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브라질에서도 축구 천재를 보기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축구 황제 펠레가 브라질 축구의 미래를 우려하며 했던 말이다. 펠레가 걱정했던 것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인터넷이었다. 해가 떠서부터 질 때까지 축구공과 함께 했던 브라질의 어린이들은 점차 축구공보다는 인터넷의 재미에 빠져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나와 같은 선수가 다시 출현한다면 아마도 아프리카가 유일할 것이다"고 했다. 원시성을 간직한 아프리카 선수들만이 축구천재들에게서 볼 수 있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말이다.
딕 아드보카트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은 자신의 조국 네덜란드에서 '골목 축구 되살리기'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요한 크루이프, 프란츠 베켄바워로부터 지네딘 지단, 루이스 피구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축구 천재들로 일컬어지는 이들은 울퉁불퉁하고 비좁은 데다 갑자기 차가 튀어 나오는 골목에서 축구를 배우고 성장했다.
아드보카트는 자신이 축구를 배웠던 고향 덴 하그의 골목을 떠올리며 "오히려 축구하기 안좋은 상황이 선수들의 창의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악조건을 스스로 이겨내면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른 나이 때부터 코치로부터 일일히 지적을 받으며 축구를 배우다 보면 창의성을 망칠 수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웨스트햄의 GK 로버트 그린은 최근 "잉글랜드 축구 선수들은 플레이스테이션을 던지고 훈련하라"고 경고했다. 그는 "선수들이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 등 비디오 게임을 던지고 훈련한다면 우리는 훨씬 좋은 팀을 가질 수 있다"며 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일 유로 2008 본선에 오르지 못한 잉글랜드 대표팀의 문제점과 대안을 내놓고 있는 영국 언론들의 기사들 가운데 그린의 지적은 황당하고 편협해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국제 경기에서 선수들이 부진한 것은 훈련부족이다"는 그의 의견을 뒤담아 들을 필요가 있을 듯 하다.
웨인 루니, 박지성, 에브라 등 대부분의 프리미어리거들은 컴퓨터 게임을 즐긴다. 지난 7월 한국을 방한한 맨유 선수들의 손에는 저마다 휴대용 플레이스테이션이 들려 있었다.
가끔 즐기는 것이야 문제 없겠지만 중독에 가까울 만큼 즐기다 보면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축구계 원로들은 걱정한다. 포츠머스의 GK 데이비드 제임스는 맨체스터시티에서 뛸 당시 "플레이스테이션을 너무 많이하다보니 자세가 변했다"고 부진 이유를 밝힌 적이 있다.
에릭 칸토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뛸 당시 공식 훈련을 끝난 후 알렉스 퍼거슨 감독에게 "슈팅 연습을 하고 싶으니 골키퍼 한 명만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었다고 한다. 악동으로 불리던 그였지만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었던 데는 끊임없는 개인 훈련 때문이었다.
한국 축구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많아야 하루에 2시간씩 진행하는 공식 훈련 이외에 개인 훈련하는 선수들을 찾아볼 수 없다. 새벽녘 구토가 나도록 훈련하며 무명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됐던 야생마 김주성이나 '컴퓨터 링커' 조광래, 오버래핑의 달인 박경훈, 등지기라면 따라올 자 없던 이태호처럼 개성 강한 선수들을 배출하려면 본인의 강점을 강화하는 개인 훈련에 몰두하는 젊은 선수들이 많아야 한다.
축구 지도자들은 "요즘 선수들은 밤늦도록 인터넷을 하거나, 핸드폰으로 잡담을 나눈다. 예전 선수들처럼 밤늦도록 본인의 약점을 보완하려고 땀흘리는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걱정한다. 축구보다는 더 재미있는 것들을 찾아 가는 어린이들 때문에 축구 유망주들이 줄어들어 위기를 맞고 있는 독일의 예도 눈여겨볼 만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축구 산업의 성장과 유지를 위해 스타들이 주기적으로 등장해주기를 바라지만 점차 최고의 레벨을 지닌 선수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를 보고서로 발표한 적이 있었다. 축구는 문명의 이기들과 경쟁하는 시기를 맞고 있다.
첫댓글 하긴 우리나라 하면 IT강국!! 옛날엔 우리나라선수들 할것없으니 훈련했겠지만.. 요즘은;;
제목만 보고 아드리아노가 떠오른건 왜일까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