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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제길럴!!! 도대체 몇 놈이나 죽어 나가는거야!!!"
"모두 네명입니다."
김 형사는 옆에서 또박또박 대답을 하고 있는 신참 형사를 보며 입맛이 쓰다. 물빠진 청바지에 가벼운 패딩 잠바를 입고 있는 모습이 지금 당장 미팅에 나가도 상관없을 만큼 산뜻한 차림새다. 몰라서 물은 말이 아니라 혼잣말을 지껄인것 뿐인데 군기 바짝든 신병처럼 원리 원칙을 지키며 일일이 대답하고 서 있는 신참을 보니 쓴 웃음이 났다. 바로 눈 앞에서 들 것에 실려나가는 시체를 보면 숫자도 세지 못할까봐 그걸 대답하고 있는 건지, 하여튼 요즘 신입들은 머리속에 무슨 생각들이 들어있는건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김 형사는 팔짱을 낀채 멀찌감치 서 있는 김 기만의 처에게로 다가갔다.
"죽은 김 기만씨 아내 되신다지요?"
"그게.......같이 산건 맞는데 아내는 아니예요."
"그게 무슨 말이죠?"
"말 그대로 그냥 같이 사는 거 뿐이지 서류상으론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예요."
"아~ 그럼, 저기 김 현민은......"
"내가 낳은 건 맞지만 그 사람과 마찬가지로 서류상으론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예요."
"네?"
"그 사람은 그냥 같이 사는 거 외엔 아무 것도 인정해 주지 않았거든요. 뭐 호적에 올라가든 올라가지 않든 크게 중요한 것도 아니고......"
김 형사는 씁쓸하게 자조적으로 중얼거리는 여자를 보며 의아한 느낌이 들었다. 비록 서류상 아무런 증거가 남아있지 않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20년 가까이 함께 산 남편과 아들이 죽었는데 슬퍼하는 기색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위로랍시고 몇마디 건넨 상대방이 무안 할 정도로 담담한 얼굴로 담배를 청하고 있었다. 불을 붙여주는 김 형사를 보며 익숙하게 담배 연기를 빨아들이고 내뿜는 여자는 무거운 짐을 벗어 던진듯 홀가분한 표정으로 쓴 웃음까지 짓고 있었다.
"그래도 20년을 함께 산 남편과 아들이 죽었는데 별로 슬퍼하시지 않네요?"
"내가 슬퍼해야 하나요? 하긴 좀 슬프네요. 이제 혼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내 처지가 좀 슬프게 됐거든요."
남편과 아들이 죽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가 더 걱정이라는 여자의 말은 참으로 이기적으로 들린다. 혹시 범인과 공모라도 한건가 하는 생각을 하던 김 형사는 넋두리 처럼 늘어놓는 여자의 증언을 들으며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형사님은 내가 슬퍼하지 않아서 이상한거죠? 서류야 어쨌건 간에 그래도 명색이 20년을 함께 산 남편과 아들이 죽었는데 슬퍼하는게 당연하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죠?"
"뭐, 솔직히 그런 생각이 안드는건 아닙니다만."
"난 지금 솔직한 심정으로 홀가분해요. 저 인간과 함께 산 20년동안 전 사람이 아니었거든요. 20년을 그 사람 눈치를 살피며 비위를 맞췄고, 그러다 조금이라도 맘에 안들면 어김없이 손이 날아왔죠. 형사님은 이해 못하실거예요. 하루, 딱 하루만이라도 마음 편하게 두발 뻗고 자 보는게 소원이었어요.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그 사람의 폭언과 폭력 때문에 꿈 속에서도 편하질 못했어요."
"하지만 아드님은....."
"아들요? 그렇죠, 흔히 맞고 사는 여자들 자식때문에 참고 산다고들 하죠. 그런데 난.....그 사람뿐 아니라 그 사람의 자식놈에게도 맞고 살았으니깐."
"!!!!!!!"
"저 인간이 자식에게도 똑같이 가르치더라구요. 여자는 사람이 아니라 장난감이고 팔고 사는 물건이라고. 도망도 쳐봤고, 경찰에 신고도 해봤지만 그때뿐이였죠. 20년을........저 인간 그늘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살았어요. 제 모습을 보시면 짐작 가시는 게 있으실 거예요. 잘꾸며진 인형.........후후훗!! 인형이라고 말하려니 왠지 창피하네. 이렇게 살찌고 못생긴 인형이 어딨다구, 근데 저 인간이 살찌고 못생긴 인형을 좋아하더라구요."
여자의 말처럼 통통하게 살집이 오른 그녀는 어울리지않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명품으로 도배를 한듯한 화려한 차림이었다. 화려하게 꾸며진 집안 역시 여자와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녀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런 여자가 20년이란 세월을 김 기만의 그늘에서 숨죽이고 사느라 아무것도 할 줄 아는게 없다며, 남편과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기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더 고민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김 기만이 사람 장사를 하고 있다는 걸 일찍부터 알고 있었던 김 형사는 왠지 여자의 말에 수긍이 갔다.
"그럼 뭐야, 얼굴에 마스크를 한 놈이 들어와서 김 기만과 김 기만의 아들, 그리고 부하 둘을 죽이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 말이야?"
"뭐, 증인들의 말을 종합해보자면 그런거지. 그런데 아주 열심인 우리 신참님께서 그 집 주변의 방범 CCTV에 찍힌 차량번호를 모두 조사했더라구."
"그 골목에 주차된 차들을 다 조사했단 말야? 아주 시간이 남아도는 구나. 그거 다 조사해서 어쩌라구? 지나가는 차량까지 일일이 다 대조하자구? 설사 뭐가 나온다해도 무슨 명목으로 갖다붙여! 그 시간에 골목 지나가는게 불법도 아니고, 기껏해야 주차 딱지 떼는게 다일텐데 뭔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하는지."
"쓸데없는 짓만은 아닌거 같아. 기가 막힌 우연을 찾아냈거든."
"기가 막힌 우연이라니?"
"신참이 조사한 차량 조회 리스트에서 백 성현이라는 이름을 찾아냈지."
"백 성현? 백 성현이라면......"
"맞아! 그 오토바이 주인!"
"아...아니 어떻게?"
"김 형아, 내가 전에 20년 전 옥수동 사건 피해자 아들 찾아보겠다고 했던 말 기억해?"
박 형사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김 형사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그리고는 자신이 조사한 파일을 자랑스럽게 열어보였다. 그 동안 백방으로 조사를 해봤지만 우연인지, 의도적인건지 사건에 대한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피해자의 아들이 초등학생이었었다는 걸 기억해 낸 박 형사는 인근 초등학교를 뒤지기 시작했고, 피해자 백 미현의 아들이 백 성현이라는 이름으로 인근 초등학교에 입학 했었다는 기록을 찾아낸 것이다. 1학년을 채 끝내지 못하고 제적이 된 상태이기는 했지만 분명히 기록이 남아있었다. 사건 기록을 없앤 범인은 초등학생이었던 피해자의 아들 학적부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나보다.
"그럼 박 형 니 생각엔 이 백 성현이라는 꼬마가 이 윤성 검사란 말이지?"
"그때 피해자가 죽었다고 판단한 결정적 요인이 그 방에 남겨진 혈흔이었잖아."
"그렇지, 혈흔 정도가 아니라, 그 작은 쪽방 전체가 온통 피바다 였었지. 그렇게 피를 흘리고 살아남을수 없는 일이니깐. 게다가 그 네 놈들이 온통 피 범벅인 그 방에서 기절한 채로 발견됐었지. 시체가 사라져 기소하지 못했지만 말야."
"아니, 시체가 발견되었어도 기소 못했을거야."
"무슨 소리야?"
"이번에 조사하면서 알게 됐는데 그 사건에 관한 기록이 거의 사라지고 없었어. 물론 오래 된 사건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내가 보기엔 누군가 의도적으로 기록에 손을 댔어. 그건 사건 기록에 손을 댈 수 있는 인물이 연루됐다는 소리지."
"그럼 이 태성 사장이......"
"그 당시 서울지검 검사 정도면 꽤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잖아. 더구나 거대 건설의 사위였으니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굉장한 힘을 가진 인물이었어. 만일 우리 추측대로 이 태성 사장이 연루가 되었다면 그 놈들이 기소 되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진 않았을거란 말이지. 어쨌거나 이런 저런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여자가 죽은 건 확실해. 문제는 여자의 시체와 그 아들이라는 소년이 함께 사라졌다는 거지."
"그래서 다들 그 여자와 아들이 같이 죽어 어딘가에 유기되었다고 생각했었지."
"그런데 조사를 해보니깐 죽은 피해자 백 미현은 경찰에 의해 사망 신고는 되어있는데 아들은 아니었어. 게다가 8년 전 그 아들이 만19세가 되면서 주민등록까지 마쳤더라구. 백 성현이라는 이름으로."
"그럼 오토바이 주인인 백 성현이 그 아들이다? 그럼 이 윤성 검사는 뭐야?"
"하여튼 그 머리로 어떻게 형사가 됐느니 궁금하다. 주민증을 발급 받을 때 꼭 거치는 절차가 있잖아."
"맞다!!!! 지문!!!!"
"바로 그거야. 이 윤성 검사의 지문과 백 성현의 지문을 비교하면 답은 금방 나오지."
"그럼 뭘 망설이는 거야? 당장 조회해보자구."
단순하다 단순하다 자꾸 머리에 주입을 시켜서 그런가 갈수록 더 단순해지는것 같다. 지문 조회를 해서 뭐한단 말인가? 엄 기태와 오 상수는 물론이고 김 기만의 사건까지 사건 현장에서 얻은 단서는 아무 것도 없다. 이 윤성과 백 성현이 같은 인물이라는 걸 몰라서 조회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다 아는 사실인데, 단지 이중 호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체포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구나 그건 행정절차의 오류일 뿐이다.
"이 태성 사장이 혼전 동거로 낳은 아들을 찾아오면서 호적을 새로 만들고 이 윤성이라는 이름을 붙여 준 거지. 그렇게 새 호적을 갖게 된 이 윤성이 자신의 이전 호적이 살아있다는 걸 알고, 백 성현이라는 이름으로도 주민증을 발급 받은 거야.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놈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논현동 그 빌딩과 오토바이, 그리고 이번에 김 기만의 집 근처에서 발견된 차량까지 백 성현의 이름으로 등록이 되어 있지만 실은 이 윤성 검사의 소유란 말이지."
김 형사는 책상을 '탕!!'하고 내리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의 사건과 연계되어 현실에게 일어나고 있는 연쇄 살인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추측일뿐 아무런 증거가 없으니, 연관성을 밝히기가 쉽지가 않다.
"어제 사건이 일어났던 그 시간에 이 윤성 검사가 갑자기 사무실을 뛰쳐나갔대. 직원들이 물어도 대답도 없이 사무실을 뛰쳐나가선 돌아오지 않았대. 그러니깐 지금부터 이 윤성, 아니 백 성현의 알리바이를 조사해야겠지? 그리고 김 기만의 와이프란 여자 아무래도 우리한테 말 안하게 있는거 같아."
"뭘?"
"사건 현장에 있던 찻잔 봤어? 잔이 두개 였어. 그 아들이라는 놈, 지 엄마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폭력을 행사하는 놈이었다는데, 그런 놈이 엄마랑 마주앉아 다정하게 차를 마시고 있진 않았을 거 아냐? 김 기만과 그 부하들은 나중에 도착해서 당했다고 했고, 그럼 누군가 그곳에 왔었다는 말인데 그 여자 그 부분을 빼먹었어."
"그럼....O.K!!! 누가 왔었는지 조사해보자."
매번 볼때마다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는 놈이다. 이 태성 사장은 아침 일찍 사무실로 찾아온 엄 기홍을 보며 눈쌀을 찌푸렸다. 회의중이라는데도 끝까지 기다리겠다며 사장실에서 장장 2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엄 기홍을 보며 이 사장은 그리 썩 유쾌한 기분이 아니다.
"아침부터 날 찾아온 용건이 뭔가?"
"그게......"
차를 날라오는 비서를 보자 엄 기홍은 금새 열었던 입을 닫아버린다. 비서의 눈치까지 살피는 폼이 심상치가 않다. 그러고보니 지난 번 왔을 때와는 사뭇 다르게 초조한 빛이 역력해 보인다. 어디서 무슨 대행 사고라도 치고 온 것인지, 불규칙적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그의 눈동자가 불안해 보였다. 찻잔을 내려놓은 비서가 나가고 문이 닫히자 마자 엄 기홍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곤 이 태성을 향해 조심스럽게 몸을 내밀며 한층 목소리를 낮추고 있었다.
"사장님! 혹시 뉴스 보셨습니까?"
"뉴스? 보시다시피 아침 일찍부터 간부 회의가 있어 뉴스 볼 시간이 없었는데 무슨 뉴스를 말하는 건가?"
"어제 흑석동에서 있었던 살인사건 말입니다."
"흑석동? 그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죽은 거 말인가?"
"그 죽은 아버지 이름이 김 기만 입니다. 김 기만!"
"김 기만? 내가 알아야 될 사람인가?"
느긋하게 찻잔을 들던 이 태성은 순간 뭔가가 떠올랐다. 놀란듯 점점 눈이 커져가는 이 태성은 연신 이마에서 식은 땀을 훔치고 있는 엄 기홍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김 기만이라면 엄 기홍과 마찬가지로 거대 건설 용역을 전담하고 있는 업체의 대표이며서 20년 전 그 사건에 가담한 인물 중 하나다. 엄 기태가 건설수주 현장을 장악하고 나면 현장에서 필요한 일용직들을 김 기만이 대주고 그렇게 상부상조하며 깊은 연결고리를 갖고 있던 자인데 어젯밤에 죽었다는 이가 그 김 기만이란 말인가.
"김 기만이 죽었단 말야?"
"기만이 형님뿐 아니라 상수 형님도 죽었습니다."
"상수라면 오 상수......오 상수를 말하는 건가?"
"저희 형님과 기만이 형님, 그리고 상수 형님까지 이건 보통일이 아닙니다."
물론 보통일이 아니다. 오랜 세월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쥐고 있던 세 사람이 죽었으니 보통일은 아닐거다. 헌데 앞에 앉아 식은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이 놈은 뭘까? 그때 그 일과 무슨 상관이 있길래 저렇듯 사색이 되어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걸까? 이 태성의 의문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때....... 20년전 그 사건때 저도 있었습니다!"
"뭐?"
"만수 형님이 처음 사장님의 부탁을 받고 세 형님이랑 공모하는 걸 우연히 듣고는 저도 끼워달라고 했는데........."
"조 만수는 분명 네 놈이라고 했는데........."
"만수 형님이 안된다고 했습니다. 근데 제가.........."
"그럼........"
"형님들 보다 먼저 일을 처리하려고 식당에서 일하고 있던 그 여자를 끌고 나온게 바로 접니다."
"뭐야!!!!!"
이 태성의 이마에 핏줄이 섰다. 금방이라도 앞에 앉아있는 엄 기홍의 얼굴을 갈겨버릴듯 불끈 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엄 기홍은 분노에 찬 이 태성의 시선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 바닥으로 시선을 떨어뜨린 엄 기홍은 금방이라도 이 태성의 주먹이 날아올것같아 질끔 눈을 감아버렸다.
"그.......그땐 제가 어렸습니다. 어린 마음에 형님들께 인정받고 싶어서......."
"조용하게 끝내라고 했었는데."
"처음엔 그렇게 하려고 했습니다. 근데........."
"그런데!!!"
"누군지 그땐 몰랐습니다. 그냥...... 그렇고 그런 여잔줄 알고.........잘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무참하게 죽였단 말이야?"
"너무 반항이 심해서........"
엄 기홍은 차마 마지막 말을 하지 못한채 말끝을 흐렸다. 그땐 어렸었다. 천지 분간을 못하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던 시절이었다. 무슨 일인지, 어떤 일인지도 모른체 그저 형과 형의 친구 네 명이 머리를 맡대고 하는 얘기를 엿 듣고는 일을 저질렀었다. 단순히 형들에게 인정 받고 싶다는 마음에서, 크게 일을 한 번 치고 나면 더이상 어린애 취급하지않고 인정해 줄 거라 생각했었다.
"쾅!!!"
갑자기 테이블을 내리치는 이 태성의 주먹에 엄 기홍이 몹시 놀랐다. 화가 난듯 울그락 불그락 이그러진 이 태성의 얼굴을 보며 엄 기홍은 차마 하지 못한 그때의 일을 그가 이미 알고 있다는 걸 알았다. 분노로 굳어진 이 태성의 얼굴 근육이 파르르 떨리는 걸 봤지만 어쩔수 없다 생각했다. 자신 역시 이렇게 맥없이 털어놓을 생각이 아니었다. 언젠가 이 태성을 위협 할수 있는 쓸모있는 카드가 될거라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 할 여유가 없다.
처음 형 엄 기태가 살해 당했을 때만 해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저 이 윤성이라는 인물이 궁금 할 따름이었다. 그런데 오 상수가 차량 폭파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선 설마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 어젯밤 김 기만까지 살해됐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뭔가 크게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형과 오 상수가 살해 당한건 그럴수 있는 문제다. 둘 다 늙고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뒤에 앉아 이래라 저래라 입으로만 떠들던 위인들이었으니 그리 안타까울 것도 아쉬울 것도 없었다. 하지만 김 기만은 다르다. 비록 나이가 들긴 했지만 그 밑으로 거느린 식솔들만해도 왠만한 중소기업 수준이다. 그 많은 식솔들을 직접 거느리고 주먹을 휘두르는 인물이지만, 철저히 자신을 숨기고 살았다. 실제 살고있는 거주지조차 알고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 김 기만이 그렇게 맥없이 살해당했다는 사실에 밤을 꼬박 새워 생각하고 또 생각한 엄 기홍은 결국 이 태성을 찾아 온 것이다.
"조용하게, 깨끗하게 끝내라고 했었는데........"
"모......몰랐습니다. 그때는 그 여자가 누군지.......사........사장님께서도 버린 여자 아니었습니까? 어차피 사장님께 버림 받고 곧 죽을 여자라서........... "
"그래서? 그래서 감히 니깟놈이........"
이 태성의 이마에 힘줄이 불끈 솟아올랏다. 감히......감히 이런 놈이 자신의 여자를 건드렸단 말인가? 금방이라도 주먹이 날아올것만 같은 이 태성의 화난 얼굴을 보며 기가 죽은 엄 기홍이 시선을 피하며 더듬거렸다.
"아들까지 죽여달라고 했으면서 무슨 순정이 남으셨다구........."
"뭐?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아들까지 죽여달라고 했다니. 난 분명 여자만 조용히 처리하라고 했을 텐데."
"그때 분명히 달린 혹까지 처리를 해 달라고........"
"뭐야? 서......설마........"
"아......아무튼 그런 케케묵은 옛날 얘기로 왈가왈부 할 상황이 아닙니다. 지금 중요한 건 그때 그 사건과 관련있는 다섯 사람 중에 세사람이 죽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니 놈이 말하고 싶은게 뭐야? 설마 나한테 니놈을 보호해 달라는건 아니겠지?"
"범인!! 제가 형님들을 죽인 범인을 알고 있습니다."
"범인을 알아?"
"못 믿으시겠지만, 형이 살해 되던 날, 제가 함께 있었습니다. 그 놈이 제 팔을 부러뜨리고 함께 있던 김 변호사를 총으로 쏴 죽이는 걸 똑똑히 봤단 말입니다. 제 형님과 함께"
"그래서, 그 놈이 누구란 말야!!!"
"이 윤성요, 사장님의 큰 아들!"
"뭐?"
"사장님 큰 아들이 형님을 죽였습니다."
"윤성이가? 우리 윤성이가.......이.......이놈이 감히 누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
"컥헉!!! 컥컥!!! 사장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흥분한 이 태성이 엄기홍에게로 달려들어 그의 멱살을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그 애가 누군지 몰라서 그런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그 앤 검사야, 대한민국의 현직 검사라구!! 어디 감히 내 아들을......"
"기......김 변호사가.....켁켁!!!"
"김 변호사가 뭐?!!!"
이 태성이 잡고 있던 엄 기홍의 멱살을 거칠게 팽개쳤고, 그 바람에 엄 기홍은 내동댕이 치듯 소파 밑으로 굴러떨어졌다. 엄 기홍은 조였던 목을 쓰다듬으며 이 태성의 눈치를 살피며 더듬거렸다.
"김 변호사 그 자가 죽기전 놈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이 윤성이라고."
"지금 나더러 그 말을 믿으라는 거야? 그게 말이 돼? 윤성이가 왜? 그 놈은 검사야, 대한민국 검사!!!"
"그 때, 아이가 봤습니다."
"뭘?"
"그 여자가 죽는 걸.........아이가 봤습니다."
"!!!!!!!!!!"
"그 날, 저는 그 여자에게 손댔다는 이유로 만수 형님에게 얻어맞고 쫓겨났습니다. 딴엔 먼저 일을 끝내놓으면 형님들도 절 인정할거라 생각했거든요. 근데 만수 형님이 불같이 화를 내며 절 쫓아냈습니다. 아무튼 그때 그 놈을 봤죠. 꼬마가 왠 땡중과 함께 집 안으로 뛰어들어가는 걸, 조금 있으니 그 땡중이 꼬마와 이불보따리를 들쳐메고 나와 바람같이 사라져버렸죠. 제가 집안으로 들어 갔을 땐 형님들이 모두........그 길로 저는 도망쳤고, 그 뒤의 일은 다 아시는거고."
"그걸.....그걸 왜 이제 말하는 거야!!!!!!"
"마.....만수 형님이 입 다물라고 해서.....그리고 사장님을 처음 봤을 때 꽤 쓸모있는 카드가 될 줄 알았거든요."
"쓸모있는 카드? 날 협박 할 생각이었나?"
"아........아닙니다."
"조 만수가 입을 다물라고 했으면 그렇게 할 것이지 이제와서 입을 연 까닭이 뭐야?"
"살려주십시오. 이 윤성 검사, 절 가만 두지 않을 겁니다. 형이랑 김 기만처럼 저도 죽일 겁니다."
"앞서 말했지만, 윤성인 검사야. 게다가 그 얘한텐 그럴만한 배짱이......."
"실력이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고층건물을 타고 내려와 순식간에 장정 둘을 제압하고, 제가 보는 앞에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형님과 김 변호사를 쏴 죽였습니다. 총을 다루는 솜씨 역시 왠만한 짭새들보다 나아보였습니다. 20년을 넘게 이 바닥에서 굴러먹었지만, 그런 솜씨는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럴리가.....윤성이가.....윤성이가 어떻게......조 만수....조 만수를 불러."
"만수 형님...... 만수 형님이 어디 계시는지 아십니까?"
엄 기홍은 뜻밖으로 이 태성의 입을 통해 나온 조 만수라는 이름에 놀라고 있었다. 그 사건이후 종적을 감춰버린 조 만수를 이 태성이 알고있다? 엄 기홍은 전화기를 드는 이 태성을 멍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첫댓글 안타깝네요...엄기홍을 그때 같이 처리 했으면 일이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텐데~~ 윤성이 목이 점점 조여오네요!! 이제는 아버지까지 알게 됐으니, 어쩐다????
2초동안님! 점점 이야기의 끝이 보이나요? 끝까지 즐감해주세요.^^
에구~이젠 윤성이 아버지가 알게 되엇네요~ㅠ
앞으로 어떻게 될라나?? 엄기홍도 같이 가담한 젤 나쁜놈인데 형이랑 같이 죽엇어야 하는데~ㅠ
오리무중이엿던 한놈이 조만수라는 놈이엿군요~아버지만 알고 잇엇나봐요 그놈 신변을~ㅠ
윤성이 증거 남기지말고 나쁜놈들을 모조리 없앳으면 좋겟네요~
때로는 법보다 주먹이라잖아요~ㅋㅋ 넘넘 재밋게 읽엇습니다~^*^
작가님!! 황사먼지 장난 아니라잔아요~건강조심하셔요~^^
미루님! 황사먼지 정말 장난 아니네요. 미루님도 건강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