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초산에 우는 호와
이지란
초산(楚山)에 우은 화(虎)와 *폐택(폐澤)에 잠긴 용(龍)이
토운생풍(吐雲生風)하여 기세도 장할시고
진(秦)나라 외로운 사슴은 갈 곳 몰라 하노라.
*
♣어구풀이
-초산(楚山) 우는 호(虎) : 초나라 땅에서 일어난 항우(項羽)를 가르킴. 항우는
유방과 더불어 진나라를 멸망시키고 서초(西楚)의 패왕(霸王)이라 자처하였음.
-폐택(폐澤) 에 잠긴 용(龍) : 유방(劉邦)을 가르킴. 유방은 폐(폐)의 사람. 항우
를 범으로 비유했기 때문에 그의 생국인 초나라를 초산(楚山)이라 했고 유방을
용(龍)으로 비유했기 때문에 폐택(폐澤)이라 했던 것이다. 유방은 후에 한(漢)
나라 고조가 됨.
-토운생풍(吐雲生風) : 용은 구름을 토하고 범은 바람을 일으킴을 뜻하는 말.
즉 용이나 범의 활동을 비유한 것임.
-진(秦)나라 : 춘추시대(春秋時代)에 중국 서방에 있던 나라로서 진시황(秦始皇)
에 이르러 천하를 통일하였으나 불과 3대 15년으로 한 고조에게 멸망되었다.
-외로운 사슴 : 진나라 마지막 임금인 자영(子蘡)을 가르키는 말.
♣해설
초장 : 초(楚)에서 일어난 범같이 날래고 사나운 항우(項羽:楚霸王)와 폐(폐)에서
일어난 용같은 유방(劉邦 : 漢高祖)이
중장 : 서로 맞붙어 천하를 휘어잡고자 구름을 토하며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니
그 기세야말로 장관이로구나.
종장 : 이런 와중에 진나라를 잃게 된 자영(子嬰)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구나.
♣감상
이 시조는 기울어져 가는 고려 말엽의 상황을 진(秦)의 멸망 당시의 상황과 견
줌으로써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서의 항우와 유방이 기세등등한 신흥
세력인 이성계 일파를 비유한 것이라면, 항우와 유방의 권력 다툼 사이에 끼어 어
찌할 바를 몰라 하는 진나라 외로운 사슴, 즉 자영은 이성계에 의해 몰락해가는
고려 왕조를 비유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초장과 중장의 기세등등한 이성계
일파의 모습과 종장의 초라한 고려 왕조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나타낸 이 시조는
개국파, 즉 이씨 왕조의 승리를 나타낸 시조라 하겠다.
♣작가소개
이지란(李之蘭, 1331~1402) : 자(字)는 식형(式馨). 고려 말엽의 명장(名將)인데
본디 중국인으로 본성은 퉁(洛)이다. 원(元)나라 말엽에 피난을 나와 여진부락
(女眞部落)에서 눌러 살고 있었다. 활을 잘 쏘며 용맹이 뛰어났으므로 이성계와 친
교가 있어서 그의 부장(部將)이 되어 많은 전공(戰功)을 세웠다. 특히 운봉(雲峯)의
왜적을 무찌를 적에는 크게 공을 세운 바 있었다. 이성계의 창업에 많은 공을 세
웠고 태조가 왕위에 오르자 개국공신으로 벼슬길에 올랐다가 오래지 않아 중이 되
어 불도(佛道)를 닦으며 여생을 마쳤다.
첫댓글 영웅호걸은 간데 없고
감사합니다
무공 김낙범 선생님
댓글 주심에 고맙습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건필하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