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저에겐 아주 높은 학번의 선배를 만났습니다.
대학교 다닐때 저에게 많은 영향을 주신,
소위 저를 지도해주셨던 선배님이었습니다.
선배는 지금 지역에서 운동을 하고 계신 분으로서,
저는 그렇게 살지 못하는 자책감에 만나면 항상
미안하고, 그래서 내가 더 잘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그런 선배였습니다 .
술이 몇잔 들어가면서 많은 말들이 오고 갔는데,
어줍지 않게 제가 1차 합격한 얘기를 자랑 비슷하게 하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많은, 그리고 버거운 말들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제게 드는 생각은..
공인노무사라는 시험을 준비하면서
과연 내가 왜 노무사 공부를 하려 하고 있고,
왜 노무사 자격증을 따려고 하는가..
그것에 대한 확실한 생각들은 희미해져 가고
오히려 "자격"이라는, "시험"이라는 괴물앞에서
제 스스로도 괴물이 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노무사의 전망이나 대우에 대해서 많은 말들이 오고가지만,
저도 그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제 주관을 바탕으로 판단하고는 하지만,
사실 그러한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제 스스로에게 엄중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고민해보았는가
라는 생각을 하니, 제 자신이 참으로 유치하고
비열해보이기 까지 하더군요..
너무 자책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그 선배와 있으면서 제 자신에 대해서 참으로 비참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자격이 있어도 자격증이 없으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가 없고,
또한, 현장에서 혹은 사업장에서 많은 도움이 될수도 있겠지만,
한편, 그 칼날이 맘만 바꾸게 되면
반대편에서 또 다른 반대편에 커다란 파괴력을 갖게 될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독이되고, 누구에는 약이 되는것처럼
어떻게 활용하고 이용하는가에 따라서 많은 차이가 있는것이고....
이렇듯 자명한 이치에도 제 자신이
그러한 문제에 대해서 고민없이
시험합격이후에 고민할 문제라고 변명하고 미뤄둔 건 아닌지..
오히려 그것이 확실한 이후에야 시험을 볼 "자격" 생기는 것이 아닌지..
참으로 답답합니다.
어제까지는 충분하지 못한 2차 공부량과
그러면서도 공부에 충실하지 못한 제 자신의 게으름과 나약함이
가슴을 죄어왔는데,
오늘 술에서 깨니 한가지가 더 가슴을 죄어오더군요.
하긴 더욱 본질적인 질문에 모든 것이 더욱 버거워지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오전 내내 멍하게 담배만 피워대다가
어디라도 제 얘기를 쏟아내야만
조금이라도 가벼워질수 있을 것 같아서 주절거렸습니다.
널리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오늘 책꽂이에 책을 한 권 빼들었습니다.
철학책인데... 그 중에서 "중심고리"라는 단어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학교다닐때 열쇠고리의 중심고리처럼
그 고리만 쥐고 풀어내면 모든 문제들을 돌파할 수 있는
그.. 핵심고리...
이제는 그 핵심고리가 무엇인지 어렴풋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 노무사 공부하면서 그 핵심고리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지만,
자기기만과 변명으로 주변의 고리들만 이리저리 뒤적인것 같습니다.
공부량이 문제가 아니고, 어떤 문제가 나올지 찍어내는 능력이 아니고,
내 자신을 믿는것은 제 주위의 사람들을 믿고,
제가 할 일은 제 주위의 사람들과 끝까지 함께 하도록
제 자신을 다그치고 반성하고 고민하는 일이란 걸
이제는 좀 알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