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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호·모두모아 147권 여는 글 촛불 이후 | 이중현•4 달팽이 / 달걀 | 김성민•8 오이 / 학꽁치 | 김이삭•10 먼지투성이 민들레는 왕자님을 기다리지 않아 / 초콜릿 퐁듀처럼 | 김자미•12 거미집 / 오도독 | 김현숙•14 봄 숲 / 내 책에는 | 남호섭•16 동무가 되어줄래? / 불만 없음! | 오인태•18 엄마의 가슴에도 / 쥐었다가 놓았다가 | 이성자•20 동화 첫 번째 도미노 | 공진하•22 장수 씨의 불멸 프로젝트 | 오시은•37 응모 동시 장맛비 | 박진형•53 응모 동시를 읽고 응모 동화 응모 동화를 읽고 소설이라는 기본 틀 위에 동화는 있다 | 전경남•73 그림책 심사평 (연작) 길 안 (2) | 장주식•88 변신-2017, 서울 | 한정영•114 특집기획 : 어린이·청소년 문학에서 바라본 여성주의 우리에겐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합니다 | 서한솔 •142 주제가 있는 책꽂이 이야깃거리 ‘가족’ | 편집부•154 과학으로 상상하기 달 이야기 | 정재은•156 창작 수첩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어린이 문학’ 사실은 없다 | 류호선•160 그저, 묵묵히 쓴다 | 최상희•169 번역의 세계 낯선 곳을 꿈꾸며 | 김정하•178 편집 수첩 어린이를 키우는 책, 세상을 바꾸는 어린이 | 천지현 •185 서평 도시에 기억을 입히다 | 정혜원•193 숲에서 꿈을 꾸다 돌아온 보금자리 | 최종규•199 | 저작권 정보 저작권을 침해하면 어떤 처벌을 받는가? | 김하늘•205 삐뚤빼뚤 구름 | 김우현•210 빵점 맞은 날 | 김휘서•211 좋겠다 | 송지후•212 주사기 | 최규림•213 안내 응모 원고를 기다립니다•61 제3회 신인 평론가상 공모 안내•153 ‘어린이 글’을 기다리고 있어요•213 〈어린이와 문학〉운영위원·후원회원•214 〈어린이와 문학〉을 만들어 온 사람들•215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현재는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입니다. 그린 책으로는 『안녕? 한다는 게 그만 어흥!』, 『흥부네 기와집 놀부네 초가집』이 있습니다. 그림 설명 : 토끼와 호랑이가 가을 소풍을 갔습니다. 둘은 좋은 친구 사이입니다. 서로 좋아하는 음식으로 도시락도 쌌지요. 우리도 좋은 사람과 함께 일 년에 한 번뿐인 가을을 즐겨보면 어떨까요. |
창작 수첩|류호선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어린이 문학' 사실은 없다
▷ 작가님의 작품에서 아이들이 겪는 문제와 어려움은 매우 현실적입니다.
그럼에도 밝고 유쾌하고 건강한 캐릭터들을 빚어내시는데요,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작품 속의 ‘어린이 상’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현실 안에서 살아갑니다.
그 현실을 어린이들도 벗어날 수 없거든요. 분단된 현실(「우리들만의 휴전선」, 『담배 피우는 엄마』 시공주니어, 2008), 지역감정(『사투리의 맛』 사계절, 2009), 한 부모 가정(『특별한 지구인』 사계절, 2009) 등을 보면 아이들의 현실이 극명하게 보입니다.
어린이들이라고 항상 놀이공원 속의 인형들처럼 꿈과 환상만 보는 게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꿈과 환상은 어린이들 이야기에는 빠질 수 없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아마 경험하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양치질 안 하면 밤에 세균 괴물이 온다.’라고 하면 아이들은 밤에 정말로 무시무시한 뭔가가 찾아오는 줄 믿어요.
제 첫 작품도 판타지였어요(『은하철도 999의 기적』 시공주니어, 2007). 흔한 지하철이 은하철도 999로 변하면서 우주로 나가는 이야기인데, 초고는 훨씬 더 판타지적인 요소가 강했습니다. 원래 모든 주인공들이 그렇듯이 제 작품 속의 어린이들은 누구나 상처가 있어요. 그리고 그 상처들은 안고 갑니다. 하지만 이 친구들은 모두가 상처가 아물 때까지 때로는 빨간약을 찾기도 하고, 약을 발라줄 누군가를 만나기도 하고, 상처 크기에 맞는 밴드를 붙여가면서 스스로 이겨 내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물론 너무 표면적으로 이런 과정을 드러내면 이야기는 딱 재미없어집니다. 그러니 잘 비비고 버무려서 뻔하고 계몽적이지 않게, 어른들이 잔소리하며 가르치는 게 아닌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게 작가가 할 일 같습니다.
그리고 실제 주인공이 살아 숨 쉬어야 합니다. 지금 당장 이야기 안에서 뛰어나와 현실에서 나와 만난다 하더라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가끔은 글을 쓰다가 주인공이랑 이야기를 합니다. ‘어떻게 할까?’, ‘가고 싶은 거니?’, ‘지금 뭐 먹을래?’(제 책 『사랑방 손님과 아이들』(내인생의책, 2015)에 나온 주인공 옥희는 중간에 닭을 먹고 싶다고 대답을 했거든요.) 물론 이런 작업은 사람 없을 때 해야지 괜히 누구 보는 데서 혼자 저러고 있으면 머리에 꽃만 안 꼽았지 여러분이 생각하는 딱 그 상황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소리 내는 대화가 도움이 됩니다.
류호선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영감을 얻어 아이들을 위해 유쾌하고 따뜻한 글을 쓰고 있다. 지금은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동화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동안 쓴 책으로 『은하철도 999의 기적』, 『사투리의 맛』, 『특별한 지구인』, 『우리 선생님을 돌려주세요』, 『사랑방 손님과 아이들』 등이 있고, 『담배 피우는 엄마』가 초등학교 4학년 교과서에, 『언제나 칭찬』이 초등학교 2학년 교과서에 실려 있다.
창작 수첩|최상희
그저, 묵묵히 쓴다
청소년 시기에 책을 읽는 습관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번 돈으로 책을 사는 어른이 되느냐, 아니냐하는 것이 청소년 시기의 독서에 의해 결정될 수도 있죠. 그래서 청소년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재미있는 책을 쓰자, 선생님이나 부모가 권장하는 책은 쓰지 않겠다, 재미있어서 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책을 쓰자는 것이 포부였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계획은 실패합니다. 우선, 저의 책 중 몇 권이 권장 내지는 추천 도서로 뽑힙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재미가 없습니다.
간혹 학교에 강연을 나갑니다. 그럴 때 저는 제 앞에 앉은 학생들 중에 몇 명이나 자의에 의해 저의 책을 읽었을지 궁금합니다. 한 명 정도는 되려나요. 두 명은 절대 안 될 것 같습니다. 책도 재미없는데 강연은 더 지루해서 작가에게 정나미가 떨어집니다.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청소년 소설과는 안녕입니다. 그렇게 된 데는 제 영향도 조금 있으리라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제 독자는 최대 6년짜리 단기 독자입니다. 그것이 조금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슬픔 축에도 못 낍니다. 최소한 강연장에 앉아 있는 학생들은 권장 도서라도 읽는 아이들입니다. 그나마도 읽지 않는 아이들이 대부분입니다. 당연합니다. 세상에 재미있는 것이 넘치는데 누가 책 따위 읽고 싶을까요. 저만해도 지하철에서 책 대신 휴대폰을 든 지 오래입니다. 부끄럽지만 역시 휴대폰 쪽이 간편하고 재밌습니다. 마치 이세돌과 알파고의 싸움처럼 책은 휴대폰과 힘겨운 승부를 펼치고 있으나 일승은커녕 백전백패의 예감이 듭니다. 패전의 이유는 독자가 아닌 작가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순수 문학에서 장르물이라고 분류되는 판타지와 SF, 추리물 등마저 비교적 관대하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에서 청소년 소설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경계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소재와 주제 또한 무궁무진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쓰다 보니 이내 벽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그 벽은 제가 스스로 차곡차곡 쌓은 것입니다. 저도 몰래 이중 독자, 즉, 아이들에게 책을 권할 어른을 의식합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이야기와 아이들에게 권할 만한 이야기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그런데 둘 다 틀렸습니다. 작가는 원하는 이야기, 듣고 싶은 이야기를 써서는 안 됩니다. 아무도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불편한 이야기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하는 것이 작가의 책임이자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자꾸 잊어버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능력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스로 정한 틀 안에서 너무도 소심한 글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제 가장 큰 고민입니다. 벽을 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넘어야 할지 막막하고 두렵습니다. 오르는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될까 봐, 그것이 가장 두렵습니다.
결국, 묵묵히 계속 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수히 벽에서 굴러떨어지다 보면 굳은살이 박이고 근육도 조금은 생겨나겠죠.
최상희
청소년 소설 『그냥, 컬링』으로 2011년 비룡소 블루픽션상을, 『델 문도』로 2014년 사계절문학상을 수상했다. 『바다, 소녀 혹은 키스』로 2016년 대산창작기금을 받았다. 그 밖에 청소년 소설 『옥탑방 슈퍼스타』, 『명탐정의 아들』, 『칸트의 집』, 『안드로메다의 아이들』 등과 여행서 『다시, 제주』, 『치앙마이 반할지도』, 『북유럽 반할지도』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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