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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몇 번째 재생인 걸까.
목소리가 들린다.
죽음에 잠겼으면서도 몇 번이고 빠져나가는 나에 대한 원망 섞인 말이다.
죽음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없는 그것들은 재생하는 나를 불공평하다고 규탄한다.
전신이 아프다. 숨이 찰 정도로 아프다. 퍼부어지는 규탄의 목소리.
죽어.
포기해.
꼴 좋다.
아무 것도 안보여.
들릴 때마다 강해진다.
죽고 싶어.
참을 수 없어.
추해.
보기 흉해.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돼.
죽고 싶어.
듣고 싶지 않아.
이런 꼴을 당해야 한다면 되살아나고 싶지 않아.
하지만, 그것조차 익숙해졌다.
죽어.
그렇다면, 어서 죽여줬으면 싶다.
좋은 느낌이다.
그렇다면, 좋을 대로 즐기시지.
후회를 곱씹어라.
예, 벌써 몇 번이나 곱씹었습니다.
네 탓이다.
그래, 모든 건 누군가의 탓.
더러워.
그건 꾸미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인간이 아냐.
……이 거울은 흐리다
이 악마.
아아확실히 인간의 소행이 아니지.
많은 소리를 지나쳐 가고 또다시 숨을 토해낸다.
……이제부터 있을 과정은 그리 괴로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안식조차 느껴진다.
저 뇌옥에서 나오기만 한다면 뒤는 재생의 환희가 가까운 거다. 뇌옥. 그래, 저 위치는『뇌옥』이라는 말이 적합하다.
중상, 폭언, 멸시.
인권의 박탈, 존엄의 박탈, 자유의 박탈.
그러한 것으로 구성된 사후의 세계를 인간이라면 누구나 들은 적이 있겠지
틀림없이 영원토록 괴로워한다.
불교에선 그걸 무간지옥이라 전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있던 위치는 그것과 미묘하게 달랐다.
괴로움 뿐만이 아니다.
그곳에는 영겁과 허무가 있었다.
어느 것도 사람의 손에는 닿지않는 닿아봤자 의미가 없는 것.
그렇기에 괴롭다.
인간의 분수에 넘치는 건 바래도, 손에 넣어도, 영원히 소화할 수 없을 테니까.....
「윽, 우……」
소파에서 몸을 일으킨다.
이미 몇 번인가 경험한 재생 후의 허탈감을 견디면서 왼팔이 잘 움직이는지 확인한다.
「여어, 깨어났나 마스터.」
…정규방송이 된 서번트의 인사.
그는 등을 향하고 앉아있다. 또 퍼즐을 풀고 있는 모양이다. 몇 분만 있으면 풀 수 있는 물건이지만 저게 마음에 든 모양이다.
…그런 면은 아이 같다, 하고 생각한다.
그 천진난만함을 평소의 행동에 반영시켜주면 좋을 텐데.
「확인하겠습니다만, 전 어쎄신과 동귀어진 한 겁니까?」
「아니, 일방적으로 졌어.
네 라이트 스트레이트는 헛발. 그 자식의 공상전뇌가 네 머리를 날려버렸지.
굉장하더만-. 펑, 하고 뇌수가 파열해서 상반신이 날아가더군.
뇌를 통째로 화약으로 바꿔서 몸을 날려버린다 라니, 무지 손이 많이 가는 살해 방식이지.
뇌를 잡았으면 그대로 뽑아버리면 끝인데.」
떠드는 서번트.
「…우.」
상반신이 없는 자신을 상상하곤, 기분이 나빠져버렸다.
…어쎄신과의 싸움을 떠올린다.
어쎄신의 마스터와 조우한 건, 학교 뒤에 있는 숲이었다.
적은 마스터 혼자. 서번트의 모습은 없어서 그대로 돌진했다.
적 마스터는 뛰어난 인형사로 수족이 되는 자율인형을 몇 체나 거느리고 있었다.
정밀한 살인기공을 갖춘 프랑스 인형들은 성가셨지만 인형의 요리 방법은 알고 있다.
마을에 출몰하는 그 괴물들과의 교전경험도 있었기에 인형사를 몰아넣는 건 쉬웠다.
그 인형 중 하나가 해골 가면을 쓰고 있지만 않았더라면.
「설마, 서번트…?!」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독침을 몇 발 피탄 당한 후였다.
어쎄신. 정해진 영령으로부터 선발된다고 하는 서번트이지만 그 능력은 성배전쟁 마다 바뀌어간다.
어쎄신의 어원이 된 『인물명』이 여러 명의 암살자가 계승하는 이름이기 때문에
매회 다른 암살자가 어쎄신이 된다는 듯 하다.
어쎄신이란 개인이자 무리로써, 그 중 이번에 선택 받은 “암살자”는 평균 성인의 무릎 정도 되는 소인이었다.
…생전부터 그랬는지, 서번트가 되어서 그 특징이 과장된 건지.
어쎄신은 동화에서 나오는 드워프같은 체형이 아닌 곡예사처럼 세련된 외견을 하고 있었다.
마치 서커스의 어릿광대.
왜소한 체구라는 단점을 가진 영령. 하지만, 어쎄신이라는 클래스에 있어선 더할 나위 없는 이점이었다.
기척차단 만이 아니라, 타격 면적이 압도적으로 작다.
스피드는 서번트 중 1, 2위를 다투며 나무 사이를 가로지르는 모습은 육안으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
덧붙여아니, 그것이야 말로 어쎄신의 이름의 유래겠지만 적에겐 일격필살의 “보구”가 존재한다.
「큭!」
지형의 불리를 깨달은 때엔 이미 독으로 인해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차폐물이 없는 평지라면 얼마든지 잡을 자신이 있지만 장해물이 많은 숲에선 손을 쓸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칩 삼아 최후의 도박을 시도했다. 좌반신을 미끼로 어쎄신을 나무 그림자로부터 끌어들인다.
이미 나에겐 반격할 만한 힘은 없다고 판단해 우측에서 번개처럼 이동해오는 어쎄신.
그걸 영격하는 형태로 모든 힘을 실은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꽂아 넣었다.
타이밍은 완벽.
그 기세로 돌진해 온 어쎄신은 좌우로 회피할 수 없고 방어 해 봤자 충격을 다 없애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이 왜소한 체구의 결점이다.
그런데도 그것도 간단히 뛰어넘어 버렸다.
시속 80킬로를 자랑하는 나의 라이트 스트레이트…게다가 카운터!
…를 적은 착탄되는 순간에 휙, 하고 농담 같은 소리를 내며 내 주먹에 올라 탄 것이다.
「거짓말.」
나도 나름대로 풍부한 전투경력을 가졌지만 자신의 팔에 올라 타 저벅저벅 걸어오는 적을 본 건 처음이었다.
창대 위에 올라탄다, 라는 믿기 힘든 신기를 떠올린다.
그렇게 어쎄신은 내 얼굴에 보구를 뻗어 의식은 거기서 끊어져 버렸다.
「……악몽이야.」
멍하니 중얼거린다.
「왜 그래. 아직 몸이 뻣뻣한 거야?」
「아뇨. 상태는 완벽합니다. 재생에도 익숙해졌으니까요.
지금 가슴이 욱씬 거린 건 당신 덕분입니다. 최후의 순간 어쎄신의 손이 제 이마를 잡은 감촉이 떠올라서 말이죠.」
「아. 그래? 미안, 미안. 눈치가 없어서 면목 없구만.」
케케, 하고 웃으면서 퍼즐을 계속한다. 저건 진심으로 내 실패를 비웃고 있는 거다.
성격이 못됐다던가 그런 레벨의 문제가 아니다.
저 남자는 상대가 누구던 간에 웃기는 일에는 웃고, 슬픈 일에도 웃는 성격파탄자인 것이다.
「…괜찮아요. 그것도 익숙해졌으니까.
그래서 어벤져. 당신이 날 이곳까지 옮겨 온 겁니까?」
「아니, 나도 죽었어. 둘이서 함께 하루 전인 지금으로 되돌아 왔다는 이야기지. 당한건 딱 0시 였으니까 말이야.」
「………」
전혀 진보가 없다. 이 저택에서 눈을 뜬 후 몇 일이 경과한 건지.
우리들은 아직 4일째의 밤을 넘어본 적이 없다.
…자신의 한심함 때문인지 무의식적으로 주머니 안의 이어링을 손에 쥔다.
고국을 떠났을 때 가져온 이것은 부적 같은 것일 것이다.
무엇을 위해 가져왔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소중하게 간직해 놓은 걸 보면 호부같은 것이겠지.
「하지만 그건 마스터 탓이 아니라구.
그 어쎄신이 너무 이상했던 거야. 네 주먹, 확실히 맞았으니까 말이야. 뭐, 마음에 둘 필요는 없지 않아?
넌 나라고 하는 핸디캡이 있어. 첫 전투에서 상대에게 보구를 사용하게 한 것은 상을 받을 만 하지.」
「쓸데없는 위안입니다. 아무리 선전했다고 해도 죽어버린 이상 아무것도」
아니, 플러스가 되는 거다.
나 자신은 아직 완전히 이용하고 있지 않지만 이 서번트는 죽은 자를 되살린다.
그와 계약하고 있는 한 나는 몇 번이든 되살아나는 거니까.
「그런가. 이 방법으로도 문제는 없군요…아니, 오히려 이게 당신의 무기입니다.
이용하지 않을 수 없죠. 우리들은 동귀어진으로도 충분한 거군요.」
이렇게 적의 정보를 캐내 언젠가 필승의 준비로 적을 쓰러트린다.
「이걸로 유리한 건 우리들입니다.
어쎄신의 특징을 알아낸 이상, 이 후론 어떻게 평지로 끌어내느냐 하는 것 뿐.」
꾹, 하고 오른 손에 힘을 준다.
이런 식으로 해 간다면 적 마스터의 전력저하를 기다릴 필요도 없다.
완전한 승리를 취할 수 있다.
한 명, 한 명 정면에서 파괴해 가면 나를 파견한 마술협회도 조금은 나를
「헤에. 의외로 순응하고 있군, 마스터.
이렇게나 패배가 계속되고 있으니 난 완전히 침울해져 있거나 내 한심함에 어이없어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에아, 아뇨, 그건 확실히 그렇습니다만.」
…그래.
나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아무리 재생할 수 있다고 해도 지금까지 몇 번이나 죽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뒷처리가 물러져있다.
어쎄신도 그럴 마음만 있으면 쓰러트릴 수 있었던 상대다.
그것을 느긋하게 상대의 전력을 납득할 때까지 조사하고 결전을 미루려고 하고 있다.
그건 마치아니, 그럴 리 없다.
나는 협회를 대표하는 마술사로서 결코 지 않는 싸움을 하고 있는 것 뿐이다.
「뭐, 날짜가 지나가는 건 아니까 괜찮지만 말이야. 시간을 너무 쓸데없이 쓰고 있군, 우리.」
서번트가 일어선다.
퍼즐을 풀다 만 채 현관을 향해 걸어간다.
「계속하자구, 마스터. 아직 조사하지 않은 곳이 있잖아?」
서번트에 이끌려 나도 소파에서 일어난다.
상자를 짊어지고 한번 더 주머니 속의 이어링을 손에 쥐며 몇 일째인지 모를 성배전쟁을 하러 나갔다.
갑작스런 이야기지만.
바제트·프라가·마크레밋츠는 이상한 여자다.
먼저 외견과 내면이 이상하다. 일치하지 않는다. 얼핏 보면 내 취향의, 빈틈없고 늠름한 어른 여성.
하지만 내용물은 자신에게 자신을 가지 못한 겁쟁이로 그걸 위장하기 위해 엄격하게 육체와 정신을 단련해왔다.
내 억측, 아니 개인적인 소원이지만 저건 자길 괴롭히는 게 취미 같은 여자인 거다.
틀림없어. 응. 저건 보통 인간 이상으로 자신을 단련하고 있다는 거다.
이래저래 해서 만들어진 『잘난 여자』라는 갑옷은 강고해 외면의 완성도와 강고함은 보증할 수 있다.
하지만, 슬프게도 갑옷이라는 건 움직이기 위해 어떻게든
틈이 필요한 것이라 때로는 진실된 바제트가 보이기도 한다.
그게 어떤 느낌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오랜 기간 갑옷으로 지켜져 온 내용물 따윈 껍질을 갓 깬 삶은 계란 같은 것이다. 너무 앳되서 으깨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말이지.
내면이 아무리 사랑스럽든 간에 10년 이상 단련해져 온 갑옷은 너무 강하다.
여차해서 임무전투태세에 들어갔을 때 어떤 남자던 간에 망상이나 욕망이 사그라질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이건 방금 전의 일이지만.
「허기가 졌습니다. 식사를 하도록 하죠.」
갑작스러웠다.
그 괴물녀석들을 3마리 정도 날려버린 후, 마치 맥박을 재는 것처럼 바제트가 말했다.
「당신도 따라오세요. 저의 마력공급만으론 지겹겠죠.」
엄청 서번트를 생각해주는 마스터다.
하지만, 주저없이 돌입한 곳은 눈 앞의 소고기 덮밥 노점상이었다.
「켁.」
나도 알고 있다. 신토에서 가장 맛없고 싸고 흔한 식사처다.
말해두지만 아무리 사람이 줄어들었다고 해도 다른 음식점은 있다.
바제트와 어울리는 비싸 보이는 가게도 10미터 앞에 영업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바제트는 눈 앞의 가게를 골랐다.
틀림없다. 그 가게가 가장 가까웠다는 이유에서다.
「뭔가 불만이라도?」
「아니, 불만이랄까, 신기하달까.」
「그럼 가도록 하죠. 실체화하는 걸 잊지 않도록.」 막을 수도 없다.
결국, 바제트는 냉큼 식권을 사서 소고기 덮밥과 된장국을 2인분 주문한 후, 3분 안에 허겁지겁 먹어 치운 후 밖으로 나갔다.
「역시 뭔가 불만이라도?」
「…불만이랄까, 신기하달까. 방금 그 밥, 맛있었어?」
「양은 많았습니다. 스프는 쓸데없이 많더군요.
하지만 조리시간이 약 1분, 이라는 건 훌륭합니다. 다음부턴 저 가게를 이용하도록 하죠.」
감상은 그뿐. 식사는 어디까지나 영양섭취로써 구분하고 있다.
난폭하고 무법적이었다.
판명된 적 마스터의 본거지를 조사한다.
여러모로 조사한 후, 안에 아무도 없다고 판명했다.
「어벤져. 문에 걸린 락을 해제할 수 있겠습니까?」
「음-…뭐, 의외로 간단한 녀석이니까 해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네가 하는 쪽이 확실하다구. 협회 굴지의 마술사잖아.」
「락을 해제하는 건 특기분야가 아닙니다. 당신에게 맡기겠어요.」
이었다.
내 마스터는 이런 섬세한 작업은 잘 하지 못하는 듯 하다. 철저하게 폭력으로 이루어져 있는 거다.
「그럼 내가 맡을게. 조금 시간을 줘. 이건 좀 성가시거든.」
현관 옆, 정원에 심어진 나무의 뿌리에 팔을 쑤셔 넣는다.
유체는 이런 때 편리하다. 무난히 자신의 마술회로를 마술식으로 쌓아 올릴 수 있다.
10초
20초
30초
40…
「우와아앗??!! 뭐, 뭐, 뭐하는 거야 너?!」
뭐고 나발이고, 저 자식 말도 없이 현관을 날려버렸다!
「침입합니다, 원호를.」
변명은 그것 뿐.
아니, 그건 해명이라 할 수도 없고 애당초 침입이라고 할 수도 없다.
바제트는 가죽장갑을 양손에 끼고 주저 없이 적의 본거지에 돌입한다. 정말로 난폭하고 무법적인데다가 무대포였다.
「」
겨우 공원에 도착했다.
육체적으로는 조금, 정신적으로는 꽤나 지쳐있다.
영체화하면 육체적인 피로는 차단할 수 있지만 그걸 할 수 없기 때문에 실체화해서 걸어 갔다.
「물, 물」
공원에 설치된 수도를 향한다.
언덕 위에서 여기까지 길에는 여기저기 하얀 액체가 떨어져있다. 즉, 내가 홀라당 뒤집어쓴 우유 자국이다.
「어이, 떨어지 말라구. 우리들은 협력관계잖아. 좀더 가까이 오라구, 마스터.」 휘릭 하고 돌아본다.
「풉」
굉장해. 저 바제트가 웃고 있어.
「…저기 말이야. 이거, 네 무대포같은 행동의 결과인데 말이야. 마스터를 위기에서 감싸다가 이렇게 됐다, 이거야.
덧붙여 말하자면 그 저택의 욕실도 그 주위의 다른 집 욕실도 쓰지 말라고 해서 여기까지 온 것도 네 지시 때문인데 말이지.」
거기까지 명령에 따른 보수가 이거냐.
어디 사는 공주님이냐, 저 녀석.
「그건 감사하고 있어요. 당신이 막아주지 않았으면 제가 그렇게 돼 있었겠죠.」
감사하고 있지 않잖아.
제길, 이대로 껴안아서 똑같이 만들어 줄까.
「무슨 일 있나요, 어벤져. 수도는 저쪽입니다. 눈에 우유라도 들어 갔습니까?」
죽여버리고 싶어.
소와 관련된 걸로 투우 VS 마타도르같은 장난을 쳐보고 싶지만, 내가 저 인간흉기를 붙잡을 수 있을 리도 없다.
「쳇. 아, 젠장, 그런 트랩 가만히 내버려뒀으면 좋았는데.아- 재미없네. 멋진 이벤트를 놓쳐버렸어.
…아니, 정말로 손해 봤군. 어쩐지, 마스터처럼 귀염성 없는 여자가 우유를 뒤집어쓰면 굉장히 땡기는 그림이잖아!」
「어벤져. 마스터로서의 명령입니다. 하찮은 농담하지 말고 어서 몸을 씻으세요.」
오케-, 하고 몸을 씻는다.
쓸데없는 게 씻겨 내려가는 동시에 영체화가 가능해진다.
그 우유를 뒤집어 쓰자 마자 강제적으로 실체화되서 영체화가 불가능해진 것이었다.
대 서번트용의 트랩이었던 것인가, 아니면, 제대로 된 인체에겐 좀더 극적인 효과가 있었던 것인가.
어쨌든, 그 저택에선 이렇다 할 만한 성과는 없었고
돌아가려던 차에침입자가 나갈 때에 발동되는건지 현관에 설치되어있던 트랩에 걸린 것이었다.
「…근데, 어째서 우유인 거야.이 나라엔
동물 젖이 악마를 퇴치한다는 신앙이라도 있는 건가? 없겠지. 정말로 그냥 장난이잖아, 이거.」
「어떨까요. 하지만 상대에게도 자비는 있군요.묻은 것이 아직 덜 지난 신선한 우유여서 다행이에요, 어벤져.」
숨죽여 웃으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하는 마스터.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이건.
배회를 계속한다.
괴물녀석들을 죽이기 위해 마스터를 찾기 위해. 두 개의 명목으로 마을 배회한다.
엄청나게 답한 이야기다.
성배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방침 따위가 아니다.
바제트는 그 어느 것도 아닌것을 찾고 있다. 그걸 바제트 본인이 깨닫지 못한다는 게 답하다는 거다.
그녀가 불안한 건 그걸 완전히 잊을 수 없기 때문일 테지.
자신의 능력을 잊고 있는 어딘가의 얼간이에게 보고 배우게 하고 싶을 정도다.
「…………」
조금 상태가 이상하다. 항구에 꺼림칙한 추억이라도 있는 건지 바제트는 한동안 바다를 바라본 후,
「어벤져. 우리들은 많은 마스터와 싸워왔어요.
세이버, 아쳐, 캐스터, 라이더, 어쎄신, 그리고 당신.
아직 직접 만나지 않은 적은 아인츠베른의 마스터와 서번트 뿐 입니다.」
「그렇게 되는군. 지금 상황에선 눈앞이 새까매서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이지만.」
「…예. 명확한 승리는 아직 한번도 없어요.
아무리 상대가 굉장한 능력을 가진 서번트라고 해도 자랑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으득, 하고 이를 가는 바제트. 그건 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고무시키려는 의지다.
「마음이 약해져 있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렇다고 해도 당신의 의견을 들려줬으면 합니다.
…그 우리들은 이길 수있다고 생각하나요? 전력적으로 떨어지는 게 사실이어도 이렇게 반복해 나간다면, 언젠가…」
언젠가 이길 수있을까, 하고 시선이 묻는다. 우리들이 지고 있는 건, 아직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바제트가 나를 조금이라도 전력으로써 이용하고 내가 진정한 보구를 가르쳐 주기만 한다면 쓰러트릴 수 없는 서번트는 없다. …뭐, 우리들 나름의 필승의 패턴은싫어도 몸에 배기 때문에 여기서 가르쳐 줄 필요도 없지만.
「언젠가, 지는 일도 없어지겠지.
그것보다 말이야 싸움에서 이길 수 있겠냐는 이야기가 『나』에서 『우리』로 바뀌었군, 마스터.」
재미있어서 무심코 지적해버렸다.
「아 아, 아뇨, 그렇습니까? 저는 그다지 의식하고 말한 건 아닙니다만.」
「그게 더 재밌어. 무의식적으로 날 신용하고 있다는 거니까. 뭐야, 애정? 동료로서의 애정이 싹텄다고 봐도 돼?」
「노, 농담하지 마세요. 얘기를 계속할 테니…
그래서 지 않는다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숨기지 말고 정직하게 보고해주세요.」
「근거는 아직 없지만 곧 결과는 나와.
너한텐 서번트를 쓰러트릴 비장의 수가 있잖아?
그것과 같이 나한텐 아주 조금 서번트에게서 시간을 벌 수 있는 비장의 수가 있어.
이만큼 갖추어져 있으면 남은 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달렸다구. 그건 이제부터 호흡을 맞추면 돼.」
「비장의 수, 말입니까…? 보구를 여러 개 가지고 있는 겁니까, 당신은?」
「아니, 난 하나밖에 가지고 있지 않아.
재생은 뭐, 내가 아니라 앙그라 마이뉴로서의 특전이야.
내 보구는 “올바르게 기록하는 삼라만상”의위조품이지. 뭐, 그건 돌아간 후에 알려줄게.」
아베스타란 일어난 사건을 혼자서 기록하는 보조타입의 보구로 전투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이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 본인도 깨닫지못한 감정을 언어로써 기록할 수 있다는 것.
모든 것을 옳게 기록한 경전의 이름에 걸맞은 누구도 상처 입히지 않는 보구라 할 수 있다.
내 보구는 그것을 조금 변형한 위조품이지만
「어쨌든, 이 이상 지고 싶지 않다면 너도 마음을 먹어. 너의 전투력은 마스터 중 제일이야.
잘만하면 맨손으로 서번트를 쓰러트릴 지도 모르는데 어째서 그렇게 자신이 없는 거냐구.」
「…그건…확실히 상대가 서번트건 뭐건 간에 뒤떨어질 생각은 없습니다만 저에게 가능한 것은 전투 뿐입니다.
다른 기술은 마스터 중 최저라고 생각해요.」
「괜찮잖아, 그걸로.
왜 강하다는 것에 죄악감을 갖고 있는 건지. 꽤나 볼썽사납다구, 그런 거.」
「저, 저는 그다지, 죄악감 따위는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범해온 목숨에 미련도 후회도 없어요.」
「믿음직스럽네, 철의 여자. 그 의기로 좀 더 분발해.
뭐, 이 이상 분발했다간 내가 설 자리가 없지만 말이야. 너 지금 이 상태로도 내 10배는 더 강하다구.」
「에, 예, 다 알고 있는 일입니다.
당신이 전투면에서 의지할 수 없다는 것은 첫날에 통감했으니까요.」
「그래, 그래. 하지만 인간을 죽이는 전쟁이라면 내가 제일이라구. 이것만은 재능 있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제일은 아니군. 세계에서 2등이나 3등이겠네.」
「당신보다 뛰어난 살인자가 있나요?」
「있어. 개랑 거미. 그 녀석들은 뭐, 어떻게 해도 따라잡을 수 없지. 질은 어쨌든 간에 스피드가 다르다구, 스피드가.」
싸운 적도 만난 적도 없지만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써 이해하고 있다.
거미가 태어난 직후부터 거미줄을 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게 정해져 있는 거라고 앙그라 마이뉴라고 불린 시점에서 학습했다.
「흠. 영웅으로서 『속도로는 이길 수 없다』 라는 제약을 받고 있는 거군요.
어벤져. 당신은 앙그라 마이뉴라는 명칭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만, 그것은 진명이 아니겠죠. 당신의 생전의 이름은 뭐죠?」
「그건 모른다고 말했잖아.
나한텐 이름이 없다니까. 앙그라 마이뉴라는 게 발음하기 힘들다면 앙리라고 해도 되는데.」
「그럴 리는 없어요. 자신의 이름 정도는 떠올릴 수 있을 거에요.
…아니, 저도 다른 사람 말할 처지는 못 됩니다만 이름은 모든 것의 시작입니다.
태어난 때 부여 받은 이름은 돌이켜 생각해보면 인생을 드러내는 거에요.
떠올리지 못한다면 그렇게 느긋하게 휘파람을 불고 있을 순 없겠죠.」
「알 수 없는 녀석이군. 그러니까 이름은 『無』야. 영웅으로서 취급 받게 된 순간에 박탈당했어.
내가 살던 마을은 저주만은 1류라서 말이지.
주술적으로 박탈당해서 태어난 때 받은 이름도 자신이 뭐라고 불렸는지도 알 수 없어.
떠올려보라고 해도 이미 그런 기록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거지.」
이름은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인물의 인생이다, 라.
좋은 말을 하는데, 바제트. 나도 지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 조금 이야기해 볼까.
많이 있는 옛날 이야기다.
여기에 친구 덕에 목숨을 건진 남자가 있다. 그 친구는 남자를 구하기 위해 죽고 말았다.
남자는 자신을 위해 죽은 남자의 이름을 칭하고 이후, 많은 사람들을 구했다고 한다.
후세에 남을 공적도 인생도 모두 목숨을 구해진 친구에게 전해지도록.
좋은 이야기도 뭣도 아니다.
요컨대 친구의 이름을 칭하기로 맹세한 시점에서 그 남자는 이미 예전에 죽었다는 거다.
「그럼, 당신의 생전의 이름은 이미…」
「없어-. 하지만 지금의 이름은 마음에 들어.
태어날 때 받은 이름보다 영웅명으로 불린 시간이 더 기니까 말이야. 애착도 있고 친밀감도 깊어.」
「과연. 생전의 이름은 잃었지만 이후의 명칭은 영웅으로서 친근한 것이니까요.
칭호라 해도 사람들에게 갈채를 받은 이름이에요. 마음에 안 들 리가 없죠.
…면목없군요. 당신에게 사과해야겠어요. 지레짐작으로 잘못된 동정을 했습니다.」
「음
뭐, 네가 신경 쓸 것도 아니고 사과할 필요도 없지만 말이야.」
짐작은 좋지만 동정은 좋지 않다. 동정할 바에는 애정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플리즈 러브 미인 것이다.
「뭐, 벌로 다음은 네 차례다.
이름은 인생이잖아? 마스터의 풀 네임은 거창하니까. 꽤나 멋진 추억 이야기가 있겠지.」
「제, 제 옛날 이야기, 말입니까?
아뇨, 관두기로 하죠. 분명 재미없을 겁니다. 당신을 기쁘게 할 만한 것은…」
「괜찮아, 재미없어도.
자, 사과한다며 마스터? 괜찮아. 아직 모르는 이야기라면 그 어떤 거라도 나에겐 재미있으니까 말이야.」
「…알겠습니다. 정말 입은 재앙의 근원이군요.」
정말 그 말 대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화에선 재앙 후엔 어떤 좋은 일을 겪기도 한다고 했지.
내 마스터에게도 그런 특전이 있어주면 좋겠는데.
「이상이 저의 경력입니다. 만족하셨나요?」
「…뭐, 객관적으로는 이해됐어.」
바제트의 신상 이야기는 오로지 사실만을 이야기한 것이었다.
듣기로 바제트의 가문은 오래된 마술사의 가계로 발단은 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듯 하다.
원래 신들을 섬겼다던 룬의 대가로 다른 가계에는 없는 특수한 비의를 선사 받았다고 한다.
말하자면 초 엘리트.
하지만, 그들은 엄청난 깡촌에 틀어박혀서 일족이라 부를만한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엘리트라 해도 부도 명성도 없다.
권위만은 최고 클래스이지만 그 실체는 단 한 명의 자손에게 소곤소곤 “비의”를 전할 뿐인 시골 도장, 이라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가문의 후계자인 바제트는 태어났을 때부터 “비의”를 학습하기 위해 매진해
선조들과 같이 당연한 것처럼 비의를 재현했다.
“전승보균자”
마술회로와는 다른 신대로부터 대대로 전해져 온 ……뭐 잘도, 몇 천 년이나 안 끊기고 버텼군.
뭐, 듣는 느낌으론 혈통에 의한 유전이라기 보다 대대로 보관해온 것에 병원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지만.
프라가의 이름을 얻어 어엿한 한 사람의 마술사가 된 바제트가 어째서 마술협회에 소속하려 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뭐, 말하지 않아도 안다.
자신에게 부담을 가진 이 녀석은 좀더 많은 경험을 해서 단련하고 싶었던 것이다.
바제트는양친의 반대를 뿌리치고 협회와 연락을 취해
협회는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명문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협회는 잃은 비의를 전하는 새로운 동포를 환영, 바제트는 성대한 환영을 받으며 마술협회에 초대받았다.
하지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형식상의 환영으로 협회에는 바제트가 있을 장소는 없었다는 듯하다.
마술사라는 족속은 배타적인 주제에 경쟁의식이 강한 녀석들이다.
몇 백 년이나 권위를 지켜온 마술협회 쯤이나 되니 내부는 권모술수가 만연하는 권력의 전쟁터였던 것이다.
외부에 어필하기 위한 위광은 원하지만 내부에서 너무 빛
나는 신참자는 무능한 부하보다 질이 나쁘다.
아니 뭐, 핵심을 찌르자면
마술협회에는 새로운 명문이 앉을 의자 따윈 벌써 몇 백 년 전부터 없어졌던 것이다.
그래도 노력해버리는 것이 바제트다.
있을 곳이 없는 협회에서도 지나치게 노력한 이 녀석은
성과를 내면 낼 수록 주위에게 경원시 당하고 애물단지 취급받다 결국, 쫓겨나다시피 최전선으로 보내졌다.
봉인지정의 집행자.
성당교회에 있어 이단심문원 “대행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마술협회가 자랑하는 맛간 마술사의 역할이다.
봉인지정이란 희귀한 재능을 가진 마술사,
금기를 범한 마술사를 “보호”라는 명목 하에 구속, 체포해서, 일생 동안 유폐하는 것이다.
바제트는 그 집행자로 선택되었다.
그 후론 오직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건 해결.
몇 년간이나 협회의 명령에 따랐다고 한다. 상응하는 보수도 없는데 의리도 좋으시네.
이상이 바제트·프라가·마크레밋츠의 경력이다.
반박하고 싶은 곳은 여러 군데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말하자면…
「그런데 남자 이야기는 없네. 마술 이야기 뿐이냐.
뭐야, 고향에 연인 같은 거 없어?」
「없습니다. 그다지 필요하지 않았으니까요.」
「뭐야 필요라는 게. 필요하지 않아도 있잖아. 보통, 매일 심하지 않아?」
「고독은 익숙하니까요. 슬프지도 쓸하지도 않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메우지 않아도 지금은 잘 해낼 수 있습니다.」「아……」
중증이다. 필요니 불필요니, 슬퍼서라거니 쓸해서라거니, 부족한 점이니 뭐니, 정말 성가시다.
이 녀석. 애인 만든 적 없겠지.
「음-. 너 말이야, 처녀?」
파트너를 빤히 쳐다본다.
마치 호두를 갉아먹는 다람쥐처럼 진지하게, 부지런하게, 그리고 때로는 신랄하게.
「우……」
슥, 하고 반걸음 뒤로 물러서는 마스터.
「지, 직업상 경험은 있습니다만, 질문의 의도를 알 수 없군요. 그런 거 성배전쟁과는 상관없는 일이잖아요.」
아, 있구나.
그거 굉장히 잘 된 일이지만 흥미본위로 놀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조금은 상관이 있으니까 흥미본위로 놀리고 있는 것이다.
「아니, 상관은 있어. 이건 인간으로써 강한가 어떤가 하는 문제야.
잘 들어, 마스터. 애욕을 얕보면 안돼. 뭐니뭐니해도 가장 강한 행동원리라구.」
아니, 복수심도 강하긴 하지만 그건 끝난 후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아.
폭발력은 강하지만, 생산성이 없으니 통합력에서 패배다.
「무,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모르겠군요.
이해되는 것은 당신이 저를 놀리고 있다는 것 뿐입니다. 앙그라 마이뉴, 짓궂은 장난은 적당히」
「진지한 이야기야, 이거.
사랑이라구, 사랑. 그게 기본이자 최강이야. 인간은 사랑이 있어야만 강해질 수 있다고 하잖아?
너는 아무래도 그런 기본적인 부분이 빠져있어.
함께 싸우는 입장으로서 조금 신경 쓰였어.」
진지하게 대답.
「」
저쪽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미, 믿을 수 없어요. 당신의 사랑은 비뚤어진 거에요.
애, 애당초 말이죠, 그런 것은 가볍게 입에 담아선 안됩니다.」
가치가 떨어져요, 라고.
이거야 또 순진한 말씀을 하시네.
「왜? 가볍게 입에 담아도 되잖아. 부끄러운 일도 아니까.
“사랑해줘”라는 건 쓸하다는 감정표현이 아냐. 즐거우니까 좀더 즐거워지고 싶으니까 입에 담는 말이지.
당신이 좋아요, 라는 당연한 인사잖아?
그것도 아니면 뭐야, 넌 만나는 인간마다 모두 맘에 안 드는 거야? 그래선 스로 적을 만드는 것이 돼.」
「좋아요. 일단 조언으로써 들어 두겠습니다.
…정말. 아이인 주제에 말은 잘하는군요.」
「그거 고맙군. 하지만 꼬마지만 아이는 아니라구. 뭐 어른인 것도 아니지만.」
단순히, 아이가 아니게 되었다는 이야기.
「어떨지. 저에겐 단순히 건방진 소년으로 보입니다만, 저보다 5살 정도 연하인…」
「그래? 마스터, 몇 살인데?」
「23세입니다. 그게 무슨?」
「거짓말?! 뭐야, 그렇게나 젊어?!
난 완전히 30대 가까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 살의 게이지 급상승.
「재미있군요. 그 근거는 무엇인가요, 어벤져?」
이야, 입은 정말 재앙의 근원이군.
「…그렇지만 어른 경력 길 것 같잖아. 일에 너무 찌들었다구. 사회에 나간 게 언제 쯤이었는지 얘기해 봐」
「……. 15살 정도였습니다만, 너무 이른 건 아닙니다. 그때까지 단련을 해왔으니 능력적으로 문제는 없었습니다.」
「하아. 그래서 그때부터 그런 차림을 하고 있었다는 건가.
과연. 23년이나 되면 단해지기도 하겠지.」
납득, 납득. 껴입은 갑옷은 세월을 충분히 먹은 걸작품이라는 거다.
「무슨 말을 들고 있었던 건가요, 당신은. 경력은 8년이라고 말했습니다만.」
「그야 갑옷을 껴입은 세월이지. 제가 말한 건 당신의 서투름의 전기이지 말입니다.
…나참. 인간의 평균적인 유년기가 10살이라고 한다면 넌 벌써 3살이라구.」
「태어난 시점에서 이미 10살이었으니까 감안하면 30대 아줌씨잖아.
지금의 나보다 10살 이상이라니 과연음…? 뭐야, 30대일 거라는 내 직감, 맞은 거 아냐?」
흐음, 하고 점잖이 고개를 끄덕인다.
어이없는지 바제트는 말없이 우두커니 서 있다,
「휴식은 여기까지입니다. 마을로 돌아가서 조사를 재개하도록 하죠」
「오케-. 지금까지 처럼 부정적으로 노력하도록 할까.」
바제트는 앞장서 걷기 시작한다.
「…. 당신, 저를 바보로 보고 있는 거죠.」
「아? 그치만 바보잖아, 너.」
밸런스적으론 나쁘지 않아.
아이가 아니게 된 꼬마가 여기 있고.
처음부터 아이일 것을 버린 바보가 여기 있다.
「어라? 어-이, 마스터?」
바제트는 발걸음을 멈추고 있었다.
무언가 발견했는지 멈춰 선 채 움직이지 않는다.
「뭐야. 뭐라도 찾은 거야? 마스터?」
고개를 저으며 다가온다.턱.
「…어떻게 되어 있었어요.
분하지만 당신 말이 옳습니다, 앙그라 마이뉴.
전 바보에요. 그렇게 직접적으로 들으니 모른체 할 수가 없군요.」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그녀는 말했다.
「뭐야. 다른 사람한테 그런 말 들은 적 없었구나.」
「예. 당신처럼 거리낌없이 말하는 사람은 제 주위에는 없었어요.」
철저하게 운이 없는 여자다.
그 정도의 좋은 남자는 썩어 넘칠 정도로 있는데 그렇게나 인연이 없었던 건가.
「몰랐어요. 누군가에게 약한 부분을 지적 받는 것은 자신을 인정받고 있다는 거군요.
조금 화가 나지만 조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예. 당신 앞에선 이 정도 힘을 빼는 게 적당하군요. 저만 뻣하게 있어선 불공평하니까요.」
「」
계속 바라봐도 어쩔 수 없다.
이런 건 언젠가 보고 질릴 풍경 속에서도, 드문, 이곳만의 이야기일 테니.
「그럼 가도록 하죠, 앙그라 마이뉴. 다음은 신토의 공장지대입니다.」
「라져, 마스터. 그리고 이름을 부를 바엔 앙리라고 불러. 길잖아, 원래 이름은.」
「앙리도 앙그라 마이뉴도 똑같은걸요?
…당신이 짧게 해주길 원하는 거라면 앙리로 줄여서 말하겠습니다만 너무나 평범해서 전 좀 그렇다고 생각해요.
흔한 이름이라서 영령으로서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상한 걸 신경 쓰는군.
…하아, 그런가? 그야 신경 쓰겠군. 마스터의 이름은 평범하지 않으니까.
차라리 나랑 반대였으면 좋았는데 하지만, 어느 쪽도 남자 이름이었던가.」
확실히 앙리나 해리는 평범한 이름이지만 마스터와 비교하면 귀여운 편이다.
바제트라는 이름은 정말 가시가 돋쳤다고 할까, 여성다운 울림이 없다고 할까.
「앙그라 마이뉴. 인간의 이름은 인생이라고 말했을 텐데요.
그걸 웃음거리 취급한 이상, 각오는 되어 있겠죠?」
「아뇨, 없습니다. 그런 각오도 마스터 이름에 대한 불만도 없습니다요.」
「좋아요. 이 후로 이 화제는 금지하겠어요.」
이래저래 성배의 마을로 돌아온다. 밤의 배회는 뭐, 나름대로 즐겁다.
완만하게 몇일이고 계속해버리는 마음이 조금 이해되었다.
하지만 이해되었을 뿐이고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밤은 원하는 한 언제까지나 계속되어 간다.
나와 계약한 여자는 무의식적으로 전투를 길게 끌려고 하도록 되어있다.
끝나는 일도 계속되는 일도 없는 반복이다.
그래도 빛은 언젠가 사라진다.
형태가 남아있어도 그 색은 바래져 간다. 아무리 눈부셔도 한 번 본 것에 새로운 탄생의 빛은 없다.
그건 일식처럼
새까매져서 두 번 다시 빛나지 않는다.
「하.」
조금 바보 같아졌다. 이 소원은 대체 누구의 것이었는지 따위 생각해봤자 뭐가 변하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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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업데이트일이하루연장됐었습니다.보시다시피분량이분량인지라...내일은 회사휴일이니 가능한써볼렵니다^^
대박기네요... ㅎ
시로우님... 잘 봤습니다... 고맙습니다... 힘내세요... 아자아자^^
볼때마다 하고싶네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