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정(飛飛情)’이라는 독특한 이름은 근처에 있는 정자 ‘비비정(飛飛亭)’에서 따온 것이다. 만경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비비정에서는 예부터 백사장에 내려앉은 기러기떼를 ‘비비낙안(飛飛雁)’이라 부르며 즐겼다고 한다.
이렇듯 전망 좋은 언덕에 위치한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홀에선 젊은 직원들이, 주방에선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환한 웃음으로 반긴다.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하는 비비정마을 주민들이다. 58세부터 81세까지 주방을 책임지는 5명의 어르신들은 ‘할머니셰프’로 불리며 시골의 인심과 손맛을 전한다.
“정부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마을 주민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사업으로 레스토랑을 시작했어요. 입소문이 나면서 평일에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요. 어르신들에겐 할 일이 생기고 젊은이들까지 나서면서 마을도 살아났어요.” 정도순 대표(66)의 얘기다.
메뉴는 버섯전골(1인분 1만2000원)과 홍어탕(1만5000원), 불고기주물럭(1만2000원) 3가지. 모두 푸짐한 한상차림으로 나오는데, 수육·생선구이·잡채에 갖은 나물이 더해진 10여가지의 반찬은 하나같이 맛깔스럽다. 특히 주요리인 버섯전골과 홍어탕이 인기로, 국물이 텁텁하지 않고 칼칼해서 좋다. 멸치·새우·무·마늘 등 12가지 재료를 넣고 매일 육수를 우려내는 것이 비결이다. 홍어탕에는 홍어삼합(홍어무침·돼지고기수육·묵은지)도 함께 나와 톡 쏘는 남도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홍어탕과 홍어무침은 숙성 여부를 선택할 수 있어 삭힌 홍어를 못 먹는 사람도 부담 없다”고 정 대표는 귀띔한다.
대부분의 식재료는 마을에서 직접 재배한 것으로, 화학조미료는 일절 쓰지 않는다. 물조차도 볶은 무말랭이와 옥수수를 넣어 끓이는 등 할머니셰프들의 손길은 음식 하나하나에 고향의 맛을 더한다.
어머니가 차려주는 집밥 같은 음식으로 배를 채운 뒤에는 카페 ‘비비낙안’으로 가보자. 역시 마을에서 운영하는 이 카페에서는 발효차와 커피를 판매한다. 통유리창에 세련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카페는 마을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아 전망이 더 좋다. 만경강 물줄기 뒤로 전주 시가지가 한눈에 펼쳐지는데, 카페 이름처럼 기러기떼가 유유히 내려앉을 것만 같다. 근처의 삼례양수장(등록문화재 제221호)과 폐선된 만경강철교(등록문화재 제579호)는 맛집여행의 덤이다. 비비정 농가레스토랑 ☎063-291-8609, 카페 비비낙안 ☎063-291-8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