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 카페 외 1편
김명이
입장객을 태우고 달리는 말
못 들어가 안달난 줄 줄 줄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 건
낙마의 쓴맛을 본 자만이 알 수 있다고
산입에 거미줄 치는 건 돌무덤 속 말이 아닌
제 자리에서 고개 들지 않고 풀만 뜯어먹는 양
뜨거운 커피에 덴 목젖을 달래고 식혀 넘기도록
한 발짝도 꿈쩍없이
명성과 영혼을 바꾸지 않는 학자
진실과 대면하는 고흐의 자화상이다
관객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
칸막이 유리 앞에 다가가 행위 예술가가 된다
저것 좀 봐
한 시간 넘게 기다린 양
그제야 별난 구경 다했다는 듯
한 번 고개 쳐들고
한 번 좌우 고개 움직이고
다시 풀을 뜯는다
저 고집으로 유명을 타고 유명을 달리하기도 했다
비가 뿌려져도 묵묵히 할 일 나르는 사람들
목장 카페 치즈는 어떤 맛일까
말 달리자 먼저일까
Nella Fantasia
-언제나 자유로운 영혼들에 대한 꿈을 꿉니다 날아다니는 구름들과 같이*
김명이
창밖은 멀리 계족산행 길이 보일 듯 투명하고 창문을 활짝 열어도 면셔츠 한 겹으로 지낼 수 있을 만큼 포근해 보였다. 십이월의 태양이 한 눈 팔고 싶었나 보다. 간간 흰 돌고래가 튀어나와 버블링 묘기도 한다.
미지근한 바닥에 앉아 돋보기안경을 쓰고 시 몇 편, 소설 몇 쪽 읽는 것이 노동처럼 느껴질 때, 귀를 세우고 찾아 듣는 선율과 음색들, 성악가와 가수의 성대는 각기 다른 음역대를 가진 신의 악기가 되어 음악을 들려준다.
Nella Fantasia~ 사라 브라이트만 조수미 신영옥 김호중 소향 박기영 열풍트롯 신인가수 뜻밖의 유튜브를 반복 재생했다. 노래는 도시가 내게 안겨주는 것이 없어도 나의 침대를 경멸해도 환상의 날개를 펼쳐 비행하게 했다. 그러나 오늘은 차오른 숨이 쉬 꺼지지 않아 늑골을 압박하곤 한다.
그날 내 어깨를 지나 슬픈 오르골을 듣고 뒤돌아선 네 표정은 탕자의 후회처럼 비추었다.
미련이 남은 것은 발작처럼 일어난다. 가수들이 혼신으로 음을 켜서 울리고 뿜어낼 때마다
발현된 통증에 주먹 쥐며 풀기까지 낮고 높게 가볍고 두껍게 회오리쳤다. 습지를 파던 백로 한 마리 물기를 털며 부리를 내밀 듯 고개를 들었다.
그 사이 뿌리들 얼지 말라고 덮어 놓은 자국눈, 바람이 땅을 흔들어 마찰했는지 나무의 팔에 땀이 나고 있다. 네가 불어준 입김일까 곧 영혼도 꿈도 머물러야 할 저녁이 오고, 기도할 시간이 가까워진다고 되뇌었다.
*영화[미션]의 주제곡 가사
----애지사화집 김정웅 외, {북극 항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