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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영화 <학교가는 길>이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 중이라고 한다. 장애자녀를 가진 어머니들이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담은 이 영화는 강서구에서 폐교된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특수학교 서진이 들어서기까지의 갈등을 그 주된 내용으로 담고 있다.
당시 갈등의 한 축이었던 특수학교설립반대비대위에서는 개봉 당시부터 소송하겠다며 내용증명을 보냈다는데, 그 비대위의 한 분이 기여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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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은 영화 내용 중 토론회에서 반대측 입장으로 나와 “허준 테마거리가 있고 허준 박물관이 있고 한의사협회가 있는 이 자리에 어떤 것이 효율성이 있느냐?” 발언했다고 한다. 그 모습이 약 10초간(10분 아님) 나오는데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된 상태다. 이분이 주장하는 요지는 이 영화가 ‘내 집 앞 장애인특수학교는 절대 세울 수 없다는 님비현상을 고발하는 영화로 보여지’는데, 자신은 그런 님비적 생각으로 반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영화에 자신이 나오는 것은 명예 훼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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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당시 자한당 김성태 의원이 있다. 특수학교설립반대비대위가 한방병원 고수를 외치며 토론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어온 것은 김성태 의원이 공진초 자리에 특수학교가 아니라 국립한방병원을 유치해야 한다고(할 수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에서는 국립한방병원에 대한 구체적 계획도 없는 상태였다. 공진초등학교 부지는 그 이전부터 학교 이외는 설립이 불가능한 학교부지로 지정되어 있었던 곳이다. 한방병원이 설립되기로 한 부지에 특수학교가 들어선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것은 정치인의 포퓰리즘과 무책임함이 지역사회를 어떻게 분열시키고 갈등을 심화시키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이유는 김성태류가 주장하는 저런 잘못된 전제를 깔고 있을 뿐 아니라 전체 내용이 대체로 말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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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는 당시 반대파들이 자신들이 님비가 아니라며 그럼에도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이유를 구구절절 본인들이 말하는 그대로 들려주고 있다. 왜곡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무슨 명예훼손인가! 게다가 토론회는 공개된 공식행사다. 내가 알기론 공개된 공식 행사에서의 공식 발언은 사생활이 아니므로 초상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
신청인이 누군지 모르지만 친절하게 해주고 싶은 말은, 공식 석상에서 했던 자신의 말과 행동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누구인지는 자신이 한 말과 행동이 말해주는 것이다. 말하는 그대로 믿을지 말지는 관객들의 몫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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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현장에서 토론회를 그야말로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고함을 질러 발언자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게 했던 강서구 구민들이 부디 모두 이 영화를 보고 자신들이 얼마나 무도하고 무지한 행위를 했는지 깨닫기 바란다. 영화 상영을 금지해달라 내 얼굴을 삭제해달라 하기 전에.
이 영화는 당신들을 위한 거울이다. 나는 당신들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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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모 영화제 모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처음 이 영화의 러프컷을 보고 감독에게 ‘구민의 한 사람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나 역시 강서구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인 감독은 그동안에도 꾸준히 작품을 만들어왔지만 그간의 작품은 사실 내 마음에 깊이 남지 못했다. 착하고 성실한 모범생다운 태도가 세상을 바라보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지도 모른다 싶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달랐다. 이 작품이 100% 완벽한 영화라서가 아니다. 사실 엉성한 구석도 많지만, 이 영화에는 분명 이전과 다른 무엇이 있었다. 그래서 감히 단언할 수 있었다.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김정인의 진정한 첫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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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 무릎꿇은, 애끓는 어머니들의 모정에 있는 것이 아니다. 님비냐 님비가 아니냐에 있는 것도 아니다. 특수학교가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우리 사회 인식구조의 레이어(layer)를 통해 그 사실을 들여다보고 있기에 이 영화는 ‘다른’ 무엇이 될 수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특수학교 부지로 지정된 공진초등학교는 학생 수 부족으로 폐교되었다. 그런데 그 폐교 이유가 충격적이다. 이 일대 가양 4, 5단지는 영구 임대아파트 단지였는데 인근에 민영아파트들이 세워지면서 민영아파트 주민들이 교육청에 학구 변경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즉 자기 아이들을 임대 아이들과 같은 학교를 다니게 하기 싫다는 이유였다. 학구가 변경되면서 공진은 임대 아파트 아이들만 다니는 학교가 되었고 끝내 학생 수 부족으로 폐교의 운명을 맞게 되었다. 중학교도 같은 운명을 맞았다. 이것은 민원에 밀려 학구가 조정되면서부터 예견된 결과였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장애인특수학교가 들어온다고 하니, 그 임대아파트 단지에서도 반대하는 것이다. 강서구에 혐오시설이 너무 많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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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상은 우리 한국인의 의식구조 내면에 ‘정상성’에 대한 위계가 형성되어있음을 말해준다. 임대아파트 주민은 민영아파트 주민보다 ‘못하고’(다르고, 즉 정상적이지 못하고)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못해서(달라서, 즉 정상적이지 못해서) ‘혐오해도 될’ 대상이 된다는 것을.
<학교가는 길>이 주목받아야 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한 지역의 역사를 통해 ‘정상성’에 대한 내면의 위계를 통찰하게 함으로써 그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관객인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내가 이 젊은 감독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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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방황을 거쳐 김정인이라는 한 젊은 감독이 이제 출발점에 서 있다. 나는 그가 앞으로 더 많은 논쟁적인 작업에 도전하기를 바란다. 그가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 같은 법정 시달림으로 일찍 좌절하지 않도록 부디 많은 분들이 탄원서에 동참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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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forms.gle/NRwcxvU3NUsJz57F7
첫댓글 동참했습니다. 반드시 상영되어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많은 이들이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동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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