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남편은 58세가 되었습니다.
제 나이 열다섯에 남편은 스물둘에 서로 알게 되었으니
반평생도 넘게 함께 알아 가면서 살고 있지요.
본래 남편쪽은 생일을 잘 안 챙기는 집안 입니다.
결혼하고 몇년후에 친정 엄마가 제가 살던 여주로 이사를 오시면서
어느해 제 생일을 챙겨주고 시댁식구들을 초대 했는데 딸 생일을 챙겨 주는 것을
참으로 희얀하게 생각을 하시며 별꼴이다 라고 까지 생각하시는 것 같았지요.
물론 남편도 좀 비슷했습니다.
반대로 우리친정은 달랐습니다.
생일을 크게 생각을 해서 정말 가난했을때도 생일만은 꼭 챙겨서 떡이라도
해 주는 쪽이죠
이렇게 생각과 문화의 차이가 극심한 두 집안에서 만나 매해 생일마다
여러가지 에피소드도 참 많았습니다.
시집살이를 할적에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버지의 생신을 챙겨 드리러 가야하는데,
시댁에서는 그것을 이해 못하니 제가 유난스럽게 생각이 되고
저는 못 챙겨 드리는 것이 섭섭하여 울고 불고 난리를 치고......
하여튼 그렇게 남편과 결혼하여 사는 세월만 30년이 되었는데
이제 남편은 생각이 우리 친정쪽으로 많이 변해서 생일에 많은 의미를 두게 되었고
저는 반대로 생일 그 뭐 별것도 아닌데 이렇게 반반씩 생각이 희석 된 거지요.
그렇게 별것 아닌 생일로 생각하던 남편이 올해는 유난스레 생일타령을 했습니다.
올해 생일에 뭐를 해 먹자느니 누구누구를 초대 하자느니 아들도 언제 오냐느니......
이 날은 첫번째 생일초대로 교회목사님과 한샘이네 가정을 초대 한 것입니다.
무엇을 해 드릴까 했더니 며칠전부터 남편이 수육에 보쌈 타령~
제가 뭐던지 잘 하는 편인데 이 보쌈은 잘 안되어서 실패를 하는 바람에
급하게 읍내에 가서 족발에 따라 오는 보쌈으로 대신 했습니다.
목사님댁 아기 슬기가 첫 나들이를 했구요.
집이 완성 되어 가는 과정이 궁금들 하다고 해서 겸사겸사 차린 생일상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집 모양을 지켜 보셨던 분들이라 감개가 무량하고 되어진 집 모양에
많이들 감탄하셧지요.
이것은 어제 금요일
이번에는 가까이 지내는 분들을 초대하자고 했습니다.
뭐 별로 해 드릴만한게 없고 아직은 집도 어수선해서 올해는 그냥 넘어 가자고 했더니
남편은 계속 밥만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합니다.
다른집 남자들도 그러는지 몰라도 그냥 밥만하면 다 되는 줄 압니다.
그러고는 이 양반도 전화해라 저 양반도 전화해라 합니다.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춘천, 충주, 원주, 태백, 정선, 제천......
보통이 한시간 거리에 도 경계를 넘고 넘어 오는 이도 있는데
밥만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처음에 밥만 하라던 남편은 일을 하면서 말합니다.
<거 편육이 맛있던데 그거나 좀 삶지~>
조금 있다가
< 송어 초밥도 쫄깃하니 맛있던데 그것도 좀 하지~>
또 조금 있다가
<암반도 새로 생겼는데 육수내서 칼국수도 좀 하지
집에서 칼국수 한것 다들 좋아하잖아~>
<잡채는 하기 어려운가? 여자들이 좋아 하잖아......>
남편은 천장에 드릴로 작업을 하면서 안그러듯 계속 주문을 합니다.
그렇게 말해 놓고는 손님 초대한 오후 다섯시가 다 되도록
부엌 천장을 루바로 마감하고 있었습니다.
루바 조각들을 집어 올려 주어야 하니 저도 꼼짝도 못하고 옆에서 심부름 중.
부엌에서 저러고 있으니 뭐를 할 수가 있나
어지간한 인원은 한시간 여유만 있으면 뚝딱 차려내는 나 이기는 하지만
약간의 조바심이 생깁니다.
아무튼지 그 사이 잠깐씩 짬을 내어 편육을 삶고 무채를 무치고,
송어초밥을 완성했습니다.
우리지역에는 송어양식장이 마을마다 있습니다.
송어는 산천어로 맑은 샘물을 낀 양식장에서 자라기 때문에
쫄깃하고 색깔이 정말 예쁘죠
그런 곳에서 송어만 사 가지고 와서는 밥을 좀 꼬딜면서 쫄깃하게 해서
약간의 소금과 식초 설탕만 넣어서 조그맣게 주물러 위에 겨자를 조금씩 놓고
회만 올리면 되니까 아주 쉬운데 모양이 그럴 듯해서 요리처럼 보입니다.
잡채는 마음만 먹으면 금방 뚝딱 이구요.
아직 초대된 인원이 다 안 오셔서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남자분들이
먼저 드시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둥근상에 일곱분이나 앉게 되었습니다.
물론 음식은 계속 리필해 드렸지요.
이쪽상은 여자들 넷이 널널하게 먹고 저쪽은 남자들 일곱이 옹기종기.......
밥그릇 놓을 곳도 없어서 들고 드시고~
행복한 사람님 댁은 일 끝나고 오시느라 좀 늦었는데
독상을 받으셨습니다.
다시 2차 음식들이 나왔습니다.
암반에다 얼른 국수를 밀어 미리 해 놓은 육수에 넣어 먹었지요.
우리는 자주 칼국수를 해 먹어서 이번에 부엌을 만들면서 딱 국수 밀기 좋은
자리도 만들었습니다.
이 암반은 정선의 존철씨가 선물해 주었는데 정말 좋습니다.
국수 10인분 미는 것 일도 아닙니다.
그야말로 작업 할 수 있는 조건이 주어지니 뚝딱하고 일을 할 수 있는 거지요.
고명은 없지만 일단 칼국수 완성~
아드리아나님이 해물을 넣고 전을 부쳐 오셨습니다.
또 먹고~
이 김치는 저희엄마식 백김치인데 백김치 담는 것과 똑같이 하는데
고추가루만 자루에 넣어 그 물을 걸러 넣는 방식인데 아주 시원합니다.
회가 좀 남아서 행복한 사람님이 이번에는 회무침을 해 주십니다.
또 다 먹고 ~
과일 한접시 또 뚝딱 먹고~
새로 만든 차들 맛 보느라 또 몇잔씩 마시고 ~
배가 불러 모두들 안고 있겠생겼다고 야단입니다.
그렇다고 생일케잌을 안 자를수는 없겠지요.
원주에 사는 친구가 케잌을 사 왔네요.
케잌은 언제나 우리들의 기분을 엎 시켜 주지요.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오늘 시간이 맞아 초대 되신 분들은 행복한 사람님 내외분
희망님, 강선생님, 경애내외, 오랫만에 존철씨 그리고 아라리아자씨 내외분
묵산님 내외분 등입니다.
남편 너무 좋아서 얼굴이 싱글벙글~
남편만큼 친구 좋아 하는 사람도 드물겁니다.
신혼적에 산속에다 1평짜리 초가를 직접 짓고 염소를 키우며 살았는데
그 방에도 친구들을 데려다가 밤새 이야기 하며 놀곤 했었지요.
술 마시는 사람들은 술이나 마신다고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술도 안 마시면서 무얼 하느라 밤을 새며 놓았었는지
지금 생각하니 참 희얀하기까지 합니다.
이번 생일에는 꽃선물도 받았습니다.
생일에 꽃 받기는 처음이라 쑥쓰러운지 제게 넘겨 주네요.
다시 또 케잌 나누어 먹고 엄마가 해 보내주신 식혜도 먹고......
참 많이도 먹었습니다.
멀리서 달려와 겨우 한시간 두시간 놀고 다시 헤어져서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였습니다.
오랫만에 서로의 안부를 묻고 처음 만나는 사람과는 새로운
인연을 맺었습니다.
진짜 생일인 오늘
아침은 전복 넣은 미역국에 참조기를 구어 주었습니다.
다시 저녁 설에 못 온 큰동생네 식구들이 친정엄마를 모시고 왔습니다.
또 케잌을 사 왔네요.
오늘은 엄마가 제일 좋아 하십니다.
조카들이 좋아하는 만두를 쪗습니다.
우리는 만두 쪄 먹는 것을 잘 몰랐는데 요즘은 만두를 쪄서 잘 먹습니다.
이것이 쫄깃하니 감칠맛이 나서 만두 잘 안먹는 젊은 아이들도 잘 먹었습니다.
생일 기념 사진도 찍어 둡니다.
올해 생일은 3일동안이나 먹었습니다.
남편의 같이 먹기 좋아하는 마음이 흡족히 채워 졌네요.
함께 하는 행복한 생일
올해는 그렇게 지냈습니다.
첫댓글 와우,,,음식들이 줄줄이,,,군침이 도네요
여기선 보쌈도 족발도 다 집에서 직접 삶아야만 먹어요
물론 저도 생각이 간절하면 가끔씩 해 먹는답니다
전 보쌈을 삶을때 꼭 솔잎주에서 나온 솔잎들을 깔고 고기를 삶아요
향도 좋고 영양도 좋고 ㅎㅎㅎ
싱싱한 연어나 송어를 마트에서 만나면 회나 초밥도 직접 만들지요
먹는 타령하면 한이 없으니 그만 할랍니다
모두들 잘 먹고 건강합시다!!
가족이 모두 행복해 보이십니다^^
금자씨야 말로 우렁각시닷 ㅎ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