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폰의 추억
시티폰이라고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한때는 반짝했던 상품,
결국 사람들로부터 잊혀진,
그것이 시티폰의 운명이었다.

‘노인복지주택’이란 게 있다.
한때는 '유료노인복지주택'이라 불리기도 했고,
실버타운이란 이름이 더 익숙한,
최근에는 ‘실버주택’이란 이름으로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는,
주택 아닌 사회복지시설,
그런데, 노인복지주택과 시티폰은 공통점이 있다.
한 방향으로만 소통한다는 것,
시티폰은 수신은 불가능했고 오직 발신기능만 있었다.
시티폰이 제 역할을 하려면 ‘삐삐’가 있어야 했다.
노인복지주택 또한 오직 한 방향으로만 소통된다.
입소자(노인)의 권리는 없고,
시설장(사업주)의 권리만 있는,
‘불편’하거나 혹은 ‘불평등’하거나,
결국 그 운명은 같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유행(트렌드)이란 것이 있고,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는 일 또한 흔하다.
스티브 잡스라고 해도 항상 신제품이 성공할 수는 없는 것이 자본주의의 속성이다.
대망의 2000년대 들어 우리사회는 급격히 변화해왔다.
그중 하나의 화두가 바로 ‘고령화’와 ‘고령사회’다.
지난 10여 년 동안 이러한 산업 곧 실버산업의 환상에 모두들 정신을 잃었지만,
곧 한낱 ‘신기루’임이 밝혀졌다.
그러한 실버산업 중 하나가 바로 ‘실버타운 사업’이다.
이 실버타운의 대표주자가 바로 노인복지주택이기도 하다.
복지부는 여기에 일정부분 책임이 없을 수 없다.

복지부는 이를 하나의 유망한 실버산업으로 보고, 적극 권장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산업’은 자본주의의 속성상 복지부가 권장하고 간여한다고 하여 그대로 되지는 않는 법이다.
'산업'으로서의 실버타운은 대부분이 복지부의 영역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들로서 애초에 복지부로서는 통제 불가능했다.

‘실버타운’이 무엇인지 설명하려 한 복지부의 업무지침(2008년)

‘실버타운 사업’의 최협의로는 건축업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유료노인복지주택’...
복지부 업무지침(2008년)에 이미 건설업자들의 농간을 예견하는 구절이 있다.
이미 상당한 모순을 안고 시작한 이 사업은 시작부터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게 된다.
노인복지법과 복지부의 업무지침을 잘 지키면 지킬수록 이 사업은 쉽게 망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좋은 예로 전 복지부장관이 이 사업에 깊이 관여한 사례가 있다.

<김모임 전 복지부 장관>
'복지'와 '산업'

‘화진복지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이 사업(시니어캐슬클라시온)은 전 정무장관(조기상)이 주도하고 전 복지부 장관이 이사로 참여하는 등 의욕적으로 시작했다. 당연히 법과 원칙을 지켜 ‘노인’을 사업 대상으로 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사례는 부지기수다.

신성 아너스밸리(노인복지주택) - 분양이 안 돼 망했다

수페갤러리 - 역시 분양이 안 돼 망했다
이 외에도 지방의 많은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사업이 망했다.
그래도 이들은 법을 지키려 했다. 그들의 유일한 잘못은 복지부의 업무지침(다른 말로는 유료노인복지사업 안내)을 지나치게 맹신했다는 것이다.
그 외 파주의 유승앙브와즈, 서울의 중앙하이츠아쿠아, 후성누리움, 상암카이저팰리스클래식, 인천의 보미골드리즌빌, 하남의 벽산블루밍더클래식 등 수많은 건설회사들이 이 사업을 벌였고, 법과 원칙을 지켜서는 도저히 분양이 안 될 것 같아 처음부터 일반인들에게 사기분양을 했다.
이렇게 황폐화된 노인복지시설에 대해 복지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이 사업은 이제 시티폰처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일만 남은 셈이다.
앞으로 서울시 강남구 세곡동의 노인임대주택 단지처럼 새로운 노인복지 모델이 나타날 것이고, 다른 유형의 상품이 나타나겠지만 향후 소비자들의 선택에 의해 그 흥망이 가려질 것이다.

서울시 강남구 세곡동의 국민임대주택단지 내 노인복지타운(전체 5개의 단지 중 고령친화주택 단지인 4단지)

핵심은 ‘복지시설 부지’라는 도시계획에 있다. 이 ‘부지’는 어느 누가 독점해서는 안 된다.
(이 복지시설 부지에는 노인복지관, 노인요양시설, 노인전문병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복지시설 부지를 건설회사가 독점, 법을 악용하여 일반인에게 분양할 목적인 전주시 중인동 노인복지주택(전체가 복지시설 부지) 이것이 세곡동과의 차이점이다.

세곡동 노인임대주택을 방문한 전 서울시장
이 곳에 입주한 어르신들은 '입소자'들이 아니다. 당연히 '입소계약' 따위는 필요 없고, '시설장'이 따로 있지도 않다. 실버타운과 비교했을 때 어느 쪽이 경쟁력이 있을지는 소비자들이 판단할 일이다.
첫댓글 노인주거복지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망하는 강좌를 열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