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추석 직전 의미와 해석을 달리할 수 있는 두 가지 행보를 보였다. 민주통합당의 절대적 지역기반인 광주를 방문해서는 ‘사과’를 했고, 고 노무현 대통령의 묘소가 이는 봉하마을에 가서는 ‘성묘’를 했다.
문재인, 광주에서 ‘사과정치’ 뼈아픈 속사정
문 후보는 지난 27일 광주ㆍ전남 핵심 당직자 간담회에서 참여정부의 ‘호남 홀대론’에 대해 입을 열었다. “참여정부가 호남에 드린 서운함도 잘 알고 있다”고 운을 뗀 뒤 “참여정부는 지나갔지만 이제 제가 참여정부를 계승해야 하는 입장이므로 제가 그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도 잘 안다. 참으로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2003년 11월11일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한 의원 40명으로 열린우리당을 창당해 분당을 추진했던 일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문 후보는 “그 일이 참여정부의 큰 과오였다”며 “호남에 상처를 안겨줬고 참여정부의 개혁역량을 크게 떨어뜨렸다. 제가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사과정치’ 배경에는 뼈아픈 속사정이 있다. 민주당 후보라면 당연히 수중에 들어와야 할 호남지역이 문 후보가 아닌 무소속 후보에게 쏠려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안철수-문재인-박근혜 다자대결에서 광주ㆍ전남ㆍ전북 대선후보 지지율은 안철수 44%, 문재인 30%, 박근혜 10%였다.
‘안방 호남’에서 민주당 후보가 밀리는 초유의 현상
안철수-박근혜 양자구도에서 안 후보는 75.1%의 지지율을 보였으나, 문 후보는 박 후보와의 대결에서 안 후보 보다 낮는 72.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야권 단일 후보 선호도에 있어서도 안 후보(53.9%)가 문 후보(35.8)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신문인 전남일보의 조사결과도 이와 비슷하다. 25일 조사결과에 의하면 다자대결에서 안 후보(53.5%)가 문 후보(36%)와 박 후보(10.5%)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호남지역은 민주통합당의 ‘둥지’나 다름없다. 그런 호남에서 무소속 후보의 지지율이 더 높게 나타나는 초유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 야권 성향의 안 후보를 ‘호남 패권당 후보’로 보려는 정서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호남 둥지’에 안철수라는 뻐꾸기 알, 이거 어쩌나?
‘안철수 지지율’은 마치 민주통합당이라는 남의 둥지에 슬쩍 알을 낳은 뻐꾸기와 흡사한 형국이다. 문 후보의 ‘사과정치’는 안 후보의 호남지지율이 이대로 굳어질 것을 우려한 대처 전략일 것이다. ‘호남 둥지’에 자리 잢은 ‘뻐꾸기알’을 몰아내야할 필요성이 문 후보에게 절실한 과제로 떠올랐다.
PK출신으로 호남지역기반 정당인 민주당 후보가 됐다는 점에서 문 후보는 2002년의 노무현 후보와 많이 닮아있다.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발표가 있기 8일 전인 2002년 11월 16일의 여론조사 결과는 이회창 36.1%, 노무현 22.4%, 정몽준 21.7%였다. 노무현, 정몽준 두 후보의 호남지역 지지율은 노 후보(42.8%)가 정 후보(22.6%)로 크게 앞섰다.
결국 호남지역에서 지지율 우위를 보인 노 후보가 역전에 성공해 당선이 된다. 주목해야 할 게 있다. 호남지역에서 안철수 후보 지지율이 2002년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을 웃돌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후보이면서도 호남에서 열세를 보이는 기현상이 추석연휴를 앞둔 문 후보의 발길을 광주로 향하도록 재촉한 것이다.
봉하에서는 ‘성묘정치’, 집토끼 결속 다지려는 포석
‘광주 사과’ 이후 추석 당일 문 후보는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국회의원 등 정치권 인사의 동행 없이 ‘나홀로 참배’를 택했다. 문 캠프의 진 대변인은 “문 후보가 명절을 맞아 성묘하듯 참배를 했다”고 설명했다.
‘나홀로 참배’는 개인적인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층에게 정서적 동질감을 호소함으로써 다시 한번 ‘집토끼’의 결속을 이끌어 내려는 게 목적일 것이다.
‘집토끼’ 단속은 참배이후까지 이어졌다. 삼랑진읍에서 노 전 대통령의 대부였던 송기인 신부를 예방하고 오찬을 함께 했다.
안-‘호남 굳히기’, 문-‘호남탈환’, 단일화 승부 여기서 결정 날 듯
문 후보가 보여준 행보를 보면 향후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가 대략 그려진다. 호남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면서, 노무현 지지층의 결속을 다져 안 후보와의 단일화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안방’을 차지하는 게 주인이다. ‘안방’을 잃으면 그 집을 송두리째 내어 주는 꼴이 된다. 민주당의 ‘안방’은 호남이다. 호남을 잃고는 야권단일화의 승자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안 후보의 ‘호남 굳히기’와 문 후보의 ‘호남 탈환’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단일화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출처 http://v.daum.net/link/34757809?&CT=C_P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