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마르형 분화구’의 억새밭= 산굼부리= 국가가 천연기념물로 보호하는 이유가 있네
국가가 천연기념물로 보호하는 이유가 있네" 깊은 분화구 따라 펼쳐진 은빛 억새 물결
타임톡타임톡조회 6492025. 9. 26.
산굼부리 가을 / 사진=비짓제주
가을 제주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끝없이 물결치는 은빛 억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늘 산굼부리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감탄하는 억새밭은 사실, 그저 거대한 비밀을 가리고 있는 화려한 커튼에 불과하다.
산굼부리는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제263호이자, 국내 유일의 마르(Maar)형 분화구로, 그 자체가 살아 있는 지질 교과서다.
국내 유일 ‘마르형 분화구’의 억새밭
산굼부리 / 사진=제주시청 공식블로그
제주에는 360여 개의 오름이 있다. 대부분은 화산재가 쌓여 형성된 분석구(Cinder Cone)지만, 산굼부리는 전혀 다른 태생을 지녔다. 뜨거운 마그마가 지하수와 만나며 발생한 폭발이 지표면을 통째로 날려버리면서 형성된 것이 바로 마르형 분화구다.
그래서 산굼부리는 다른 오름처럼 정상을 오르는 수고가 없다. 나지막한 언덕을 오르면, 발아래로 깊이 132m, 둘레 2km에 달하는 거대한 분화구가 펼쳐진다. 산의 높이보다 분화구가 훨씬 큰, ‘배보다 배꼽이 큰 지형’은 이 격렬했던 탄생의 흔적을 고스란히 증명한다.
산굼부리 억새 / 사진=비짓제주
산굼부리의 진짜 매력은 억새밭을 지나 내려다보는 분화구 내부 생태계다.
북쪽 사면: 붉가시나무, 후박나무 등 난대성 식물
남쪽 사면: 서어나무, 단풍나무 등 온대성 낙엽수
햇빛과 습도의 차이로 분화구 안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식생이 자라나며, 마치 한라산 축소판 같은 생태계를 이룬다.
이 때문에 산굼부리는 ‘분화구 식물원’이라 불리며, 학술적 가치가 높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산굼부리 방문 가이드
산굼부리 돌담길 / 사진=비짓제주
산굼부리는 억새밭을 찍는 포토존을 넘어선다.
수만 년 전 지하 깊숙이 울려 퍼졌던 폭발의 흔적 위에 서서, 가을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를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단순한 관광객이 아니라 지구의 시간을 마주하는 탐험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