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영미작가 순위
2007년 영미작가들한테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다고 하는구나.
가장 좋아하는 소설에 대해서…
그 순위에서 1위를 한 소설이 바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라고 하는구나.
그리고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가 3위라고 하는구나.
영미작가들한테 물어봤는데, 러시아 작가, 그것도 한 사람의 작품이 1위와 3위를 했다니…
톨스토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겠구나.
그런데, 다른 순위도 궁금해서 아빠가 찾아봤단다.
그야말로 명작들로 순위가 꽉 채워져 있더구나.
아빠가 본 책들도 있지만 안 본 책들이 더 많더구나.
안 읽은 책들은 적어두고 하나하나 찾아 읽어봐야겠구나.
몇몇 너무 어렵다는 책들도 보이는데… 음, 뺄까?
그 순위는 아래와 같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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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2. 구스타프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
3.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4.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롤리타>
5. 마크 트웨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
6. 셰익스피어 <햄릿>
7. 스콧 F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8. 마르셀 푸르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9. 안톤 체홉 <체홉 단편선>
10. 조지 엘리엇 <미들마치>
11. 세르반테스 <돈 키호테>
12. 허먼 멜빌 <백경>
13. 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14.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즈>
15. 호머 <오디세이>
16. 제임스 조이스 <더블린 사람들>
17.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18. 셰익스피어 <리어왕>
19. 제인 오스틴 <엠마>
20. 가브리엘 마르케스 <백년 동안의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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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환상은 깨져야 행복해진다.
레빈..
결혼에 환상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고 아빠가 이야기했었잖아.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결혼은 환상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몸소 경험하면서 성숙해가는 것 같아 보였어.
아내 키티와도 사이가 좋아졌단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생각도 많고 의심도 많은 사람이라서,
파티에 초대받은 사람 중에 낯선 남자가 자신의 아내를 바라보는 시선을
불쾌하게 생각하기도 했어.
나중에는 급기야 그 사람에게 대놓고 집에서 쫓아내기까지 해서,
파티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기도 했단다.
그 사람을 데리고 온 스티바조차도 레빈에게 너무한 처사라고 나무랐단다.
그래도 레빈은 키티와 안정된 결혼 생활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
아무튼 레빈은 점점 결혼 생활에 잘 적응해갔고,
누가 봐도 모범적인 남편으로 점점 변해갔단다.
하하, 역시 결혼에 대한 환상이 깨져야 행복해지는 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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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
사람이 익숙해질 수 없는 환경은 없다. 특히 주위 사람들이 모두 똑같이 갈아가는 것을 볼 때는 더욱 그렇다. 석 달 전만 해도 레빈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편안히 잠을 잘 수 있다고 믿지 않았을 것이다. 목적도 없고 의미도 없는 생활, 그것도 자신의 수입을 넘어선 생활을 하면서, 술에 취해(그로서는 클럽에서 있었던 일을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 한때 아내가 사랑한 남자와 꼴사나운 우정을 나누고, 더욱더 꼴사납게도 타락한 여자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 없는 여자의 집을 찾아가고, 그 여자에게 마음을 뺏겨 아내를 슬프게 한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편안하게 잠들 수 있다고는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친 데다 밤에 잠도 못 자고 술까지 마신 탓으로 깊고 편안하게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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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잘못된 만남
…
안나와 브론스키는 여전히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한 상태로
둘이 같이 지냈단다.
안나의 남편인 카레닌이 이혼을 안 해 지니 어쩔 수 없었지.
사랑의 힘으로 버티는 수밖에…
안나의 새언니인 돌리가 찾아와 왔어.
예전에는 안나가 돌리를 위로해 주러 모스크바에 갔는데,
이제 돌리가 안나를 위로해 주기 위해 찾아왔어.
주변에는 안나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밖에 없었는데,
돌리는 안나를 진심으로 대했어.
그러면서 진정한 사랑을 위한 안나의 용기를 부러워하기도 했어.
자신은 그렇게 하지 못했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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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127)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는 걸까? 그녀는 살고 싶은 거야. 어쩌면 나도 그녀와 똑같이 행동했을지도 몰라. 그녀가 모스크바로 날 찾아온 그 끔찍한 시절에 내가 그녀의 말을 들은 것이 과연 잘한 것인지는, 지금까지도 잘 모르겠어. 난 그때 남편을 버리고 새롭게 인생을 시작했어야 했어. 어쩌면 난 정말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었을지도 몰라. 그런데도 과연 지금이 더 낫다고 할 수 있을까? 난 그를 존경하지 않아. 그가 필요할 뿐이야.’ 그녀는 남편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난 그를 견디고 있지. 과연 이것이 더 나은 걸까? 그때 난 아직 사랑을 받을 수 있었어. 내게도 아직은 아름다움이 남아 있었으니까.’ 다리야 알렉산드로브나는 계속 생각에 잠겨 있다가 문득 거울을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손가방에는 작은 손거울이 있었고, 그녀는 그것을 꺼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마부와 덜컹덜컹 흔들리는 사무원의 등을 보면서, 그녀는 만약 그들 가운데 누군가가 뒤를 돌아보면 자신이 부끄러울 것 같다고 느껴 거울을 꺼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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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영원한 것이 있는가?
영원한 사랑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흔치 않을 거야.
그리고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랑하는 다른 남자와 함께 지내는 것이
해피 엔딩이 되기는 쉽지 않았을 거야.
브론스키의 사랑도 예전만 못한 것 같아 보이고…
사랑하는 아들 세르게이도 만날 수 없고…
이 난국을 타계하는 방법은 많아 보이지 않았어.
1권에서의 당돌하고 자기 주장이 뚜렷해 보였던 안나의 마음은 점점 황폐해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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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2)
‘그래, 난 몹시 불안해. 그리고 이성이 인간에게 부여된 것은 인간을 불안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서야. 그러니 난 벗어나야 해. 더 이상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저 모든 것을 보는 게 끔찍하기만 한데, 촛불을 꺼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어떻게 끄는 거지? 저 차장은 왜 승강용 발판을 뛰어다니는 걸까? 저 객실에 있는 젊은 사람들은 왜 소리를 지르지? 저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말하고 무엇 때문에 웃는 걸까? 모든 게 진실이 아냐. 모든 게 거짓이고, 모든 게 기만이고, 모든 게 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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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이 워낙 유명해서 아빠도 이미 비극적인 결말을 알고 있었지만,
아빠가 알고 있는 내용이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을 바라며,
해피 엔딩을 기대해보았지만,
안나는 진정한 사랑을 얻기 위한 용기보다 더 크고 무서운 용기를 내고 말았단다.
달리는 기차에 몸을 던진 것이었어.
그렇게 슬픈 용기를 냈지만,
마지막 순간 후회를 하는 모습이 비춰졌고,
다시 돌이킬 수 없었음에 더욱 안타까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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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5-456)
그녀는 성호를 그었다. 십자가를 긋는 친숙한 동작이 그녀의 마음속에 처녀 시절과 어린 시절의 모든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그러자 갑자기 눈앞의 모든 것을 뒤덮고 있던 암흑이 찍어지고, 일순간 과거의 모든 눈부신 기쁨과 함께 삶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 하지만 그녀는 다가오는 두 번째 객차의 바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바퀴와 바퀴 사이의 중간 지점이 그녀와 나란히 온 바로 그 순간, 그녀는 빨간 손가방을 내던지고는 어깨 사이에 머리를 푹 숙인 채 객차 밑으로 몸을 던져 두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그러고는 마치 곧 일어날 자세를 취하려는 듯 경쾌한 동작으로 무릎을 땅에 대고 앉았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시가 한 짓에 몸서리를 쳤다. ‘내가 어디에 있는 거지?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야? 무엇 때문에?’ 그녀는 몸을 일으켜 고개를 뒤로 젖히려 했다. 하지만 거대하고 가차 없는 무언가가 그녀의 머리를 떠밀고 그녀를 질질 잡아끌고 갔다.’ 하느님, 나의 모든 것을 용서하소서!’ 그녀는 어떤 저항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왜소한 농부가 뭐라고 중얼거리면서 철로 위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불안과 허위와 슬픔과 악으로 가득 찬 책을 읽을 때 그 옆에서 빛을 비추던 촛불 하나가 어느 때보다 밝은 빛으로 확 타오르더니, 이전에 암흑 속에 잠겨 있던 모든 것을 그녀 앞에 비춰 보이고는 탁탁 소리를 내며 점점 흐릿해지다가 영원히 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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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다시 일상
안나의 이런 비극적인 죽음은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단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아무래도 브론스키였겠지.
죄책감과 함께 삶의 의미를 잃은 듯했어.
외국에서 벌어진 전쟁에 용병으로 나가기로 했어.
죽든 살든 상관 없다면서 말이야.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일상을 찾아가는 듯 했단다.
마지막 장은 레빈의 시선과 생각이 담긴 글들로 채워져 있단다.
안나의 죽음, 자신의 신에 대한 생각의 변화,
당시 러시아 사회에 대한 자신의 생각…
그리고 키티와 결혼생활에 관한 단상들이 이어지면서,
대단원의 소설은 끝이 났단다.
..
이 책을 덥고 <안나 카레니나>를 설명해주는 유튜브를 두어 편 보았단다.
좀더 이해가 된 것 같기도 하고…
1권 이야기를 하면서 김영하 작가님이 무인도가 가져갈 소설로 <안나 카레니나>를 뽑았다고 했는데,
아빠는 그 정도는 아닌 듯 하더구나.
하지만, 누군가 <안나 카레니나>에 대해 물어본다면,
꼭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더구나.
아빠도 두께에 처음에는 놀랬지만, 어려운 책은 아니었다는…
이제 아빠는 ‘안나 카레니나를 읽은 사람’이 되었구나. ㅎㅎ
러시아 소설은 추운 겨울에 읽어야 제 맛인데,
내년 겨울에는 톨스토이의 또 다른 대작 <전쟁과 평화>를 읽어볼까?^^
<전쟁과 평화>를 읽을 때쯤이면 일상을 되찾았으면 좋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 다리야 알렉산드로브나는 아이들과 함께 포크로프스코예에 있는 여동생 레비나의 집에서 여름을 보냈다.
책의 끝 문장 : 나에게는 그것을 삶의 매 순간 속에 불어넣을 힘이 있어!
책제목 : 안나 카레니나 3
지은이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옮긴이 : 연진희
펴낸곳 : 민음사
페이지 : 668 page
책무게 : 1269 g
펴낸날 : 2009년 09월 04일
책정가 : 13,500원
읽은날 : 2020.11.21~2020.11.27
글쓴날 : 2020.12.1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