꿍따리가 제 작년 아이러브스쿨에 올린 글 인데여...
아래 내용 중 <솔직한 꿍따리> 잠자리(럽 다이어트)에 관한 글도 있씀다.ㅋㅋ
- 동백이와 꿍따리의 ‘김장 밀월여행’ -
여보게 친구들!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이야, 모두들 주말을 잘 보냈는지...
지난 금요일 퇴근 후, 아내와 김장재료를 사러 동네 재래시장에 갔어, 모든 것이 어려운
때에 그래도 시장에 가보니 사람 사는 냄새~가 조금은 나더군, 마누라 뒤를 졸졸 따라
다니며 갭이 큰 형님 말대로 임무를 충실히 했지, 나이 먹어 따뜻한 밥을 얻어먹으려고
말이야?
새우젓 1kg(만냥), 생새우 2근(16,000냥), 쪽파 1단(4,000냥), 대파 2단(4,000냥),
무- 다섯단(한단 5개 : 22,500냥) 기타 양념은 미리 준비가 됐고, 갓은 선배가 주는
것으로, 배추는 농장에 난생 처음 농사지은 것으로 하나밖에 없는 동생네와 나눠 먹으면
될 것 같아, 집에와동백이는 내일 김장할 것을 이것저것 챙기느라 분주하고, 난 약속이
있어 외출을 했지... 늦은 12시가 다되어 집에 들어와 보니 마누라는 그때까지도 주방에
서 일을 하고 있더군, 샤워후 내일의 안전운전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어.
날은 밝아 토욜 아침. 애 새끼들 학교 보내고, 마누라와 난 열살이나 먹은 내 애마의
트렁크와 뒷좌석에 김장에 필요한 짐을 가득 싣고 "동백이와 따리의 김장 밀월여행"을
떠났어..
농장주인 선배는 그제부터 휴가를 내어, 오늘 모든 것을 끝내려고 형수, 손아래 동서부부
막내딸 문정이와 같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더군, 우리 부부도 거기에 합세 해 도와주고
선배가 쓰고 남은 소금물에 밭에서 뽑은 배추를 곁다리로 절였어.. 어려운 때에 절약해야
되는 차원에서 말이야.
점심시간이 되어 양지 바른 곳에서 선배부부가 정성껏 준비한 생굴을 넣고 버무린
무생채를 배추 속에 쌓아 먹는 '보쌈'은 '백미'였지, 다 먹자고 하는 일인데,
꿀~걱 침 넘어 간다. 그~지 친구들아...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는 말이 있는데, 확실한 노동의 대가를 치르고 먹어서
인지 정말 꿀 맛 이었어.
오후에 선배 가족은 모든 것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고, 860평이나 되는 농장의 임시
주인이 된 난 불씨만 남은 정자 앞 난로에 '어설픈 변강쇠' 흉내를 내며, 장작을 패
넣어 활활 타오르게 해 몸과 마음으로 아내의 몸을 녹여 주었지, 세상이치가
음양의 조화 속에 더불어 사는 것이 아닐까?
저녁 6시도 안 됐는데 달님은 휴가를 떠났는지 사방은 칠흑처럼 어둡고, 정자 앞 난로가
식탁에 오붓하게 둘이 앉아 형수가 주고 간 소고기국에 겉절이를 얹어서 먹는 맛은,
많은 음식이 있는 호텔 뷔페 보다 훌륭했어. 아마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저녁을 먹고, 나는 아내와 내일 김장을 위해 방으로 꾸며진 컨테이너로 자리를 옮겨 동백
이는 갓을 비롯해 야채를 다듬고, 만보는 무를 써는 도구를 이용해 배추 속에 들어갈 것
을 준비했어, 작년에 무-써는 도구에 손바닥을 베어 고생한 적이 있는 마누라는 몇번이나
조심하라고 어찌나 잔소리를 하는지 그래도 싫지가 않더군 그게 사랑인가 봐...
늦은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 되어서야 내일 김장할 재료의 준비를 끝내고, 우리는 TV CF
에 나온 그 질기다는 태화표 고무 장갑을 끼고, 소금물에 자기의 성질을 죽이고 모든 것
을 포기한 채, 처분만 바라고 있는 배추를 아래위를 바꿔 다시 잠수 시켰어, 아~ 배추의
일생이여, 자연의 순리인 것을 내 어찌 하리...
한 바탕 배추와 씨름을 하고, 미리 깔아 놓아 따뜻해진 이불 속에서 우리 부부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 몸이 되었어, 컨테이너 위풍이 얼마나 센지......
♡‘러브 다이어트’를 안 할 수가 없었어, ‘작은 고추’의 맛을 유감 없이 보여준
‘황홀한 밤’ 이었어.
거친 파도가 밀려가고 적막감 속에 우리는 서로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어 이 순간을
영원히 놓치지 말자고... 내 팔베개에 누워 행복해 하는 아내를 안고있는 이 시간이
내 일생에 가장 여유롭고 행복한 순간이었는지도 모르겠어, 아니 제일 행복한
시간이었을 거야!
아~ 사랑하는 내 여인'동백이'약수동 산동네 제일 높은 능선 주인집 처마 밑에 가건물로
만들어진 쪽방(전세 30만원)에서 살면서도 옆방은 월세인데, 그래도 우리는 전세이니
행복 하다며 부족하기만 한 나를 믿고 따라준 동백이, 한 이불을 쓴지도 어느덧
스무 해 하고도 일년이 지나고 있는 세월 속에, 적당히 보기 좋은 중년 아줌마
조폭마눌이 되어 내가 옆에서 바라 볼 수 있어 난 좋아...
방귀를 뀌어도 요즘은 공장 일이 힘든지 잘 때 코도 고는데 무조건 다 좋아
'팔불출, 천하의 공처가'라고 놀려도 어쩔 수 없어 사실인 것을...
도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았지만, 시골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이곳 꿈의 일구농장.
살얼음이 잡히고 땅이 얼기 시작한다는 ‘소설’의 새벽 아침(5시 20분)은 수탁의
힘찬 울음소리가 활력을 불어넣고, 올 들어 제일 추운 날씨지만,나무에 이는
바람소리도 밤새 잘 절여진 배추를 헹구는데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어.
2주정도 늦게 이곳 농장주인 선배가 준 모종으로 심은 배추라 좀 작지만 속은 얼마나
야무지게 꽉 차 있는지 평균 신장보다 많이 작은 나를 보라며 '작은 고추가 맵다'는
따리의 '조크'에 웃음으로 화답하며 맞아! 맞아!!를 연발하는데, 도대체 뭐가
맞다는 건지... 능구렁이 아줌마가 다 된 마눌에게 오늘도 보기 좋게 당하고 말았지.
이런저런 살아가는 얘기를 하며 쏟아지는 별빛을 친구 삼아 40포기가 좀 넘는
배추를 깨끗하게 목욕시키고 컨테이너로 옮겨 갖은 양념과 젓갈,
그리고 갓으로 버무린 빨간 무-생채로 예쁜 옷을 입힐 준비를 했어.
어느덧 동녘 하늘 저편이 붉게 물들며, 별빛과 정자에 매달린 전등은 점점 힘을 잃고,
이름모를 종류의 새소리는 훌륭한 화음의 연주를 우리 부부에게 해 주었어...
따리가 끓인 라면에 밥을 곁들여 아침을 해결하고 본격적인 김장에 돌입했지. 동백이는 배추
속을 넣고 난 응달에 묻은 ‘독’에 정성스럽게 김장 김치를 묻으며 자연에게 감사하고 기도
했어, 잘 숙성되어 우리 집 식구들의 훌륭한 겨울 맛 거리가 되어달라고 말이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서민들은 겨울이 되면 연탄을 들여놓고, 김장을 해야만 두발 쭉
뻗고 잠을 잘 수 있었는데, 이젠 도시에서 연탄은 ‘향수’를 느끼게 하고, 우리 식탁
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김치는 핵가족화가 되면서 김치를 담그는 가정은 점차 줄어
‘김장 문화’ 또한 앞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았어.
시대의 흐름인 것을.... 그래도 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아내와 같이 '김장김치'를
담그며 사랑을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리고 공부는 썩 잘하지 못하지만, 친구가
많고 나를 닮아 활동적인 믿음직스러운 두 아들이 장가를 가 며느리를 보면 모든 가족이
참여하는 '열린 가족 김장여행'을 떠날까 해!
아무튼 (동백이)를 만나 내가 해 준 선물 중, 최고였으며 최고의 사랑이었어...
03년 11월 24일(월) 너희들의 영원한 벗 꿍따리..샤바라
<추 신> : '러브 다이어트'는 친구들에게 보낸 내용 중에서 많이 삭제되었습니다.
사실 그대로 쓰면 님들 뒤집어 짐은 물론 삐삐님께 혼 날 것 같아서여...
좋은 주말 보내세여^*^
첫댓글 꿍따리님~날씨가매우춥네요,,감기조심허시고오늘주말인디옆구리가좀시립나다,,,ㅎㅎㅎ,,
역쉬~ 작가기질이 다분해요.돼지고기 목살 삶아서 보쌈 먹고잡네요^^*
사랑이 묻어나는 편지였습니다.행복이 멀리있나요?알콩달콩...밀어주고 끌어주고..지금도 행복하지만 더~~마!!!!!!니!!!!!!행복하세요~~~
멋져요~~~ 언제나!! 항상!! 변함없이!! 지금 처럼만~~~
꿍따리..샤바라~~책 나왔나요? 서점에가면 있나요?삭제된내용궁금해서..사러 가야지^^(김치 남은거 있음 쬐끔 얻어 무구쓰면 좋켔따^ㅡ^*
아이고 군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