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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동부권고추 대표이사 노정기 www.jbgochu.com>
1. 참새가 봄을 물고 따라온다
岸柳迎人舞 林鶯和客吟 안유영인무 임앵화객음
雨晴山活態 風暖草生心 우청산활태 풍난초생심
景入詩中畵 泉鳴譜外琴 경입시중화 천명보외금
路長行不盡 西日破遙岑 노장행부진 서일파요잠
조선 이수광(李睟光) <途中> 〚이병한의 한시 365일에서〛
강둑 버드나무 사람보고 춤추고 숲속 꾀꼬리 나그네 따라 노래하네
비 개이니 산이 살아나고 따쓰한 바람에 풀잎 돋아나네
풍경은 시 속에 그림처럼 읊어지고 개울물은 악보없는 가락을 타네
길은 멀어 가도가도 끝이 없고 지는 해는 저만치 산마루에 부서지네
올해 고추농사도 풍년이라고 꿈속에 스마트폰이 벌떡 일어나라고 새벽종을 울린다. 아직 선잠이 남아있어 이불속에서 꼼지락 하는데 창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린다. 짹짹! 찍찍! 쪼르르! 찌찌찌찌! 귓가를 때리는 소리에 자리를 털고 밖으로 나갔다. 나뭇가지가 부러질 듯이 떼지어 앉은 참새 무리가 나를 불러댄다. 해가 산위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고 나팔 모양의 부리로 기상나팔을 불어대고 있다.
큰 나무 아래에서는 컹컹하는 소리가 들린다. 겨우 비만 가릴 수 있는 지붕을 씨운 부엌아궁이 옆에서 잠에서 깨어난 누렁이가 반긴다. 누렁이에게 물을 떠다주고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턱 아래를 두 손가락으로 긁어 주면 꼬리를 흔들면서 지긋이 눈 감고 드러눕는다. 어제 등을 긁어 준 옆집 흰둥이도 긁어 달라고 워워워 소리를 낸다. 누렁이를 떼어 놓고 흰둥이에게 가서 등을 긁어 준다. 임실 5일장에서 만원짜리 3장과 바꾼 조깅화를 훈련병이 통일화끈을 메듯이 질끈 동여메고 논두렁, 밭두렁 사이를 시속 10km로 달린다. 오늘은 5km만 뛰려는데 멀리서 참새가 봄을 물고 따라 온다.
2. 남귤북지(南橘北枳)
<남귤북지“남쪽의 귤나무를 북쪽에 옮겨 심으면 탱자나무가 된다”>라는 말은 임실고추에 딱 맞는 말이다.
임실은 무진장으로 불리는 무주, 진안, 장수를 덮은 덕유산 끝자락이 머무는 곳으로 쌀농사를 할 들판은 그리 많지 않다. 창조주 하나님은 임실은 쌀농사를 짓기에 어렵게 만들었지만 대신 고추 재배는 전국의 최적지로 만들어 주었다. 고추는 그 자체로도 훌륭한 음식이지만 한국인의 필수 식품인 김치를 담그는데 빠질 수 없는 필수품이다. 임실고추는 김치의 단맛을 내는 유리당(free sugar) 함유량이 한국에서 제일 많다. 이 유리당 덕분에 김치를 담갔을 때 숙성이 잘 되어 김치의 감칠맛을 내는데 으뜸이다. 임실고추로 만든 김치맛을 경험한 사람은 다른 김치는 저절로 멀리하게 된다. 임실에서 키운 고추맛이 좋다고 다른 지역에서 재배하면 단맛이 떨어져 진짜 임실고추의 맛을 느낄수 없다. 남귤북지의 원리가 임실고추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임실고추의 맛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임실군은 기초지방자치단체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고추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임실고추연구소에서는 재래종고추 복원, 신품종 육성, 병해충 방제방법, 친환경농법을 시험연구하고 있다. 고추품종 선발, 시험재배, 육종에서 고춧가루 시험 생산시설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임실고추연구소는 전북동부권고추에서 생산하는 고춧가루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고추 생산농가의 교육, 환경 적응 시험 등을 통해 임실군에서 키우기에 가장 적합한 고추를 만드는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같이 임실고추연구소의 노력에 힘입어 임실고추는 고추 명가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3. 고추 어린모는 매일 이불을 덮어주고 벗겨준다
남녁 하동에는 매화가 활짝 피어 있는데 이제 하얀 꽃을 티우려는 섬진강가에 있는 덕치 고추육묘장(대표 이강욱)을 찾아갔다. 이대표를 따라 비닐하우스 문을 여니 무농약 재배의 증거인 천적재배 명판이 반긴다. 병해충의 천적을 하우스 안에 들여보내 친환경 농사를 짓는 현장이다. 농약을 사용하면 천적이 죽기 때문에 천적을 이용하는 농사는 무농약 농사의 증명서이다. 이곳 비닐하우스에서 이대표의 부인이 고추모종을 정식하는 작업에 한창이다.
이대표를 따라 옆에 있는 비닐하우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비닐하우스 안에 무릎 높이로 덮은 작은 비닐하우스가 있다. 이대표가 이 비닐을 벗기는 순간 수 만개의 고추모종이 까꿍하면서 인사한다. 아직 추위가 남아 있어 밤에는 기온이 낮아 밖에 씨운 비닐만으로는 추위를 견딜 수 없어 한겹 더 씨워 놓았다고 하면서 비닐을 벗긴다. 왜 비닐을 벗기느냐는 물음에 이제 해가 떠서 온도가 올라가면 더위에 시들어짐으로 벗겨야 한다고 한다. 비닐하우스 농사는 온도 맞춰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하우스 안에 자라는 고추를 바라보는 이대표는 지난 밤도 무사히 자라고 있는 것을 확인하며 입가에 웃음을 띤다.
고추 어린모는 아기 다루듯이 이불을 덮어주고 벗겨주기를 반복해야 한다. 식물도 사람 다루듯 하여야 잘 큰다고 하는 이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비닐하우스를 나오는데 섬진강가에는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고 있다.
이 매화는 비닐하우스에 키우지 않았는데 잘도 크고 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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