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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벌등안(捨筏登岸)
강은 건넌 뒤 타고 온 뗏목은 버리고 언덕을 오른다는 뜻으로, 그 동안 사용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捨 : 버릴 사(扌/8)
筏 : 뗏목 벌(竹/6)
登 : 오를 등(癶/7)
岸 : 언덕 안(山/5)
(유의어)
득어망전(得魚忘筌)
출전 : 금강경(金剛經)
강을 건너려면 뗏목이 필요하지만 기슭에 닿고 나면 뗏목은 메고 언덕을 오를 수 없으니 잊어야 다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두고 가면 뒤의 사람이 다시 강을 건너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교에서 많이 쓰는 단어이다.
시골 아전의 자식이었던 다산의 제자 황상은 만년에 서울로 올라와 시로 추사 형제와 권돈인, 정학연 형제 등 당대 쟁쟁한 문사들의 높은 인정을 받았다.
그들이 차례로 세상을 뜨자 그는 막막해진 심경을 벗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적었다. '종유했던 여러 분이 차례로 세상을 뜨매, 비유컨대 다락에 올라갔는데 사다리가 치워지고(登樓而梯去), 산에 들어가자 다리가 끊어진 격(入山而橋斷)이라 하겠습니다. 저 많은 물과 산에 지팡이와 신발을 어디로 향해야 하리까.'
다락에 올라간 사람은 그 사다리로 다시 내려와야 하고, 산에 든 사람은 다리를 되건너야 속세로 돌아올 수가 있다. 하지만 진리를 향한 걸음에는 다시 내려오는 길이 없다.
움베르토 에코가 한 말이다. '지붕에 올라간 다음에는 누가 쫓아오지 못하게 사다리를 치워야 한다. 유용한 진리는 언젠가는 버려야 할 연장과 같다.'
불가에서는 사벌등안(捨筏登岸)을 말한다. 언덕을 오르려면 뗏목을 버려라. 장자는 득어망전(得魚忘筌)이라고 썼다.
고기를 얻었거든 통발은 잊어라. 사다리가 없이는 언덕에 못 오르고, 통발을 써야만 고기를 잡는다. 언덕에 오른 뒤에 사다리를 끌고 다닐 수는 없다. 통발은 고기를 잡을 때나 필요하지 먹을 때는 쓸모가 없다. 뜻을 얻었거든 말을 잊어라(得意忘言).
함석헌 선생이 '열두 바구니'란 글에서 한 말이다. '골리앗을 때려 넘겼기로서 조약돌을 비단에 싸서 제단에 둘 거야 없지 않은가? 위대한 것은 다윗이지 돌이 아니다. 그것쯤은 다 알면서 또 다윗은 하나님의 손이 역사의 냇가에서 되는 대로 주워든 한 개 조약돌임을 왜 모르나. 세상에 조약돌 섬기는 자 어찌 그리 많은고! 골리앗 죽었거든 돌을 집어 내던져라! 다음 싸움은 그것으론 못한다.'
세상이 어지러우니, 산꼭대기까지 사다리 들고 가겠다는 사람이 많다. 도구일 뿐인 언어에 집착해 본질을 자꾸 망각한다.
아파 우는 자식을 마귀 들렸다고 매질해서 셋씩이나 굶겨 죽인 사이비 광신도 부부의 사건에서 한 극단을 본다. 제 눈에 들린 마귀가 헛마귀를 지어낸 참극이다.
보라는 달은 안 보고 손가락 끝만 바라보는 광신의 광기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되풀이된다. 사다리는 치워졌다. 통발을 던져라. 다윗의 조약돌은 잊어라. 손가락에서 눈을 거두고 저 환한 달빛을 보라.
사벌등안(捨筏登岸)
뗏목은 버리고 언덕을 오르다
강을 건너려면 뗏목이 필요하지만 기슭에 닿고 난 뒤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맙게 잘 타고 왔더라도 남은 일은 언덕을 오르는 일인데 거추장스럽다.
물고기를 잡은 뒤에는 유용했던 통발이 요리를 해서 먹을 때는 필요 없어 잊어버린다는 득어망전(得魚忘筌)이 있다.
이 말은 목적을 달성하고 난 뒤에 도움을 받은 것을 깡그리 잊는 배신의 뜻이 강한 반면, 뗏목은 메고 언덕을 오를 수 없으니 잊어야 다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두고 가면 뒤의 사람이 다시 강을 건너는데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처님이 제자 수보리(須菩提)에게 설법한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蜜經)에서 이 성어가 나왔다.
간단히 금강경(金剛經)이라고 하는 이 경전은 불교를 신봉하는 동양에서 주석서만 600여 종에 이르는 대표적인 것이라 한다.
해당되는 부분이 나오는 6장 正信稀有分(정신희유분)의 마지막은 이렇다. 부처님이 마땅히 법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은 내 설법을 뗏목의 비유로 알아야 한다. 법도 마땅히 버려야 하는 것인데 하물며 법이 아닌 것이랴.
汝等比丘, 知我說法, 如筏喩者. 法尙應捨, 何況非法.
강을 건너려면 뗏목이 필요하지만 이 세상에서 저세상 彼岸(피안)에 이른 뒤에는 버려야 한다. 즉 깨달음을 얻은 뒤에는 배운 말과 글에 집착하지 말라는 뜻으로 사용됐다.
함석헌 선생이 ‘열두 바구니’에서 한 말도 의미가 상통한다. 골리앗을 때려 넘겼기로서니 조약돌을 비단에 싸서 제단에 둘 필요는 없다. 다윗이 위대하지 돌은 흔하다. 조약돌을 섬기는 자가 어찌 그리 많은고! 골리앗이 죽었는데 다음 싸움은 돌로 못하니 마땅히 버려야 한다.
▶️ 捨(버릴 사)는 ❶형성문자로 舍(사)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재방변(扌=手 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舍(사)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음(音)을 나타내는 舍(사)는 '떼어버리다', '내리는 일', 捨(사)는 '손에서 물건을 내리다', '버리는 일'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捨자는 '버리다'나 '포기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捨자는 手(손 수)자와 舍(집 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舍자는 잠시 머물다 갈 수 있는 간이 시설을 그린 것으로 '여관'이나 '집'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舍자는 내가 잠시 쉬었다 떠나는 곳이기 때문에 소유의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 捨자는 이렇게 '일시적'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舍자에 手자를 더한 것으로 '버리다'라는 뜻을 표현하고 있다. 捨자는 불교가 중국에 유입된 이후부터는 '무소유'의 개념으로도 쓰이고 있다. 그래서 사가(捨家)라고 하면 집을 버리고 승려가 되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捨(사)는 ①버리다 ②포기(抛棄)하다 ③폐(廢)하다 ④내버려 두다 ⑤개의(介意)하지 않다 ⑥기부(寄附)하다 ⑦희사(喜捨)하다 ⑧바치다 ⑨베풀다(일을 차리어 벌이다, 도와주어서 혜택을 받게 하다) ⑩놓다 ⑪쉬다, 휴식(休息)하다 ⑫(화살을)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버릴 반(拌), 버릴 연(捐), 버릴 기(棄),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가질 취(取), 쓸 용(用)이다. 용례로는 목숨을 버림을 사명(捨命), 많은 대상 등에서 현상의 특성이나 공통성 이외의 요소를 버림을 사상(捨象), 오줌을 눔을 사뇨(捨溺), 버리고 떠남을 사리(捨離), 계율을 버리고 지키지 않음을 사계(捨戒), 바둑에서 버릴 셈 치고 작전상 놓은 돌을 사석(捨石), 취하여 씀과 내어버림을 용사(用捨),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림을 취사(取捨), 내던져 버림을 투사(投捨), 마음에 즐기어서 재물을 냄을 희사(喜捨), 희사하도록 권장함을 권사(勸捨), 목숨을 바침을 연사(捐捨), 옥에 갇힌 죄인을 풀어 줌을 복사(服捨), 재보를 희사함을 외사(外捨), 목숨을 버리고 의리를 좇음의 뜻으로 비록 목숨을 버릴지언정 옳은 일을 함을 일컫는 말을 사생취의(捨生取義), 식량을 버리고 배를 침몰시킨다는 뜻으로 목숨을 걸고 어떤 일에 대처하는 경우를 이르는 말을 사량침주(捨量沈舟), 장단을 가려서 격식에 맞춘다는 뜻으로 나쁜 것은 버리고 좋은 점은 취한다는 말을 사단취장(捨短取長), 가까운 것을 버리고 먼 것을 취함을 이르는 말을 사근취원(捨近取遠),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차지함을 이르는 말을 사소취대(捨小取大), 그릇된 것을 버리고 옳은 길로 돌아섬을 이르는 말을 사사귀정(捨邪歸正), 옛 것을 버리고 새 것으로 바꾸려고 꾀함을 이르는 말을 사구도신(捨舊圖新), 반올림으로 근삿값을 구할 때 4 이하의 수는 버리고 5 이상의 수는 그 윗자리에 1을 더하여 주는 방법을 사사오입(四捨五入),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서 골라 잡음을 이르는 말을 취사선택(取捨選擇) 등에 쓰인다.
▶️ 筏(뗏목 벌)은 형성문자로 栰(벌), 橃(벌)과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대 죽(竹; 대나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伐(벌)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筏(벌)은 ②뗏목(통나무를 떼로 가지런히 엮어서 물에 띄워 사람이나 물건을 운반할 수 있도록 만든 것), 떼 ②큰 배,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뗏목으로 잇달아 만들어 놓은 다리를 벌교(筏橋), 뗏목을 물에 떠내려 보냄을 벌류(筏流), 뗏목을 물에 띄워 나고 물건을 나르는 일꾼을 벌부(筏夫), 뗏목을 파는 상인을 벌상(筏商), 강물에 띄워 내리는 뗏목을 강벌(江筏), 산에서 베어낸 나무를 강물에 띄워 보냄 또는 그렇게 하는 뗏목을 유벌(流筏), 배와 뗏목을 주벌(舟筏), 강은 건넌 뒤 타고 온 뗏목은 버리고 언덕을 오른다는 뜻으로, 그 동안 사용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는 말을 사벌등안(捨筏登岸), 길을 헤매는 나루의 훌륭한 배라는 뜻으로삶에 가르침을 주는 책을 이르는 말을 미진보벌(迷津寶筏) 등에 쓰인다.
▶️ 登(오를 등)은 ❶회의문자로 발을 들어 올리고(필발머리; 癶; 걷다, 가다) 제사에 쓸 그릇(豆)을 높은 곳에 올려 놓는다는 뜻이 합(合)하여 오르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登자는 ‘오르다’나 ‘나가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登자는 癶(등질 발)자와 豆(콩 두)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豆자는 제기 그릇을 그린 것이다. 그런데 登자의 갑골문을 보면 제기 그릇 위로는 癶자가, 아래로는 그릇을 받들고 있는 양손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신에게 바칠 음식을 들고 제단 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소전에서는 제기 그릇을 들었던 양손이 생략되면서 지금의 登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登(등)은 (1)오랜 옛날에 쓰던 그릇의 한 가지. 질로 만들며 굽이 높고 모양이 두(豆)와 같음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오르다 ②나가다 ③기재하다 ④익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도울 우(右), 오를 승(陞), 오를 척(陟), 오를 양(敭), 오를 승(昇), 오를 등(騰),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덜 손(損), 덜 감(減), 내릴 강(降), 떨어질 락/낙(落)이다. 용례로는 소설이나 영화 또는 무대 등에서 나옴을 등장(登場), 문서에 올림을 등록(登錄), 학교에 출석함을 등교(登校), 서적 또는 잡지 등에 올려 적음을 등재(登載), 산에 오름을 등산(登山), 인재를 골라 뽑아 씀을 등용(登用), 원의 이름이 붙는 곳에 출석하거나 출두함을 등원(登院), 임금의 지위에 오름을 등극(登極), 매우 높거나 험한 산 따위를 오름을 등반(登攀), 곡식이 잘 여묾 또는 그런 해를 등세(登歲), 과거에 급제함을 등과(登科), 산 따위의 정상에 오름을 등정(登頂), 배에서 육지에 오름을 등륙(登陸), 배에 오름을 등선(登船), 즉시나 죄를 범한 그때 그 자리를 등시(登時), 높은 곳에 오름을 등고(登高), 용문에 오른다는 뜻으로 뜻을 펴서 크게 영달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등용문(登龍門), 높은 곳에 올라가려면 낮은 곳에서부터 오른다는 말로 일을 하는데는 반드시 차례를 밟아야 한다는 말을 등고자비(登高自卑), 군자는 높은 산에 오르면 반드시 시를 지어 회포를 푼다는 등고능부(登高能賦), 누상에 오르게 하여 놓고 오른 뒤 사다리를 치워 버린다는 뜻으로 처음에는 이롭게 하는 체하다가 뒤에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함을 등루거제(登樓去梯), 태산에 오르면 천하가 작게 보인다는 말로 큰 도리를 익힌 사람은 사물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등태소천(登泰小天), 죄를 저지른 그때 그 자리에서 곧 잡음을 등시포착(登時捕捉) 등에 쓰인다.
▶️ 岸(언덕 안)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뫼 산(山; 산봉우리)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벼랑을 뜻하는 민엄호(厂; 굴바위, 언덕)部와 함께 깎다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干(간, 안)으로 이루어졌다. 또는 音(음)을 나타내는 屵(알, 안)과 干(간)으로 이루어졌다. ❷형성문자로 岸자는 '언덕'이나 '낭떠러지', '층계'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岸자는 山(뫼 산)자와 厂(기슭 엄)자, 干(방패 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干자는 '방패'라는 뜻을 가지고는 있지만, 여기에서는 발음 역할만을 하고 있다. '언덕'이란 산이나 강기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슭'을 말한다. 그래서 높고 기슭 진 곳이 많은 山자와 厂자를 결합해 '기슭'이라는 뜻을 표현했다. 그래서 岸(안)은 육지(陸地)가 바다나 강에 면한 곳으로 ①언덕 ②낭떠러지 ③층계(層階), 계단(階段) ④높은 지위(地位) ⑤(역참에 있는)옥(獄), 감옥(監獄) ⑥높다 ⑦뛰어나다 ⑧오만(傲慢)하다, 엄정(嚴正)하다(엄격하고 바르다) ⑨우람(愚濫)하다(어리석어 분수를 모르고 외람되다) ⑩(이마를)드러내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언덕 구(丘), 언덕 원(原), 언덕 판(坂), 언덕 구(坵), 언덕 파(坡), 언덕 강(堈)이다. 용례로는 강 언덕에 서 있는 버드나무를 안류(岸柳), 바다 기슭이나 강기슭의 가를 안반(岸畔), 벽과 같이 깎아지른 듯한 물가의 해안 절벽을 안벽(岸壁), 언덕을 서로 사이에 두고 떨어짐을 격안(隔岸), 높은 언덕이나 낭떠러지를 고안(高岸), 깎아 세운 듯한 언덕을 단안(斷岸), 건너편에 있는 언덕을 대안(對岸), 동쪽에 있는 강가 또는 바닷가를 동안(東岸), 모래 언덕을 사안(沙岸), 서쪽 해안을 서안(西岸), 강이나 호수 또는 바닷가를 따라서 잇닿아 있는 땅을 연안(沿岸), 배를 안벽이나 육지에 댐을 접안(接岸), 나루터를 이르는 말을 진안(津岸), 강의 건너편 기슭을 피안(彼岸), 강이나 내의 양쪽 언덕을 하안(河岸), 바닷가의 언덕이나 기슭을 해안(海岸), 생사의 세계로 나고 죽고 하는 고통이 있는 이 세상을 차안(此岸), 높은 언덕이 골짜기가 된다는 뜻으로 산하의 변천이나 세상의 변천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고안심곡(高岸深谷), 행동거지가 오만불손하고 잘난 체하는 태도를 이르는 말을 오안불손(傲岸不遜), 우뚝 솟은 산과 깎아지른 낭떠러지를 이르는 말을 고봉절안(孤峰絶岸), 강 건너 불이라는 뜻으로 어떤 일이 자기에게는 아무 관계도 없다는 듯이 관심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대안지화(對岸之火)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