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까지 어리고 예쁜 소화(少花)라는 궁녀가 어느 날 왕의 눈에 들어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다. 그런데 궁중 여인들의 질투와 당파싸움에 휘말린 왕은 두 번 다시 소화를 찾지 못하게 된다. 게다가 왕자도 얻지 못하였기에
깊은 궁궐에서 외롭게 지낼 수밖에 없게 되고... 성품이 착한 소화는 세간의 조롱거리로 지내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오랜 세월을 견디었다. 그러나 단 한 번만이라도 더 왕이 찾아주기만을 학수고대하던 소화는 결국 상사병이 들어 죽고 만다. 소화는 죽어서라도 왕의 발소리를 들을까 해서 왕이 다니는 길목의 담장 밑에 묻어달라고 유언한다. 그 이듬해에 소화가 묻힌 자리에서 예쁜 꽃이 피어나자 사람들은 그 꽃을 능소화라고 부르게 되었다.
능소화(凌霄花)의 한자는 능가할 능(凌)에 하늘 소(霄), 꽃 화(花)를 써서 ‘하늘을 능가하는 꽃’이란 뜻이다. 덩굴이 10여 미터 이상 감고 올라가 하늘을 온통 덮은 것처럼 보인다는 뜻... 그러므로 실제로는 하늘 같았던 임금도 가벼이 보게 되었다는 안타까운 뜻도 숨어있다.
또한 능소화에는 독성이 있어 손으로 꽃을 따고 눈을 비비면 눈이 먼다는 속설이 있다. 실제로 어혈을 풀고 열과 염증을 가라앉히는 민간약 제로도 사용된다. 능소화에 딸린 꽃말은 "명예"이다. 병충해와 비바람에는 강해도 공연히 사람 손을 타면 꽃받침째 떨어져 버리고 마는 도도한 성격이 그걸 말해준다.
또 어사화로도 쓰여 장원급제 한 선비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래서 능소화는 양반집에서만 키울 수 있었다는 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