두류산록(遊頭流山錄)에는 가사어가 오직 용유담에서만 난다는 언급이 있고, 이수광(李粹光)은 지봉유설에서 색이 송어와 같이 빨갛고 맛이 매우 좋다고 적었다.
최기철 선생은 '민물고기를 찾아서'란 책에서 가사가 탐(貪), 진(瞋), 치(痴)의 욕심을 버렸다는 표시로 승려들이 빨간색의 세 띠를 어깨에 걸치는 의복이라 하고, 물고기에 빨간 줄 셋이 있고 상류로 회유하는 물고기는 황어뿐이라며 가사어의 정체를 황어의 일종으로 추정한 바 있다.
연못 위로 쌓이는 소나무 그림자를 제 무늬로 만들었다는 가사어(袈裟魚). 잡기도 어렵지만 삶아 먹으면 병없이 오래 살 수 있다는 전설적인 물고기. 다른 곳은 절대로 가지 않고 용유담과 돝못 사이에서만 산다. 지금은 없어진 지 오래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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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가사어 이야기
지리산 심산유곡에서 발원되는 맑은 물은 수많은 생물들의 터전이다. 곳곳이 소를 이룬 이곳에 지금은 알 수 없는 가사어란 고기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고기 모양이 마치 스님이 가사를 입고 있는 것처럼 띠를 두르고 있다하여 가사어라고 불렸다 한다.
전해오는 전설에 의하면 지리산 반야봉 아래 돼지소에 가사어가 살고 있었는데,
이 물고기는 깊은 산성지에서 화생한 것이라 하였으며, 그중 큰 것은 여러자 되는 것도 있고, 작은 것은 한자쯤 되는 것으로 그 맛이 별미인데, 어느때 어떤 무인이 도약을 풀어 잡은 뒤로부터 가사어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옛날 어떤 스님이 남원을 거쳐, 지리산으로 들어가는 길인 반야봉 밑의 돼지소에 이르렀다. 날씨는 차가운데 마침 소금장수 한사람이 소금지게를 쉬어 놓고, 마른 나무가지를 주워다 모닥불을 피우고 있었다.
스님이 불을 보니 반가워서 바랑을 벗어놓고 두손을 벌리고 불을 쬐다보니,
소금장수는 불무더기 속에 돌맹이를 이리저리 굴리며 굽고 있었다.
스님이 이상하게 생각하고 소금장수를 쳐다보며 물었다. "여보시요! 돌을 구워 무엇에 쓰려고합니까?"
소금장수는 스님을 보고 싱긋 웃으면서 대답한다. "벌겋게 돌이 구워져서 말랑말랑해진 뒤 저소에 던지면 연꽃이
떠오르는데 그 연꽃을 잡아타면 극락세계로 갈 수 있답니다."
그 대답을 들은 스님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장난삼아 대답했다. "그것참 신기한 일입니다. 그러면 이 모닥불에 나도 한 덩어리 구워 던지고 우리같이 극락 세계로 갑시다."
그런데 소금장수의 돌이 벌것게 달구어 가는데, 스님의 돌은 그대로 냉냉하였다. 소금장수가 산에 나무를 주우러 다니는 사이에 스님은 모닥불 곁에 않아서 소금장수의 돌을 모닥불의 가장자리로 그리고 자신의 돌은 불길이 솟아오르는 가운데로 밀어 놓았다. 그래도 달구어지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스님의 돌이 달구어지기를 기다리다 못한 소금장소는 일어서며 말했다. "스님과 같이 돌을 굽다가 제가 먼저 던기기는 미안합니다만, 내것부터 던져 보야야 겠습니다."
하고 소 한복판에 힘껏 던지니 과연 넓다란 연꽃 한 송이가 둥실둥실 떠올랐다.
소금장수는 두손을 모아 합장하고 서쪽을 바라보며 나무아미타불을 암송하고 풍덩 물에 빠져 연꽃을 잡아타니 서쪽 하늘에서 서기가 비추어 연꽃을 휘감아 싸고 소금장수는 서기에 감싸여 하늘로 사라져 버렸다.
이 광경을 바라보던 스님은 어리둥절해지고 온몸에 기운이 빠졌다. 그러나 소금장수의 돌이 벌겋게 달구어진 것도 보았고 연꽃이 떠오른 것을 직접 보았으니 내 것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면서 나무를 주워다 아무리 불을 피워 보아도 돌은 달구어지지 않았다.
스님은 초초해 지고 애가 달아 필경에는 굽던 돌을 소에 던지고 자신도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처음부터 신념이 없이 시작한 스님의 도에서 연꽃이 필리가 없었다.
그리하여 극락으로 가지못한 스님의 넋이 맑은 지리산 계곡 가사어가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