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장래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길남
이 세상에서 숨쉬기 시작한 뒤 처음 겪었다. 80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일을 오늘 당했다. 버스를 타려고 아파트 앞 도로로 내려갔다. 그런데 길이 아니라 수로였다, 강당재로부터 내려오는 물이 농수로 같았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데 지나가는 차가 물벼락을 쳐서 무릎아래까지 젖었다. 기다리던 버스는 수로를 달려오느라 길이 막히고 더듬거려 늦게야 왔다. 우석대학교 평생교육원에 가니 여자 둘은 차로 오다가 길이 막혀 30분 헤매다 도로 집으로 갔다는 연락이 왔다. 그날 1시간에 30mm의 비가 내렸다 한다. 그런데 100mm가 온 곳도 있다니 비가 온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양동이로 물을 퍼 부은 것이다.
이런 폭우가 54일간이나 전국을 오르내리며 퍼 부었으니 그 피해가 얼마나 크랴. 온 마을이 물속에 들어가 주민들이 대피하고, 길은 무너져 오고가지도 못하고, 구례에서는 소가 지붕위로 올라가 살아나기도 했다. 산사태로 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농작물은 물속에서 아우성치며, 시설하우스나 인삼재배 농가는 건질 것이 없게 되었다. 그 난리 통에 전국에서 사망하거나 실종 된 사람이 50여 명이나 된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열두 살 되던 여름에도 심한 폭우가 내렸다. 몇 mm나 내렸는지는 모르나 며칠을 밤낮없이 비만 내렸다. 비는 그쳤는데 마을 밖에 나가보니 온 세상이 물바다가 되었다. 마을의 앞 들녘이나 뒷들 모두 물이다. 멀리 보이는 도도리 마을이 섬처럼 지붕만 보였다. 전주와 군산 사이를 잇는 도로도 물에 잠겼다. 마산강과 만경강 제방만 보였다. 그때 김제시 백구면의 도도리 도덕리 강흥리 마산리는 모두 물바다여서 사람들이 제방으로 피신을 했었다. 난산마을은 섬처럼 보였다. 내가 본 것이고 들은 대로 적어보면 만경강 유역의 낮은 지대는 모두 물에 잠겼다 한다. 그해 벼는 물속에서 잎은 죽고 줄기만 살았다가 늦게야 마디에서 새가지가 나와 자라 벼이삭만 보이고 거두지는 못했다. 그런 일이 일어난 뒤 이번이 처음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지구는 태양열을 받아 알맞게 따뜻해지고 나머지는 지구 밖으로 방출한다. 그런데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의 온실가스가 지구표면이나 대기에서 방출되는 복사에너지를 흡수함으로써 방출되지 못하고 온난화가 일어난다.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편리하고 쉽게 살려고 문명을 발전 시켰다. 발명하고 발견하고 개량하여 더 좋게 하려고만 한다. 또 많이 가지려고 필요 이상의 물건을 생산하여 팔아 재산을 축적한다. 이런 산업화는 점점 고도화되어 간다. 자연히 에너지가 필요해 화석연료 사용량이 늘어나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증가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어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 1950년을 기죽으로 하여 2020년에 1.5도가 상승했다 한다.
겨우 1.5도가 상승했는데 지구상에는 가뭄, 홍수, 불볕더위, 한파, 태풍, 산불 등으로 난리가 났다. 어느 한 지역이 아니고 지구촌 전체가 재난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2040년에는 3도, 2060년에는 4도, 2100년에는 5도가 올라간다고 한다. 만약 5도가 올라간다고 하면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80cm-1m 상승하여 해안지대의 6억명 인구가 갈 곳을 잃는다 한다. 그 때는 인천공항과 국회의사당도 물에 잠기고 서해안과 남해안 저지대는 바다가 된다.
우리나라는 온대에서 아열대가 되고 산과 들의 동식물은 지금 것은 모두 죽고 새로운 식생이 나타날 것이다. 내가 먹고 있는 쌀이야 열대작물이니 그대로 이겠지만 배, 감, 포도, 사과, 복숭아는 맛보기 어려울 게다. 밖에 나가면 산천이 베트남이나 태국처럼 변한다면 어쩌겠는가? 나는 그런 곳에서 살기 싫다. 봄여름 가을겨울이 뚜렷한 우리나라가 좋다. 우리 세대는 그래도 괜찮다. 우리 후손들이 큰 걱정이다. 이렇게 변화하는 지구촌에서 어떻게 어려움을 겪고 살아야 할지 큰 문제다. 온실가스 배출 억제책이 절실히 요구 된다.
유엔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으로 여러 차례 회의를 하고 대책을 마련하지만 강제규정이 아니라 지켜지지 않고 있다. 2009년 덴마크의 코펜하겐 회의에서는 미국이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이유로 회의에서 탈퇴하기고 했다. 미국을 비롯하여 OECD 국가가 먼저 시범을 보여야 하는데 자기나라는 감축하려 하지 않는다. 북유럽의 나라들이 더 앞장서서 감축하려 한다. 자기 나라는 감축하지 않고 남의 나라에서만 온실가스 감축을 원한다면 영영 지구촌의 재난은 막을 수가 없을 것이다. 지금도 각 나라들은 경제성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방지대책으로 전기차와 수소차 생산을 증가시켜 모든 차를 바꾸고, 좀 위험성이 있더라도 원자력 발전으로 석탄, 석유발전을 없애야 힌디. 그런데 탈 원전을 꿈꾸고 있으니 길 찾기가 요원하다. 태양열발전, 풍력발전, 조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로 발전 방법을 바꿔나가야 한다. 이산화탄소 발생이 0이 되는 날은 올 수 없을까?
(2020. 8. 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