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네와의 양양솔비치 여행 <231112-14>
양양솔비치 광장 연못
효성 지극한 딸이 또 우리 부부를 가족여행으로 모셔 2023년 11월12일부터 14일까지 양양의 동해해변을 다녀왔다. 사위가 회사에서 따낸 <양양 솔비치리조트> 이용권이 힘을 더해준 덕분이니 사위의 처부모 사랑도 갸륵하다. 2016년 10월에도 사위 덕으로 그해 6월 막 개장한 <삼척 솔비치리조트> 해변여행을 다녀왔었는데, 당시 한 팔에 안던 3살짜리 손녀가 지금은 태권도 유단자도 딴 10살의 초등학교 3학년이나 됐으니 벌써 7년의 세월이 흘렀다.
2009년 결혼한 딸네와의 가족 해변여행은 참 잦은 편이다. 아내가 건강을 잃었던 몇 년간을 빼고는 2년에 한 번 꼴이다. 2012년 6월 강화도 장화리낙조마을 휴양관, 2014년 5월 안면도 페블비치펜션, 2016년 10월 삼척솔비치리조트, 2019년 10월에 결혼한 아들네 부부도 동행한 2021년 10월 속초아이비콘도의 통일전망대 여행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2016년 <삼척 솔비치>는 동해에서도 경관이 빼어난 삼척 후진해변 언덕 위에 자리 잡고 그리스 <에게> 해안 <산토리니>의 풍광을 연출해 낸 곳이니 그 이국적인 미관에 기막혔었다. 이후 각종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명소로 유명해졌지만. 이번의 양양솔비치도 다시 보니 풍광이 못지않았다.
<솔비치>는 태양이란 뜻 SOL과 해변이란 뜻 BEACH의 합성어로 태양의 해변이라는 의미란다. 양양 솔비치는 콘도미니엄의 건물 이름들이 별장이란 뜻의 <이스탄샤>, 귀족이란 뜻의 <노블리>, 대저택이란 뜻의 <빨라시오> 등으로 붙여졌고, 이 건물들이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말라가 항구 Costa del Sol 주변건축을 모티브로 해 적색 지붕과 하얀색 외벽 그리고 넓은 창가와 테라스를 특징적으로 나타내 준다고 설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퇴직 후 2011년부터 2020년 사이 10년 동안 농사를 같이 짓던 농우들끼리도 2013년에 한 번 왔었지만, 밤중에 도착해 수산항 횟집에서 잔뜩 술 먹고 작취미성 상태에서 해변을 산책했기에 당시엔 놓쳤던 사실이다.
2016년엔 어린 손녀에 맞는 리조트 수영장이나 스위트룸 등을 딸네가 즐기는 동안, 우리 부부는 삼척 죽서루와 일미 집을 다녀오는 별도의 시간을 가졌던 것인데, 이번엔 한 참 자란 손녀를 위해 내가 계획한 이벤트가 성공적이어서 즐거웠다. 둘째 날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를 태워 줘 설악산의 그 위용을 보여줘 훗날 더 커서 설악산을 등산하게 되는 날, 이날을 추억으로 남겨 줄 수 있었고, 좀 와일드하지만 낭만적일 수 있는 해변 송림의 연수원 통나무 방갈로에서 잠자게 해주고 그 시설의 식당에서 조촐하지만 맛난 아침을 먹는 색다른 경험을 가지게 해 준 것이다.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인 먹방 명소식당 찾기의 하나로, 딸네가 찾아간 인제 현리의 손두부 전문 <고향집>에 가던 날은 식재료가 떨어질 정도로 줄서던 인파가 헛고생을 하는 꼴을 보고 단념했었는데, 귀경 길에는 다행이도 우리 순서 10여 분 뒤 식재료가 떨어지는 난감 지경을 모면하면서 간신히 그 집 일미를 즐길 수 있었던 행운?을 가진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평시에 늘 우리 부부 식단을 지가 책임지려 애쓰며 갖은 식재료를 보내오는 딸의 정성이 부담이었는데, 이번 여행길에 딸네가 찾아보려 했던 양양지역 해변의 <38횟집>이 마침 내가 아는 곳이어서, 때마침 시작된 대방어철이라, 스페셜 모듬회에 방어를 곁들이는 일미를 포식하게 해 줄 수 있어 우리 부부에겐 보람 있는 큰 즐거움이었다.
세 살 적 손녀와는 천양지차로 달리 열 살배기로 성장한 손녀가 여행 내내 곳곳에서 사교적이며 지혜를 발휘하는 믿음직스러워지기까지 한 모습을 보는 것도 노년의 즐거움이었지만, 이런 저런 일에서 제 엄마와 다투다 울어버리는 모습도 커가는 모습이려니 대견하기만 했다.
잠시 차창에 방울 맺히던 비가 개이면서, 내내 전형적인 가을 하늘을 보여준 날씨에도 참으로 감사했다. 7년 전 <삼척 솔비치> 여행의 후기에서는 내 어린 시절 그 해변에서 있었던 추억담을 비중 크게 담았던 것이었다면, 이번엔 그저 이번 여행의 일정에 충실한 후기가 된 것도 맘에 든다. ♣♣
◐ 11월12일
11월12일 출발 당일은 일요일. 지방 가는 교통사정은 여유 있을 것이라 11시경에 나선다. 딸네가 와서 주차해 두고, 아침 일찍 연료를 가득 채워둔 여행에 편한 내 산타페를 사위가 운전해 간다. 2~3년 전만 해도 운전대를 양보하지 않을 나였지만, 요즘 들어 쉬이 피곤해져 부담되는 장거리 운전을 대학시절부터 베테랑인 사위에게 맡기니 여간 편한 게 아니다. 사위가 도중에 점심할 요량에“아버님 춘천쯤에 닭갈비 잘 하는 식당 아시냐?”묻는다. 지난 9월 의암호 드름산 등산길의 남춘천역 <남춘천 명가>를 추천했더니, 춘천은 좀 이르고 인제 쯤이 좋겠다며 지네들이 이미 점찍어둔 인제의 순두부집으로 향한다. tvN 방영프로 <콩콩팥팥> 팀들이 기막힌 맛집이라고 소개한 뒤 떠들썩해진 <고향집>이다.
예상대로 차도까지 줄지어 댄 자가용 손님들로 미어터져 1시간 가까이 대기해야 한다더니 이내 식재료가 떨어져 오늘 영업 중지란다. 기린면 소재지 현리로 나가 <현리닭갈비> 집에서 생각보다 괜찮은 맛으로 점심을 한다.
자가용 가득 찬 고향집 기린면의 현리닭갈비 위치와 이집의 닭갈비
<현리>란 지명은 가평과 양구에도 있듯이 대한민국 곳곳에 널려있다. 이곳 현리는 천지가 들꽃으로 아름다워 천상의 낙원으로 유명한 고원지대 곰배령을 품에 안은 백두대간 길 점봉산 서남 자락을 싸고도는 기린면의 면사무소가 위치하는 중심지다. 군단사령부가 위치하는 요충지기도 한 이곳은 여러 번 드나들어 익숙하다. 1980년도 중반 군무로도 들렸고, 2000년대 초반 백두대간 종주 길에 한계령 쪽이 막혀 폭설에 덮인 점봉산 곰배령으로 내려오며 끝없이 길고 긴 진동리 계곡 눈길에 진저리를 쳤던 곳이기도 하다.
옛날 정감록에 환란을 피해 편히 살 수 있는 7 곳, 즉 살둔-월둔-달둔의 둔덕과, 아침가리-적가리-연가리-명지가리의 작은 평지를 말하는 삼둔 사가리가 바로 이곳 방태산 자락 남북에 자리한다. 그래선지 실제로 6.25 때 남침 북괴군도 이곳은 발걸음하지 못했다고 알려진 비경을 자랑한다. 이곳에 차 향기 그윽한 산장이 들어서며 오지(奧地) 산행객들을 통해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도 그닥 오래지 않다.
방태산 휴양림 통나무집에서 1박하고 방태산으로 올라 능선에 무진장 피어있던 얼러지 꽃을 따다 나물을 해먹기도 했고, 친구와 자전거로 강원도준령 넘기를 하며 진부에서 운두령-구룡령-조침령을 넘어 진동삼거리에서 방태천 상류 점봉산 아래 곰배령길을 왕복하고 내려오던 방태천 진동계곡 길에서 조경동 아침가리와 적가리 등을 일견했던 것이 2014년 9월의 일이다.
조침령 넘기와 점봉산입구(9년전) 140917-0012.13/097,0028 방태천 진동계곡과 현리교 진방삼거 라이딩(9년전) 140917-129, 138
1박했던 구룡령 아래 미천골에서 아침 먹고 조침령을 넘어와 인제를 향하는 도중 점심을 먹었던 곳이 바로 기린면 읍내이다. 방태천이 내린천으로 흘러드는 현리교 진방삼거리엔 황기백숙이 유명했었지만 부담스러워 지나쳤고, 콩나물 해장국을 기차게 맛있게 먹었던 곳이 시외버스터미널 뒤편 화단이 예뻐 정갈했던 서울식당이다. 내 블로그 <빛 곧 그림자>의 ‘자전거로 만난 맛집들’강원도 편에 올렸던 곳이기도 하다.
기린면 서울식당(9년전) 140917-142
그 식당을 찾으니 자리를 옮겼고 모습도 초라해졌다. 그래서 맞은 편 현2리 경노당 근처 <현리 닭갈비>로 간 것인데, 우리 손녀가 식당 안주인의 아기 딸을 너무 귀여워 해주자, 콜라도 서비스로 주고, 뒷마당의 예쁜 고양이도 보여주고 해서, 손녀에겐 예쁜 여행추억을 하나 선물한 듯 해 즐거웠다.
그런데 심산유곡이었던 내린천 골짜기에 서울양양고속도로의 인제IC가 생긴 것이다. 고속도로가 방태천의 사가리 공중 허리를 냅다 가로 지르고 사가리 입구 <고향집> 식당에 자가용들이 장사진을 펼치는 것이다. 천상의 화원과 맛집의 접근성이 좋아진 게 일반인들에게 편해진 건진 모르겠지만 그윽한 강원도 산골 맛은 고속도로 속도만큼이나 멀리 그리고 빨리 사라져 버린 것이리라! 아! 옛날이어!
내린천-방태천의 인제IC
기린에서 오늘 목적지 쏠비치양양리조트까지는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자전거로 가파르게 넘으며 공사 중인 모습을 보던 서울양양고속도로가 백두대간 길의 새들도 잠자고 간다는 조침령을 단숨에 꿰뚫어버렸기 때문이다.
조침령 오르막 양양고속도로 공사현장 (9년전) 140917-0003.04
10년 전에 들렸던 기억 속 양양 솔비치리조트의 풍경이 하나 둘 현실에서 살아난다, 아~!이랬었지. 웅장한 성채(城砦) 풍의 호텔 시설에선 노래방도 이용했었지! 숙소는 <이스탄샤> A동(棟). 돌아와 후기 쓰며 확인하니 10년 전에도 같은 A동 건물이었다. 하~ 내 기억 좀 봐라! 바로 알았으면 더 감개무량했을 것을~.
쏠비치 호텔 (지금과 10년전) 130424-0067 불야성 호텔과 내부 노래방 입구(10년전 ) 130424-0084/68 숙소 <이스탄샤> (지금과 10년 전) 130424-0065
아내와 딸네가 짐을 풀고 쉬는 동안 마음 급하게 해변 정찰(?)에 나선다. 서울보다는 높은 기온이지만 저녁녘 바람이 스산해 옷깃을 잔뜩 여민다. 서울에서처럼 새벽 맨발산책을 백사장에서 어떻게 할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군사보안 사정으로 아침 9시 이후에나 개방된다니, 습관이 된 새벽 걷기는 양보하고 아침을 먹고 나서야 나서야 할 모양이다.
해변 산책로와 바다
해변에는 축소판 대왕암 같은 바위섬과 암초들이 동해의 운치를 한껏 더해준다. 해변 산책로의 안내판이 솔비치가 태양의 해변임을 알려주고, 그 산책로는 스페인의 가우디 구엘 공원을 따 온 것이라 했다. 채색 모자이크 돌담 벤치가 그런 이미지를 보여주는 모양이다. 해변에서 보는 리조트 건물들이 더 예술적이다. 10년 전의 사진과 비교하니 별반 다르지 않은데. 그새 이 해변의 아름다움을 잊고 있었던 것인가? 숙소에서 해변을 오가는 길이 급한 계단인 게 흠인데, 남쪽 숲길이 나무와 구들장 돌로 꾸며져 완만한데, 길옆에 줄지어선 금속 판형 조각들이 스페인어로 돼 있어 잘은 모르겠지만 동키호테의 스토리를 형상화한 걸로 보인다. 별장 풍 콘도들이 베란다처럼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광장엔, 삼척 솔비치가 폰드(인공연못) 물결 위로 흰색 종탑이 있었다면, 양양 솔비치는 수평선으로 이어지는 수면 위에 붉은 돛배가 띄워져 남유럽 바다 풍경의 정취를 그려낸다. 해변과 사이 오션플레이의 쪽빛 옥외 풀장은 그대로 그림이고.
중앙광장 돛배와 옥외풀장 바다풍경
푸짐한 닭갈비 점심과 잦은 차중 간식으로 배가 더부룩해 컵라면으로 때운 객실의 저녁이 일미다. 점심을 먹으려던 인제 고향집 콩콩팥팥 팀 방문기가 마침 TV에서 재방송돼 흥미롭게 보고, 손녀는 침대 방에서 노트북을 끼고 좋아하는 U tube 게시물 보기에 삼매경이다. 여로의 저녁이 평화롭다.
저녁의 숙소 안
우리 부부에게 침대 방을 내주고 온돌방으로 내려 앉은 딸네가 안쓰럽지만, 닳아빠진 무릎들이 염치가 없다. ♣
◐ 11월13일
새벽 같이 일출이나 보려 아내와 해변으로 나간다. 5시면 맨발걷기에 나서길 지난 8월7일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은 터라 어렵지 않고 습관적이다. 내일 모레이면 100일째인데 이를 앞두고 오늘 98회 내일이 99회를 거르게 되나 걱정했다가 오히려 맨발산책의 최적 조건인 백사장을 이용하게 되다니, 100일 기도의 효험이 큰데, 무사히 지성(至誠)의 100일 맨발산책을 이룰 수 있게 된 것도 이번 여행의 백미(白眉)가 될 모양이다. 혹시나 하고 다가간 백사장은 규정대로 출입문이 잠겨있다. 일출 전 여명에도 스페인 풍 해변 풍경은 채색 모자이크 벤치와 어울려 화려하다. 건물수평선에 맞닿은 구름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뜨는 일출이 더 멋지다더니 과연 그렇다. 일출과 조양(朝陽)에 돋보이는 리조트 풍경을 음미한 1시간여의 아침 산책, 추워서 옷깃을 세웠지만 딸네의 사랑과 함께 가슴엔 따사롭게 남을 것이다.
산책길 일출과 풍경과
7시 반부터 시작하는 아침식사는 호텔 <쉐프스키친>의 뷔페식으로 요리조리 맛있게 잔뜩 먹었다. 부부는 바로 백사장 맨발 걷기로 나가고 딸이 곧 뒤따랐고, 사위와 손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나왔다. 젖은 백사장이 맨발산책에 최고 효과가 있다지만 발 시림을 참아내기가 만만치 않다. 귀로는 철썩이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이마로는 솟아오른 아침 햇살을 받으니 진짜 <힐링>이란 게 이 이상 더 있을까? 싶다. 아름다운 바다와 별장들을 배경으로 다정한 모녀와 부부의 사진을 그림처럼 담아내니 더 부러울 것도 없고.
맨발의 백사장
딸이 손녀에 먼저 간 사이에 부부는 평소처럼 1시간 반 가까운 맨발산책을 마치고 중앙광장으로 올랐더니 다람쥐처럼 동작이 잽싼 손녀가 우리를 찾아 해변으로 내려가 있다. 불렀더니 순식간에 나타난다. 발레에 태권도까지 마스터 중인 손녀인지라 우리 중 체력이 최고일 것이다. 가족기념사진 촬영에 들어간다. 11시에 체크아웃이니 바쁘다. 그림과 사진 구도 잡기 좀 한다는 내가 다른 일행들 촬영 봉사에 바빠 좀 늦었지만 멋진 앵글을 잡아보려는 내 고집이 심하다. 나름 작품을 건진 듯하지만.
가족사진
7년 전 세 살이던 삼척솔비치에서의 손녀가 이리 자라다니!! 161005-48 46
다음 일정은 내가 추진한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 타기다. 우리 딸과 아들 때도 시도했었지만 장사진을 이룬 관광객들에 치어 번번이 실패했던 터였다. 이번에 10분 정도만 기다려 바로 성공이다. 손녀에게는 꼭 기회를 주고 싶었는데 정말 다행이다. 등산도 해야 한다는 손녀에게는 케이블카 종점에서 전망대까지 짧지 않은 계단 길이 기다렸고, 도중 지척의 숲에서 야생의 산양까지 볼 수 있는 행운까지 주어졌다. 평소 높은 곳을 얄망스럽게 오르내리던 손녀는 정장 설악산 정상 대청봉이 마주보이는 전망대 암장 길에선 벼랑쪽으로는 가지 않고 몸을 사리며 무서움을 탈 줄도 안다. 나름 위기에 대처하는 자가 안보의식도 잘 무장돼 있는 듯해 앞으로 일생의 행보에도 안심하게 된다.^^ 물론 평소 운동에 등한시하는 편인 딸과 사위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니 내 기획이 보람 있었다 싶어 흐뭇했다. 케이블카를 내려서 마시는 카페라떼의 맛이 참 달다. 손녀에게 사준 길쭉한 꿀호떡과 꿀빵을 차중에서 나눠먹으며 양양낙산사 관광은 생략하고, 솔비치와 하조대 사이에 위치한 오늘 이튿날 숙소인 내 연고의 연수원시설로 향한다.
케이블카 타기 뜻밖의 횡재 산양 만나기 권금성 전망대에서 권금성에서 내려온 후의 차 한 잔씩의 여유를
해변 송림 사이에 늘어선 숙소는 통나무 방갈로로서 주방도 침대도 없지만 욕실과 난방시설과 별도의 식당이 구비돼 불편함은 견딜만하다, 무엇보다 어린 손녀에겐 색다른 여행 숙박의 경험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조심스럽게 준비한 것인데 대체로 만족하는 듯해 다행이었다.
오래 비었던 방바닥을 온열로 덥힌 뒤 기사문항의 38횟집으로 안내해 간다. 2011년 9월 회사동기생들을 리드해 설악산 공룡능선을 종주한 이후 들려 코 삐뚤어지게 취하며 즐겼던 추억의 명물 횟집이지만, 12년 만이어선지 조금 길을 돌아서 찾아 들 수 있었다.
설악산 공룡능선 종주 (12년전) 110920-0729 38횟집에서의 회식 (12년전) 110920-영상
주인장에게 요즘 철에 어떤 생선이 좋은지 어떻게 먹으면 좋은지 물어보다 잡어회를 시키니 썩 맘에 들지 않는다. 마침 겨울철의 백미 대방어도 나온다니 방어를 중심으로 스페셜 모듬를회를 시켰다.(5인분 23만원) 참치 연어 광어새꼬시 성대 전복 해삼 멍게 소라 성게알 가리비 문어 낙지 무늬오징어 새우 등등 다 알려줘도 기억 못할 종류의 해물을 중심으로 나온 곁가지 요리만 한상 가득이다. 요령을 아니 전채는 맛만 보고 이어 나온 메인 디쉬에 집중한다. 중간에 3가지 부위별 대방어가 놓이고 주변으로 뱃살 중심의 광어와 도미를 멋지게 차린 메인 디쉬에는 정성이 가득하다. 이번 여행의 목표지로 이곳을 택했던 딸네는 환성을 지르며 만족해한다. 양이 엄청나지만 자칭 회 귀신이란 사위가 실력을 발휘하고, 어린이는 무얼 줄까 하고 염려하던 주인아주머니가 손녀도 회 잘 먹는다 하니 신기해하며 더 잘 차려주며, 방어는 추가로 얼마든지 더 줄 테니 잘 드시라 한다. 정말 실컷 맛있게 먹으며, 혹시나 하며 추가로 부탁한 방어회가 메인 디쉬 때보다 더 많은 양으로 나온다. 정말 배터지게 먹었다. 뒤따르는 매운탕과 밥도 마다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날의 38횟집 대방어 파티
평소 단골들인 연수원 방문객이라며 귀띔예약을 했던 것이 친절하고 후한 대접을 받는데 한몫 한듯했고, 이 집을 여행목표로 세웠던 딸네들이 사정을 눈치 채고 더 고마워 하니, 내 체면도 선 듯해 흐뭇했다. ♣
◐ 11월14일
이곳 해변은 다행히 백사장이 통제지역과 개방지역으로 나뉘어 새벽에도 개방지역 모래밭 맨발산책이 가능해, 부부는 평소의 새벽 5시보다는 좀 늦게 일출시간에 맞추어 해변으로 나섰고, 07시 이후는 일출을 보도록 파도치는 해안까지 개방돼 완전한 백사장 맨발(접지가 되도록 구멍 낸 양말)산책을 소중하게 즐길 수 있었다.
하조대 북쪽 해변의 맨발산책
식당에서 아침을 먹은 후는 딸네도 함께 동해의 아름다운 아침을 즐기면서 추억으로 남길 사진들을 촬영한다. 신나 하는 손녀를 보니 행복했고.
해변의 딸네
이제 동해를 떠난다. 이곳 시장에 들리고 싶다는 아내의 뜻에 검색을 하니 마침 14일이 4일. 9일 양양의 장날이다. 기막히다. 양양전통시장을 찾으니 남대천 둑방에는 난전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고. 오는 30일 김장을 담글 예정인 아내는 싱싱하고 싸다며 쪽파와 생강을 사둔다.
원래 장터에는 신기한 것들이 많다. 전을 부치거나 고기를 구어먹기에 안성마춤이 무쇠 솥두껑 프라이팬(?)도 있고 아이디어 백출인 살림도구들도 즐비하다. 손녀와 돌아보는 중 눈에 띄는 금속공예품들이 있어 무얼 가지고 싶냐 해 금빛 찬란한 알라딘의 램프를 사주었는데 이게 난리를 불렀다. 제 엄마(우리 딸)가 그걸 왜 사달라느냐? 지금도 사달래 해서 사주면 한 번 보고는 처박아두어 방에 가득한데 또 그러냐 한다. 아니 할아버지가 먼저 사주겠다고 했는데 왜 그러냐 했지만, 종국에 모녀 지간에 전쟁이 일어나고 중간의 내가 머쓱해진다. 사위 보고 나 보고 모두 아정이 편이고 자기편은 없다며 눈물 글썽이며 전통시장 쪽으로 사라지고~. 사위가 달래려고 찾아 나서고 손녀 아정이도 덩달아 눈물을 그렁거린다. 제 엄마 올 때까지 꼼짝도 않고 있다. 결국 사위가 찾아오고 손녀가 제 엄마에게 미안하다 하고, 사위가 아정이에게 이번 할아버지 선물은 팽개치지 않고 잘 활용하는 방향으로 같이 연구하자고 하며 전란은 진정됐다 그 난리 통에 딸이 사려던 솥두껑 프라이팬은 서울로 향지 못하게 된다, 내가 사주려 해도 빈정 상한 딸의 마음을 달래지 못했다.
양양전통시장과 집에 가져간 알라딘 램프
그러나 이 난리는 귀경 길에 다시 찾아간 인제 손두부 맛집 <고향집>에서 두부구이와 콩비지찌개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행운을 거머쥐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눈 녹듯 사라지고 만다. 참 가족이란~~^^
손두부 맛집 고향식당
2박3일 딸네와의 가족 여행! 딸의 효심이 지나쳐 내심 부담되고 귀찮았던 나는, 딸 사위의 정성을 무시한다며 아내로부터 잔뜩 핀잔도 받았었는데, 하고 보니 참 좋았다는 생각이다. 이곳저곳 쏘다니지 않고 편안한 잠자리에 맛깔진 식당, 1-2개의 간단명료한 이벤트. 그래서 피곤하지 않고 담백한 힐링 가능한 편한 여행이었던 덕분일 게다. 특히 출발 때부터 어린이 소풍가듯 들뜬 듯 했던 아내가 참 즐거워했던 여행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내 기획에 의한 설악산 케이블카 타기와 송림 해변의 방갈로 숙박, 그리고 대방어 파티가 한 몫을 했다는 자부감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
이젠 정말 이성이고 감성이고 판단력 흐리기 이를 데 없는 한물 간 노인인가 보다. 더 이상 고집 부리지 말고, 나의 2세들이 하자는 대로 할 터이다. 늘그막에 교훈 하나 더 받으며 끝낸 2023년 11월의 동해 여행에 대해 하느님과 딸네에게 감사드린다. 무슨 표어 같지만 “계속되는 딸래미-사위의 효도여행! 건강해서 보답하자!” ^^
첫날의 객실 0050 저녁 먹은 식당 0051 콘도로 돌아오는 길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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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딹래미-사위의 효도여행 ♡ 건강해서 보답하자 ♡
사진 다 보려면
♧ 딸네와의 양양솔비치 여행 <231112-14> (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