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를 보고 나무를 평가하지는 않는다. 보통의 경우는 뿌리를 볼 수 없다. 뿌리를 보려면 나무를 뽑아야 하고 큰 나무는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 뿌리가 잘 생겨서 나무가 좋다거나 열매가 실하고 꽃이 예쁘다고는 않는다. 묘목으로 옮겨 심을 때 성실한 뿌리를 가진 나무를 골라 심는 것이 전부일 것이다. 그래도 나무의 가치가 뿌리에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 꽃을 보기 위해서 나무를 심고, 열매를 얻기 위해서 나무를 심고, 재목을 얻기 위해서 나무를 가꾸어도 뿌리까지 걱정하는 일은 거의 없다. 나무라면 뿌리는 당연한 것으로 나무가 자라며 꽃 피우고 열매 맺는 데 아무 지장이 없는 것으로 여긴다. 뿌리에서 얻는 약초가 아닌 다음에는 뿌리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뿌리는 우선 겉에 드러나지 않으니 마음에서 멀어진 것이다. 고작 거름이나 챙겨주고 비가 제때에 내려 메마르지 않으면 뿌리에 관심을 쏟을 일은 거의 없지 싶다. 흙에 묻힌 뿌리는 잊어도 좋을 만큼 관심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나무가 튼실하려면 우선 뿌리가 올곧게 잘 뻗어 나가며 튼튼해야 한다. 영양분을 잘 흡수하고 수분을 잘 빨아들이며 나무가 꼿꼿이 설 수 있도록 밑받침에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강한 태풍이 지나가면 아름드리나무가 훌러덩 넘어져 있는 것을 본다. 뿌리가 부실하여 지탱하지 못한 것이다. 열악한 토질에 수분을 찾아 바위까지 끌어안고 뻗어 나가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뿌리를 보며 가슴 뭉클하게 한다. 뿌리에 이상이 생기면 시름시름 앓는다. 뿌리가 죽으면 나무는 죽을 수밖에 없다. 뿌리 없는 나무는 없다. 그러나 나무를 보며 뿌리까지 생각하는 경우는 보통은 드물다. 큰 나무를 옮겨 심을 때 비로소 뿌리를 집중적으로 염려하면서 챙겨보게 된다. 평소에는 뿌리가 나무의 중요한 일부라는 생각마저 들지 않을 만큼 소홀하다. 그러나 뿌리가 튼튼해야 꽃도 열매도 몸통도 제 몫을 다할 수가 있다. 이처럼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역할을 다하는 것이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